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0일 월요일

서울의 단성사 vs 워싱턴 D.C의 아발론 시어터

오랜만에 한국 뉴스를 훑다 아쉬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서울 종로 3가에 있던 영화관 단성사가 오피스 건물로 바뀐다는 조선일보의 기사였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1907년 문을 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인 단성사 건물이 새 주인을 찾았으나 영화관으로써의 생명은 끝났으며, 앞으로 사무실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멀티플렉스 등장으로 경영난을 겪기 시작한 단성사가 우여곡절 끝에 새 주인을 찾았으나 영화관이 아닌 사무실로 개조된다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지 20년이 넘었으므로 새삼스럽게 "섭섭하다"고 하긴 이상할 듯 하다.

하지만 80년대에 피카디리, 단성사, 서울극장 등 종로 3가에 모여있는 영화관을 자주 갔었던 기억이 있다. 단성사와 얽힌 특별한 추억은 없는 듯 하지만, '후라이트 나이트(Fright Night)'를 비롯한 80년대 영화들을 그곳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단성사가 영화관을 접고 사무실로 바뀐다니 아쉬움이 드는 게 사실이다.


멀티플렉스/메가플렉스에 밀려 구식 영화관이 문을 닫는 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90년대에만 해도 스크린 1개 또는 2~3개가 전부인 영화관이 제법 있었으나 꾸준히 없어지기 시작하더니 요샌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하와이의 역사깊은 싱글 스크린 시어터, 와이키키 3도 10년 전에 헐렸다고 들었다. 건물이 살아남았어도 과거에 영화관이던 장소가 지금은 새로운 업소로 바뀐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구식 영화관이 문을 닫은 건 아니다.

워싱턴 D.C에 위치한 아발론 시어터(Avalon Theater)는 아직도 영업 중이다.


1923년 문을 연 아발론 시어터 역시 멀티플렉스의 붐에 밀려 2001년 문을 닫으면서 다른 구식 영화관들과 마찬가지의 운명을 맞는 듯 했다. 그러나 워싱턴 D.C 주민들이 힘을 합해 영화관 폐쇄를 저지했고, 리모델링을 거친 뒤 2003년 다시 문을 열었다.

역사 깊은 영화관이기 때문일까? '해리 포터(Harry Potter)' 시리즈 등 관객들이 많이 몰리는 영화가 개봉하면 워싱턴 D.C 지역 TV 뉴스팀이 아발론 시어터 앞으로 리포터를 보낼 때도 있다.


워싱턴 D.C의 아발론 시어터는 현재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와 '세컨드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The Second Best Exotic Marigold Hotel)'을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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