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일 일요일

페넬로피 - "내 코는 돼지 코!"

윌헌家 부잣집 아들이 하녀를 임신시킨다.

하지만, 그는 임신한 하녀 대신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이에 충격받은 하녀는 투신자살 한다.

그런데...

자살한 하녀의 어머니가 마녀였다!

커억!

딸을 잃은 마녀는 이에 대한 복수로 윌헌 가족에게 '돼지 얼굴의 딸을 낳게 되리라'는 저주를 건다.

하지만 윌헌 가족이 몇 대에 걸쳐 아들만 낳는 바람에 '돼지 딸의 저주'를 비켜가는 듯 했다.

그-러-나-



그렇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돼지 코를 가진 페넬로피(크리스니타 리치)가 태어난 것!

부잣집 딸이 돼지 코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성형수술을 하려 해도 의사가 고칠 수 없다니 별 수 없다. 돼지 코를 갖고 사는 수밖에...

그렇다면 저주를 풀면 되지 않냐고?

맞다. 저주를 풀면 된다. 저주를 풀기 위해선 '돼지코女' 페넬로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결혼을 해줄 부잣집 아들을 찾으면 된다. 한마디로 동화 속 왕자와 같은 녀석을 찾아야 하는 것.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페넬로피의 얼굴을 보면 녀석들이 정신없이 도망가기 때문이다.



페넬로피는 자신을 괴물처럼 여기고 도망치는 남자들을 만나는 데 지친다.

극성맞은 부모에 의해 바깥세상과 격리된 생활에도 염증을 느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돼지코'를 머플러로 가린 채 집에서 탈출하는 거다!

과연 페넬로피는 '돼지코 저주'를 풀 수 있을까?



'페넬로피'는 동화와 같은 줄거리의 로맨틱 판타지 영화다.

하지만, '멋진 왕자가 나타나 페넬로피를 아내로 맞이하면서 저주가 풀린다'는 전형적인 동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왕자를 대신해 나온 부잣집 아들들이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Blood Blood' 부잣집 아들들은 페넬로피를 보고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를 이용하려고 할 뿐 동화속의 정의로운 왕자를 대신할만한 녀석이 없다. 한 녀석은 페넬로피를 '돼지 코에 날카로운 송곳니가 난 몬스터'라고 하고 다닌다. 이쯤 됐으면 멋진 왕자 타령은 접는 게 좋다.

이 때 맥스(제임스 매커보이)라는 녀석이 나타난다. 맥스는 돈 많고 고급스런 생활을 하는 부잣집 아들이 아니다. 저주에 걸린 처녀를 구하러 온 전형적인 동화속의 왕자 캐릭터와도 거리가 있어 보이는 녀석이다. 좋게 표현해서 '평범한 녀석'이고 사실 그대로 하자면 '대책 안 서는 녀석'이다.



'돼지코 처녀' 페넬로피는 또 어떠한가.

페넬로피 역시 전형적인 동화속 주인공과는 거리가 있는 캐릭터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공주급 레벨' 캐릭터인 건 맞지만 거기까지가 전부다. 집안 스캔들 때문에 저주를 받아 돼지코를 갖고 태어난 동화책 여주인공은 아무래도 없는 것 같지 않수?

페넬로피는 남자도 사귀면서 마음껏 즐기고 놀 나이지만 '돼지코' 때문에 집에서 꼼짝 못하는 처지다.

요샌 멀쩡한 코도 못생겼다면서 뜯어고치는 판인데 페넬로피는 비정상적인 돼지코를 갖고있으면서도 수술받지도 못한다. 돈 많은 집안 딸이라지만 저주 때문에 의사조차 성형수술로 고치지 못하겠다는데 별 수 있겠수?

결국, 집밖에 나갈 땐 코를 가리기 위해 서부극에서나 보던 열차강도처럼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채 눈만 내놓고 다닌다.



그렇다면 페넬로피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저주를 풀고 정상적인 코를 되찾고 싶은 것일까?

돼지 코를 가린 채 평생 숨어서 살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돼지 코에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살고싶은 것일까?



'페넬로피'는 쟈니 뎁 주연의 'Edward Scissorhands(1990)'와 앤드류 매커시 주연의 'Mannequin(1987)'을 섞은 듯한 판타지 로맨틱 코메디 영화다. 시대와 장소를 파악하기 애매한 배경에 평범하지 않은 외모의 캐릭터가 나오는 건 'Edward Scissorhands'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영화 분위기는 '마네킹'에 가깝다. 영화 쟝르가 판타지 로맨틱 코메디라는 것도 같다.

물론, 영화가 약간 실없고 아동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패밀리용 코메디 영화 중에서 간지럽지 않은 영화가 없듯이 '페넬로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페넬로피'는 주제가 뚜렷한 영화다. 돼지코를 가진 페넬로피가 당당한 삶을 택하고, 부잣집 아들이 아닌 평범한 남자에게서 참사랑을 찾는다는 줄거리를 통해 외모 콤플렉스와 동화속 왕자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는 소녀들에게 분명한 메세지를 전한다.

생각해보면 단지 어린 10대 소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멀쩡해 보이는데도 계속 뜯어고치는 여자들, 부잣집 아들(왕자)한테 시집가는 걸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고있는 여자들, 이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극성맞은 부모들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프로듀서 리스 위더스푼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세지는 바로 이게 아닐까?

리스 위더스푼은 영화에도 조연으로 나온다. 리스 위더스푼이 연기한 애니는 페넬로피가 바깥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사귀게 되는 친구이자 그녀의 삶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살짝 건들거리는 여자 캐릭터인데 리스 위더스푼에 딱 어울리더라.

그런데, 프로듀서가 왜 영화에 나오고 난리냐고?

프로듀서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출신이라면 영화에 잠깐 출연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건 없겠지?



'페넬로피'는 10대 소녀들을 타겟으로 만든 간지럽고 아동틱한 판타지 로맨틱 코메디다. 진지하면서 잔잔한 감동이 흐르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 스타일의 로맨틱 패밀리 영화를 원한다면 '페넬로피' 근처에 얼씬하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밝고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 영화로는 제법 볼만하다. 스토리도 흥미진진한 편이고 '돼지코女' 분장으로 망가진 크리스티나 리치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분장이 상당히 허술해 보이긴 하지만 이런 것까지 따져가면서 볼만한 영화가 아닌만큼 넘어갈 수 있다. 엉성한 분장 덕분에 오히려 더욱 코믹하게 보이더라.

그리고 하나 더.

본인에게 딱 어울리는 영화로 제대로 찾아간 것처럼 보이는 제임스 매커보이를 빼놓으면 서운해 하겠지?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악이다.

틴에이져 무비에서 쿨한 음악이 빠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페넬로피'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할로윈 파티씬에서 흘러나온 캐나다 밴드 Stars가 부른 'Ageless Beauty'다. '페넬로피' 영화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곡인 것 같다.

말 나온 김에 'Ageless Beauty'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끝내자.

댓글 2개 :

  1. 오홍! 스토리가 재밌어보이네요.ㅋ
    보고싶어요! 영화가 기대가 됩니다!
    근데 아래 동영상 메인사진보고 '링'인줄 알았네요..-ㅁ-

    답글삭제
  2. 캬캬캬캬 저도 동영상 사진보고 쫄았다는...
    영화는 애들영화 티가 좀 심하게 나는데요.
    그래도 꽤 재밌게 봤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