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3일 화요일

[NFL15:W8] 이번 주 가장 재밌었던 경기는 자이언츠 vs 세인츠

2015년은 사자가 수난을 당하는 해인 듯 하다. 얼마 전엔 사자가 아프리카에서 개죽음을 당하더니 디트로이트 라이온스(Detroit Lions)는 런던에서 캔사스 시티 칩스(Kansas City Chiefs)에게 박살났다. 45대10으로 박살패를 당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현재 1승7패를 기록 중이다.

그렇다고 고양이과 팀이 전부 비실대는 건 아니다. 씬시내티 뱅갈스(Cincinnati Bengals)는 디비젼 라이벌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를 잡고 팀 역사상 처음으로 7승 무패를 달성했으며, 캐롤라이나 팬터스(Carolina Panthers) 역시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를 잡으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5년 NFL 시즌 8째 주의 가장 재밌는 경기는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와 뉴 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의 경기였다.

자이언츠와 세인츠의 경기 중계방송 해설을 맡았던 대릴 존스톤(Daryl Johnston)이 이런 말을 했다.

"Nobody can cover anybody in this afternoon..." - Daryl Jonhston

존스톤이 저런 말을 한 이유는 자이언츠와 세인츠 양팀의 오펜스가 분주하게 득점을 하는 동안 디펜스가 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양팀의 오펜스 모두 허수아비 디펜스를 세워놓고 점수내기를 하는 듯 했다.

물론 양팀의 오펜스가 점수내기를 하는 슛아웃 매치가 가끔 벌어지긴 한다. 그러나 파이널 스코어가 52대49가 나올 정도로 양팀 모두 대량 득점을 하는 경우는 NFL에서 보기 힘들다. 이 경기에서 자이언츠와 세인츠는 함께 101점을 만들었다.  NFL 경기에서 양팀의 점수를 합해서 100점이 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01점은 NFL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점수라고 한다.

자이언츠 쿼터백 일라이 매닝(Eli Manning)은 이 경기에서 6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고, 세인츠 쿼터백 드류 브리스(Drew Brees)는 무려 7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쿼터백이 한 경기에서 7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킨 것이 지금까지 NFL 최다 기록이라고 하는데, 이 경기에서 드류 브리스도 7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

대량 득점 조짐은 첫 번째 쿼터에서부터 감지되었다. 뉴욕 자이언츠가 4th다운 컨버젼까지 시도하면서 선제 득점하자 뉴 올리언스 세인츠도 이에 질세라 플리 플리커(Flea Flicker)까지 동원해서 동점 터치다운을 만들었다.


세인츠는 동점 터치다운에 이어 역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1쿼터에 14대7로 앞서나가더니 한동안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뉴욕 자이언츠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점수내기 매치에서 세인츠에 밀리는 듯 했던 자이언츠는 어느새 따라붙기 시작하더니 후반이 시작하기 무섭게 일라이 매닝이 와이드리씨버 오델 베컴 주니어(Odell Beckham Jr.)에게 50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28대28 동점을 만들었다.

3쿼터에 나온 오델 베컴 주니어의 동점 터치다운은 그의 세 번째 터치다운 캐치였다. 전반에 이미 터치다운을 두 번 했던 베컴은 후반이 시작하자 마자 세번 째 터치다운을 만들었다.


자이언츠가 동점을 만들자 세인츠는 또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 경기에서 세인츠 오펜스는 1, 2, 3쿼터에 터치다운을 각각 2개씩 모두 6개를 성공시켰다. 3쿼터 동안에 이미 42점을 낸 것이다.

그러나 자이언츠도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세인츠가 42점을 내자 자이언츠도 42점을 내며 따라붙었다. 그렇다. 42대28로 뒤지던 자이언츠가 또 따라붙기 시작하더니 42대42 동점을 만든 것이다.

4쿼터가 아직 절반 가량 남았는데 스코어는 세인츠 42, 자이언츠 42.

4쿼터에 42대42라는 높은 점수로 동점을 이룬 NFL 경기를 이전에 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여기까지만 해도 보기 드문 경기였다고 할 만했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경기 종료 8분여를 남겨놓고 부터 경기가 더욱 재밌어졌다.

42대42 동점 상황에서 리드를 되찾으려던 세인츠 오펜스가 턴오버를 범하면서 리턴 터치다운을 내줬다. 세인츠 리씨버가 공을 받고 달리려는 순간 태클을 당하면서 공중에 뜬 공을 자이언츠 수비수가 낚아챘으므로 펌블인지 인터셉션인지 따져봐야 할 만한 플레이였다. 그러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느 것이든 간에 명백한 턴오버였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이 맞는 듯 하다.)




자이언츠의 펌블/인터셉션 리턴 터치다운으로 경기 종료 7분여를 남겨두고 스코어는 자이언츠 49, 세인츠 42가 됐다.

경기 막판에 세인츠가 턴오버로 리턴 터치다운을 내준 것을 보니 왠지 자이언츠가 역전승을 거두는 쪽으로 기우는 듯 보였다. 두 차례나 14점 차로 앞서다 자이언츠에게 두 번 모두 동점을 허용하더니 결국엔 마지막에 턴오버 리턴 터치다운을 내주며 역전패를 당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번엔 세인츠가 추격에 나섰다. 리턴 터치다운을 내준 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세인츠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겨두고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드류 브리스가 일곱 번째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킨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겨두고 스코어는 또다시 49대49 동점이 됐다.

이쯤 됐으면 연장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은 30여초 안에 자이언츠가 역전 필드골 또는 터치다운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30여초 동안 승부가 갈렸다.

뉴욕 자이언츠가 30초 안에 득점을 했냐고?

아니다.

뉴욕 자이언츠는 남은 30여초를 모두 소비하지 못하고 펀트를 찼다. 그러나 자이언츠게 크게 불리할 것은 없었다. 비록 공격권을 세인츠에 넘겨주긴 했지만 남은 경기 시간이 10초 미만일 것이므로 세인츠가 손쓸 틈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펀트를 차서 공격권을 넘겨줬더라도 결국은 연장전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로 이 때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세인츠 펀트 리터너 마커스 머피(Marcus Murphy)가 자이언츠 진영 47야드까지 펀트 리턴을 한 것이다. 그 상황에 자이언츠 스페셜 팀이 마커스 머피에게 24야드 펀트 리턴을 내준 것이다.


세인츠 펀트 리터너 마커스 머피가 47 야드라인에서 펌블한 것을 세인츠 와이드리씨버 윌리 스니드(Willie Snead)가 공을 줏어 44 야드라인까지 리턴했으나, 전후반 종료 2분을 남겨둔 상황에 펌블이 발생하면 펌블을 한 선수가 아닌 다른 공격수가 공을 집어서 앞으로 전진한 건 무효로 친다는 NFL 룰이 있다. 따라서 경기 종료 10여초를 남겨놓고 마커스 머피가 47야드에서 펌블한 것을 윌리 스니스가 줏어서 44야드까지 전진했다면 머피가 펌블을 한 47야드까지가 전부이고 그 이후 스니드가 리턴한 건 무효로 친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건 그 상황에 자이언츠가 왜 리턴이 가능한 펀트를 찼는가다. 아웃 오브 바운드가 되도록 찼더라면 세인츠가 펀트 리턴을 할 기회 자체가 없었을 테므로 별 탈 없이 연장전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왜 리턴이 가능한 펀트를 찬 것일까?

그러나 자이언츠 스페셜 팀의 실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이언츠는 24야드 펀트 리턴을 내줌과 동시에 훨씬 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자이언츠 펀터 브래드 윙(Brad Wing)이 태클을 하면서 세인츠 와이드리씨버 윌리 스니드의 페이스 매스크를 잡아당기는 파울을 범한 것이다.


페이스 매스크 파울은 15야드 패널티다.

따라서 자이언츠 스페셜 팀은 경기 종료 10여초를 남겨놓고 24야드 펀트 리턴을 허용했을 뿐만 아니라 15야드 페이스 매스크 파울까지 범하면서 총 39야드를 세인츠에 내준 게 됐다.이 덕분에 세인츠 오펜스는 펀트 리턴이 멈춘 47야드에서 15야드를 더 전진한 32야드에서 공격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남은 시간은 5초.

당연하겠지만, 세인츠는 필드골을 선택했다.

만약 자이언츠가 페이스 매스크 파울을 범하지 않았다면 세인츠는 필드골을 시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47야드에선 필드골을 차기에 너무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이언츠의 페이스 매스크 파울로 15야드를 추가로 전진한 32 야드라인에선 필드골을 충분히 찰 수 있는 거리였다. 자이언츠의 15야드 페이스 매스크 파울 덕분에 필드골을 시도할 수 있는 지점까지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인츠 키커 카이 포배스(Kai Forbath)의 필드골은 "GOOD"이었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세인츠 52, 자이언츠 49.


경기 내내 화끈한 공격으로 볼거리가 풍부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의 드라마틱한 엔딩까지 갖춘 아주 재밌는 경기였다. 

댓글 2개 :

  1. 세인츠 팬 아니 브리즈 팬으로서 정말 짜릿했던 경기였죠. ^^ 덕분에 제 팀은 브리즈 혼자 팬터지 포인트도 70점이나 얻어내며 대승 할 수 있었습니다. 주말에 있었던 브리즈의 모교 퍼듀가 네브라스카를 55:45로 이기며 두팀 합계가 100점 이상이 나왔었는데 같은 골드/블랙 팀이 비슷한 스코어로 승리를 거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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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리지 풋볼에선 저런 하이 스코어 경기가 종종 나오는데 NFL에선 보기 드문 스코어였습니다.
      NFL에선 양팀 점수 합계가 대체적으로 40~50점 안팎인데 101점이 나왔으니 뭐...^^
      중계방송 도중 누군가가 마치 Big 12 경기 같다고 했을 때 웃었습니다...^^
      화끈한 오펜스 덕에 경기는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슛아웃 경기가 익사이팅하죠.
      그러나 승패를 떠나서 양팀 디펜시브 코디네이터들이 머리가 좀 아플 것 같습니다...^^
      하나는 49점을 내줬고 다른 하나는 52점을 내줬으니 그 양반들에겐 웃을 일이 아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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