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5일 목요일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한 '슬럼덕 밀리어네어'

인도의 빈민촌에서 자란 소년, 자말(DEV PATEL)이 인도 버전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 TV 게임쇼에서 1천만 루피를 이긴다.

이제 남은 건 2천만 루피에 도전하는 것.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고아로 자란 자말이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

속임수를 쓴 것일까? 운이 좋은 것일까? 숨겨진 천재인 것일까? 아니면 숙명인 것일까?


▲빈민촌 소년에서 백만장자로 한방에...

잠깐!

그래봤자 TV 게임쇼가 전부 아니냐고? 그것도 인도판 TV쇼인데 이걸 무슨 재미로 보냐고?

JUST SHUT UP AND GO SEE THE MOVIE!

나는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를 10분 이상 시청한 적이 없다. 이런 쇼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타잎이 아니다. '슬럼덕 밀리어네어'를 일찌감치 보지 않고 이제 와서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골든 글로브에서 '슬럼덕 밀리어네어'가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는 것을 보면서 궁금증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인도판 TV 게임쇼 영화에 왜 이렇게 난리일까' 싶었다. 인도배우들이 나오는 인도에 대한 영화니까 괜시리 후한 점수를 주는 가식적인 제스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아카데미상에서도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이 중 감독상(대니 보일)은 수상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늦게나마 보기로 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냐!


▲'슬럼덕 밀리어네어'

한가지 확실한 건 이 영화에 나온 배우 중에서 낯익은 얼굴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알고있는 인도배우, 또는 인도계 배우가 한 손에 꼽힐 정도이니 말 다했겠지?

그렇다면 언어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 하는 것은 '슬럼덕 밀리어네어'가 어떤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인가 일 것이다.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대사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있지만 그렇다고 100% 영어로 만든 영화는 아니다. 영어 뿐만 아니라 힌두어로 대화를 나누는 부분도 나온다.

오우, 그렇다면 자막과 씨름해야 하는 거냐고?

미국의 극장에선 영어로 된 영화들만 주로 상영하기 때문인지 화면 하단에 뜨는 자막이 스크린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때문에, 자막을 필요로 한다는 건 결코 플러스가 아니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다. 자막이 항상 화면하단에 뜨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막이 뜨는 위치가 항상 변하는 것. 어떻게 보면 더 정신없지 않냐는 생각도 들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막읽기가 더 쉬웠다. 자막이 나올 때마다 같은 장소를 노려볼 필요 없이 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자막을 읽을 수 있었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영화를 꺼려왔는데 자막이 매번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큰 불편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그렇다고 자막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는 건 아니다.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취조실/TV쇼 세트와 자말이 지난 일을 회상하는 '플래시백'을 오가면서 그가 어떻게 퀴즈쇼의 정답을 모두 맞출 수 있었는지 차례로 짚어간다. 처음에는 자말이 게임쇼에서 속임수를 썼는지를 가려내는 게 전부인 것 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포인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에 빠져들게 되는 건 이 때 부터다.

흉폭한 앵벌이 집단과 갱스터들이 활개를 치는 뭄바이의 빈민촌에서 태어난 자말, 살림, 라티카 '삼총사'가 전하는 살아있는 인도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가 시작한 이후에도 게임쇼, 인도 등 비관심 분야를 모아놓은 영화라서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걱정이 가시지 않았지만 빈민촌에서 태어난 천진난만한 인도 어린이들의 동화같은 이야기에 빠져든 이후에는 언제 그런 걱정을 했었나 싶었다.

물론, 영화의 패턴을 금새 눈치챌 수 있으며, 짜맞춘 티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플래시백을 통해 전개되는 자말, 살림, 라티카 '삼총사'의 이야기 중에서도 형제간의 갈등과 로맨스 파트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었다.

BUT SO WHAT?


▲자말과 라티카

영화를 보고나니까 왜 이 영화가 메이저 영화 시상식에서 유력 수상작으로 꼽혀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굵직한 상을 받을만 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 영화다.

그러나,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대중성이 높은 영화라고 하기 힘들다. 인도에 대한 영화인데다 낯익은 헐리우드 배우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여차했으면 북미지역에서 극장상영을 못하고 DVD로 바로 출시될 뻔 했다고 한다.

하지만,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서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유일한 영화다. 게임쇼, 인도 이야기, 낯선 출연배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관람을 미뤄왔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지금까지 뜸을 들인 게 바보같은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주제곡상에 노미네이트 된 '재호(?)'를 들어봅시다.


▲'슬럼덕 밀리어네어' OST 'JAI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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