2016년 10월 3일 월요일

트럼프가 이미 털어놨는데 이제와서 세무 문제가 주목 끌 수 있을까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언론, 뉴욕 타임즈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18년간 소득세를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대선 후보들과 달리 세무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트럼프를 세무 관련 스캔들로 엮으려는 것이다. 뉴욕 타임즈가 트럼프의 석연치 않은 90년대 세무 관련 기록을 공개하면서 소득세를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과 트럼프를 공격할 거리를 찾는 데 혈안인 좌파 메이저 언론들은 신이난 듯 관련 기사를 쏟아놓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세무 관련 의혹 제기가 이제 와서 효과가 있겠는가에 의구심이 생긴다.

트럼프는 이미 2015년에 세무와 사업 관련에 관해 코멘트를 한 바 있다.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노력했다", "미국의 법을 이용해왔다"고 자신의 입으로 이미 밝혔던 것이다. 따라서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를 뉴욕 타임즈가 이제 와서 대선에 임박해 다시 꺼낸 게 전부로 보인다. 좌파 언론들은 뉴욕 타임즈의 기사가 "Bombshell"이라면서 매우 충격적힌 뉴스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나 이미 작년에 트럼프가 스스로 털어놨던 얘기를 부연한 것에 불과한데 무엇이 그렇게 충격적인이 궁금하다.

2015년 8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1차 토론 이전부터 트럼프는 그의 세무 관계에 대해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은 바 있다. 트럼프는 2015년 8월 CBS의 '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세금을 최소한으로 적게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으며, 같은 해 8월 열렸던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1차 토론에선 "이 나라의 법을 이용해왔다"고 말했다. 세금을 최소한 적게 내기 위해 노력했고 미국의 법을 이용한 적도 있다고 까놓고 말한 것이다.

"I fight like hell to pay as little as possible for two reasons. Number one, I'm a businessman. And that's the way you're supposed to do it. The other reason is that I hate the way our government spends our taxes. I hate the way they waste our money. Trillions and trillions of dollars of waste and abuse. And I hate it." - Donald Trump 
“Out of hundreds of deals that I’ve done, hundreds, on four occasions I’ve taken advantage of the laws of this country, like other people. I’m not going to name their names because I’m not going to embarrass, but virtually every person that you read about on the front page of the business sections, they’ve used the law.” - Donald Trump


이와 같이 트럼프는 2015년부터 스스로 세금을 적게 내려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게다가 세무 기록까지 공개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티면서 그의 세무 문제 쪽에 언론들의 관심이 쏠리도록 만든 주범 역시 트럼프다.

트럼프는 "나는 세금을 내라는 대로 전부 다 냈으며, 미국 법을 이용하려는 잔머리도 굴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자신은 비즈니스맨이라서 어떻게든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솔직하게 말했고, 미국의 법을 이용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사업을 하면서 세금을 덜 내려고 노력했고 여러 잔머리도 굴렸다면서 완전히 깨끗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언젠가는 그쪽 관련 문제가 따라붙을 것이 뻔했던 만큼 트럼프는 깨끗한 척 하지 않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또다른 억만장자 마크 큐밴(Mark Cuban)과 트럼프를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지지에서 트럼프 반대로 돌아선 마크 큐밴은 "클린턴 뉴스 네트웍"으로 불리는 미국 케이블 뉴스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면서, "세금을 내는 건 군복무 다음으로 부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After military service, the most patriotic thing you can do as a wealthy person is pay your taxes. That keeps the roads paved, the military paid, and kids going to school, and he obviously doesn't understand that concept," - Mark Cuban


Really?

물론 마크 큐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저렇게 바른 말만 골라서 늘어놓는 자들이 알고 보면 더욱 더럽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겐 비웃음감밖에 되지 않는다.

좌파의 문제점은 모든 사람들을 전부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취급한다는 점이다. 마크 큐밴과 좌파 언론들이 원하는 대로 모든 사람들이 매우 순진하다면 저런 말이 쉽게 먹혀들겠지만, 문제는 저런 가식적이고 간지러운 소리에 되레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마크 큐밴은 깨끗한 억만장자 비즈니스맨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막상 그도 털어보면 문제점 투성이일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마크 큐밴이 보다 세련됐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세금을 내는 것이 부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인 행동"이라는 큐밴의 가식적인 립 서비스를 들으면서 인상이 찌푸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크 큐밴의 저런 간지러운 립 서비스가 이익을 내기 위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권모술수를 동원했다는 트럼프를 거꾸로 더 솔직하고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하지 않는 인물로 비쳐지도록 만들 수 있다.

트럼프는 마치 범죄조직 출신 내부고발자처럼 행동해왔다. 트럼프는 모든 비리와 권모술수 등에 대해 전부 다 잘 알고있다고 주장한다. 왜냐면, 자신이 바로 그 한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그런 거 전혀 모른다"고 순진한 척 오리발 내밀며 딱 잡아뗄 수도 있었으나, 트럼프는 다른 정치인들처럼 가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자신과 같은 억만장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허점들이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으므로 그런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가 바로 트럼프 자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쪽 바닥에 대해 잘 아는 자신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10월3일 콜로라도에서 가진 유세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트럼프가 이미 작년부터 이런 식으로 대선 캠페인을 벌여왔는데 이제 와서 트럼프의 세무 관련 의혹에 새삼스럽게 관심을 가질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하다.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트럼프가 억만장자 비즈니스맨인 만큼 그쪽을 털면 별난 게 다 나올 것이란 걸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뿐 아니라 트럼프도 이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도 않고 있는데 말이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일부 미국 유권자들에겐 세무 관련 의혹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트럼프가 비즈니스맨이라서 돈 관계 쪽으로는 복잡할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세무 관련은 이미 어느 정도 다 알거나 예상했던 이야기라서, 이제 와서 주목을 끌 만한 뉴스감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트럼프가 대통령감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정당한 비판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세무 문제가 이제 와서 대선에 큰 영향을 줄 만한 정도는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가 TV 광고와 2차 토론에서 트럼프를 집중 공격할 새로운 트집 거리로는 가치가 있으나 그 이상은 아니라고 본다.

만약 TV 토론에서 힐러리가 세무 문제로 공격해오면 트럼프는 힐러리의 여러 문제점을 계속 열거하면서 "그럼 힐러리 너는 얼마나 정직하고 깨끗해서 그 난리냐?"라는 메시지를 시청자와 유권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시켜야 한다. 풋볼경기에 비유하자면 슛아웃(Shootout)이다. 디펜스는 접어놓고 누가 득점을 더 많이 하나에 승패를 걸어야 한다. 상대가 펀치를 날리길 기다리다 카운터 펀치나 날릴 생각을 하지 말고 기관총을 무차별 난사할 생각을 해야 한다.

다만 토론 실력이 부족한 트럼프가 TV 토론에서 세무 관련 공격을 받고 냉정을 잃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힐러리를 향해 무차별 융단폭격으로 효과적인 반격을 펼칠 수 있겠나에 물음표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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