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4일 화요일

나도 포르노나 한번 만들어 볼까?

고지서는 날아오고, 돈은 없고, 전기와 물은 끊기고...

자,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겠수?

그렇다. 포르노를 찍는 거다!

'잭 & 미리(Zack and Miri Make a Porno)'는 돈이 없어 궁지에 몰린 잭(세스 로갠)과 미리(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아마츄어 포르노를 만들어 돈을 벌고자 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메디 영화다.


▲연기하고...

그런데 왜 하필이면 포르노냐고?

'포르노(Porno)'라는 단어를 몰라 'Fuck Tape'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까지 열광시킬 수 있는 블록버스터 쟝르가 바로 포르노다.

구입하기도 쉽다. 반드시 성인용품 전문점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라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집에서 볼 수도 있고, 25센트를 넣고 보는 비디오방에서도 볼 수 있다. 물론, 포르노 전용 극장서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영화를 만드는 데 밑천도 안 들고 않고 말 그대로 그저 박기만 하면 되는데 이거 왔다 아니겠수?


▲촬영하고...

그렇다고 포르노를 촬영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만 그린 영화는 아니다. '포르노를 찍는다'니까 자꾸 그쪽으로 쏠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잭 & 미리'는 로맨틱 러브스토리라고 해야 옳다. 같이 살면서도 애인사이가 아니라 순수한 어릴 적 친구사이일 뿐인 잭과 미리가 포르노 촬영작업을 하면서 '순수한 친구사이'의 선을 넘게 된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세스 로갠과 엘리자베스 뱅크스의 나이 차이다. 로갠은 82년생이고 뱅크스는 74년생이다보니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닌 어릴 적 친구사이로 보이지 않았다. 배역과 영화배우의 실제 나이를 매치시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 차가 나는 게 한눈에 보이는 게 문제였다.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맘에 들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세스 로갠과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여배우를 미리 역으로 캐스팅 했더라면 보다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세스 로갠은 '왔다' 였다. 세스 로갠의 매력(?)은 실제로 알고 지내는 녀석처럼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로갠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알고 지내는 녀석의 이야기를 직접 보고 듣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 해괴한 짓과 오버연기로 억지웃음을 쥐어짜는 다른 코메디 배우들보다 평범하고 때로는 썰렁해 보이는 세스 로갠의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는 '포르노를 찍자'는 다소 엉뚱한 발상을 하는 잭과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왼쪽부터: 세스 로갠, 크레이그 로빈슨, 엘리자베스 뱅크스

하지만 '잭 & 미리'에서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조연들이다.

애플(Apple) 컴퓨터 TV광고로 유명한 저스틴 롱과 '수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에서 수퍼히어로 수퍼맨으로 나왔던 브랜든 라우스가 게이커플로 나오고, 실제 포르노 스타 트레이시 로즈(Traci Lords)가 '버블'이란 캐릭터로 나온다.

트레이시 로즈가 연기한 캐릭터 이름이 왜 '버블'이냐고?

아래 사진을 보시라.


▲트레이시 로즈의 보G거품 만들기 묘기!

이 장면을 보면서 스치고 지가난 노래가 하나 있었다: 하와이언 레전즈 돈 호(Don Ho)의 'Tiny Bubbles'다.


▲Don Ho의 'Tiny Bubbles'


그런데 가사를 살짝 바꿔야 할 듯.

"PUSSY bubble... In the AIR... "

그렇다고 상영거부 당할 정도로 야한 영화는 아니다.

누가 상영거부를 했냐고?

NBA팀 유타 재즈(Utah Jazz) 오우너, 래리 H. 밀러(Larry H. Miller)가 소유한 유타 지역 극장 체인, 메가플렉스(Megaplex Theatre)가 상영을 거부했다. '잭 & 미리'가 R등급을 받긴 했지만 NC-17 영화에 더욱 가깝게 보인다는 게 상영거부 이유였다.

하지만 '잭 & 미리'는 평범한 R등급 영화보다 노출수위가 심하지 않다. 처음에 NC-17을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의 소재가 '포르노 제작'이다 보니 오해를 산 게 아닌가 싶다. 요새는 R등급 영화에서도 남녀 프론탈 누드(Frontal Nude)씬을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이것을 걸고 넘어질 시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포르노'라는 소리만 나오면 흥분(?)하는 구질구질한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을 듯.

'아마츄어 포르노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코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면 안되는 것일까?

설마 트레이시 로즈, 케이티 모갠(Katie Morgan) 등 실제 포르노 스타들이 영화에 나왔다는 게 신경에 거슬렸던 건 아니겠지?


▲케이티 모갠

'잭 & 미리'는 은근히 골때리는 코메디 영화다. '돈이 떨어진 젊은 커플이 포르노를 찍는다'는 설정이 실제로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으로 보였기 때문에 다른 황당-엽기 코메디처럼 어처구니 없어 보이지 않았고, 유치한 부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스 로갠의 오버하지 않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코믹연기 덕에 그다지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물론 '포르노'라는 단어에 앨러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잭 & 미리'는 아마츄어 포르노 영화제작에 관한 영화인 것은 맞다.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포르노 촬영 이야기가 전부가 아니라 잭과 미리의 로맨틱 스토리로 흥미가 이동하도록 만든 로맨틱 코메디이기 때문에 '포르노'의 '포'자만 들어도 아찔하다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무난하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외설과 유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잭 & 미리'에 나오는 섹스, 노출씬이 전부 외설로 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의 영화관객들은 덜렁거리는 자G와 불X을 보면서 배꼽을 쥔다는 것을 알아두시구랴.

다들 까놓고, 내밀고 사는 세상인데 새삼스럽게 내숭떨지 말고 우리 다같이 포르노나 한번...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영화가 끝났다고 곧바로 일어서지 마시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다가 멈추고 좀 더 나오거든...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