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4일 월요일

[NFL16:W7] 야구 스코어 + 드라마틱한 엔딩 = 썬데이 나잇 풋볼

"3대0" → "3대3" → "파이널 스코어: 6대6 무승부"

마치 야구 스코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야구 스코어가 아니다. NFL 2016년 시즌 7째 주 시애틀 시혹스(Seattle Seahawks)와 애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의 경기에서 저런 스코어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NFL에서 보기 드문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

전반을 3대0으로 마치고 3대3 동점으로 연장전으로 이어진 경기였던 만큼 재밌는 경기는 절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계방송을 보다 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재미없는 경기였다.

그.러.나...

그렇다. 언제나 "그.러.나..."가 있다. 그래서 경기를 마지막까지 봐야하는 것이다.

시애틀 시혹스와 애리조나 카디날스의 경기 내용은 지루했으나 엔딩은 쇼킹하고 드라마틱했다. "오우 노우!"는 이럴 때 하라고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애틀 시혹스와 애리조나 카디날스는 3대3으로 전후반을 모두 마치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과거엔 연장전 선제 공격 팀이 필드골이든 터치다운이든 득점을 하면 상대팀에 반격 기회를 주지 않고 경기가 끝났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NFL 오버타임 룰이 수정되면서 연장전 선제 공격 팀이 터치다운을 하지 못하고 필드골을 차는 데 그친 경우엔 경기를 바로 종료시키지 않고 상대 팀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도록 바뀌었다. 선제 공격 팀이 터치다운을 하면 바로 경기 종료이지만 필드골에 그쳤을 경우엔 상대 팀에게 반격할 기회를 주도록 하면서 "연장전 선제 공격 팀이 필드골만 성공시키면 승리"라던 과거의 다소 불공평한 연장전 선제 공격 이점을 해소시킨 것이다.

연장전에서 선제 공격권을 따낸 애리조나 카디날스는 터치다운을 하지 못하고 필드골에 그치면서 시애틀 시혹스에 반격 기회를 제공했다. 시혹스는 필드골을 성공시키면 동점을 만들면서 연장전을 계속 이어가고,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 경기를 종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시혹스도 터치다운을 하지 못하고 동점 필드골을 차는 데 그쳤다.

이렇게 해서 스코어는 다시 6대6 동점.

이미 서로 한 번씩 공격을 주거니 받거니 했으므로 이제부턴 필드골, 터치다운 가리지 않고 무조건 먼저 득점하는 팀이 이기는 '서든 데스(Sudden Death)' 모드로 넘어갔다.

카디날스 펜스는 이번에도 꾸역꾸역 전진하더니 엔드존 코앞까지 진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젠 필드골만 차도 성공이므로 애리조나 카디날스의 승리가 확정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애리조나 카디날스 킥커, 챈들러 캐탄자로(Chandler Catanzaro)가 24야드 필드골을 실패했다.

24야드 필드골이면 터치다운 이후 차는 엑스트라 포인트(35야드)보다도 짧은 필드골이었는데, 챈들러 캐탄자로가 이걸 실패했다. NFL 킥커가 중장거리도 아니고 골 포스트 바로 코앞에서 차는 것이나 다름 없는 24야드 필드골을 골 포스트를 맞추며 실패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필드골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골 포스트를 맞추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유감스럽게도, 애리조나 카디날스 킥커는 후자를 택했다.




애리조나 카디날스가 어처구니없게 24야드 필드골을 실패하고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치자 이번엔 다 죽었다 살아난 시애틀 시혹스가 결승 필드골을 노릴 차례가 됐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경기 시간이다.

NFL 연장전은 1개 쿼터가 전부라서, 남은 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무승부로 끝나게 된다. 연장전 1 쿼터가 끝나면 경기 종료이지, 연장 2, 3 쿼터가 추가로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애틀 시혹스 입장에선 비기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을 것이다. 패한 줄 알았는데 카디날스 킥커가 24야드 필드골을 실패하면서 다시 살아남았으므로, 이런 상황에선 비기는 것도 승리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무승부보다는 승리가 더 나은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시애틀 시혹스는 남은 2분여 동안 결승 필드골을 시도할 수 있는 지점까지 전진하는 데 성공했다. 엔드존 코앞까지 진격하는 데 성공한 시혹스는 경기 종료 10여초를 남겨두고 28야드 필드골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렇다. "그.러.나..."가 또 나왔다.

시애틀 시혹스 킥커, 스티븐 하우슈카(Stephen Hauschka)가 28야드 필드골을 실패했다.

28야드 필드골이면 터치다운 이후 차는 엑스트라 포인트(35야드)보다도 짧은 필드골이었는데, 스티븐 하우슈카가 이걸 실패했다. 애리조나 카디날스 킥커, 챈들러 캐탄자로가 24야드 핅드골을 실축하자마자 뒤돌아 서서 이번엔 시애틀 시혹스의 스티븐 하우슈카까지 28야드 필드골을 실축한 것이다.




양팀의 킥커들이 "오토매틱"으로 여겨지는 단거리 필드골을 실패한 덕분에 시애틀 시혹스와 애리조나 카디날스는 승부를 가리는 데 실패했다. 시혹스의 필드골 실패 이후 애리조나 카디날스가 다시 공격권을 잡았으나, 남은 경기 시간이 몇 초밖에 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시혹스 6, 카디날스 6.

양팀 모두 킥커들은 걸어서 집에 가도록 해야 할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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