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트와일라잇 사가(Twilight Saga)' 2탄 '뉴 문(New Moon)'이 북미 개봉 첫 날 무려 7천2백만불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집계는 아니지만 작년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가 세웠던 기록 6720만불을 넘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기록이란 언젠가는 깨지게 되어있는 것이므로 크게 놀라울 것은 없다.
그래도 충격적인 것은, 10대 소녀들을 겨냥한 로맨틱 판타지 영화가 '다크 나이트'의 기록을 깼다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작년의 '다크 나이트'보다 적은 스크린 수로 신기록을 세웠다는 점. 버라이어티에 의하면, '다크 나이트'는 4366개 곳에서 개봉해 첫 날에 6720만불을 기록했으나 '뉴 문'은 4024개 곳에서 개봉 첫 날에만 7천만불 이상을 벌어들였다.
도대체 '뉴 문'이라는 영화가 '다크 나이트'와 비교할 만한 영화냐고?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하기 힘들지만, 아무래도 답변은 'NO'가 될 것이다. 물론 전편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다지 기대되지 않는다. 캐스트, 연기력, 제작비용, 프랜챠이스의 역사와 전통 등 모든 면에서 '다크 나이트'를 능가하는 데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몬스터 같은 결과를 냈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초보 연기자들로만 꾸린 저예산 영화가 빅버젯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성공하지 못했던 '다크 나이트' 개봉 첫 날 기록을 깼으니 말이다.
'트와일라잇' 프랜챠이스가 미국의 10대 소녀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뉴 문'이 이런 결과를 낼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영화를 안 봤기 때문에 단정하기 힘들지만, 영화의 완성도와 퀄리티와는 무관하게 결과가 나온 게 분명해 보인다. 작년의 '트와일라잇'도 기대했던 것보다 선전했다고 생각했는데 '뉴 문'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넘버가 나와버렸으니 열성팬들의 힘이라고밖에는 달리 뭐라 할 말이 없다.
영화의 베이스가 된 '트와일라잇' 소설 시리즈가 그렇게도 재미있냐고?
로맨스 소설, 10대 소녀들의 유행과 문화와는 거리가 멀어도 열나게(?) 멀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는 소리는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읽긴 읽었냐고?
그렇다. 전 시리즈를 다 읽진 않았지만, 2권까지는 읽었다.
그래도 1권 '트와일라잇'은 그런대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판타지 어드벤쳐 소설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적잖이 당황했지만, 제법 포텐셜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2권 '뉴 문'에 와서 막히고 말았다. 삼각관계까지 나오는 전형적인 멜로물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서든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로 만들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였지만, 이 역시도 간지러운 수준에 그쳤다. 성인용도 아닌 틴에이저용 멜로가 어떠했겠는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그렇다. '뉴 문'은 1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말에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토리를 비롯한 모든 면에서 1권만 못했다. 1권을 읽으면서 형성되었던 긍정적인 느낌들을 전부 날려버릴 정도였다.
힘겹게 2권을 마쳤기 때문인지 3권 '이클립스(Eclipse)'엔 아직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얇기라도 하다면 재미삼아 읽어보겠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갈수록 책이 두꺼워지기 때문에 더더욱 손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클립스'는 'BRAND NEW'다. 사고싶은 사람은 연락 주시구랴...)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화버전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1권보다 많이 떨어지는 2권을 기초로 만들었는데 영화라고 재미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1탄 '트와일라잇'의 인기를 몰아 2탄도 쉽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작년의 '트와일라잇'과 별 차이 안 나는 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영화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을 열성팬들이 막아내겠지만, 그래봤자 작년 수준 언저리에 머무르지 않겠냐고 봤던 것이다.
그런데 북미지역 개봉 첫 날 '다크 나이트'가 세웠던 역대 최고기록을 깼단다.
Yup, I'm confused...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일부 젊은(?) 여성팬들은 '트와일라잇' 스타,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을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꼽고 앉아있다. 일단 패틴슨이 영국배우인 만큼 제임스 본드 후보에 오를 자격을 갖춘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적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도 자격을 갖췄는지 몹시 의심스럽다. 물론 지금 당장 제임스 본드를 맡으라는 것은 아니므로 10여년 정도 세월이 흐른 이후에는 어떠한 모습일 지 모를 일이긴 하다. 그러나 "로버트 패틴슨을 제임스 본드로!"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패틴슨 뿐만 아니라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뱀파이어, 앨리스 역을 맡은 미국 여배우 애슐리 그린(Ashley Greene)은 남성 매거진 맥심과의 인터뷰에서 본드걸이 되고싶다고 밝혔다.
“I want to hit up James Bond. That would be awesome." - Maxim
오 그래? 너희들끼리 다 해 먹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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