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잭 리처: 네버 고 백', 톰 크루즈 스타 파워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범작

"톰 크루즈(Tom Cruise) 빼면 볼 것 없는 영화인데 톰 크루즈와 어울리지 않는 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다: 2012년 개봉한 액션 스릴러 '잭 리처(Jack Reacher)'다. 영국 작가 리 차일드(Lee Child)의 소설을 기초로 한 액션 스릴러 영화 '잭 리처'에서 톰 크루즈는 미 헌병 출신 방랑자, 잭 리처 역을 맡았다. 그러나 톰 크루즈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라서 어색함을 극복하면서 봐야만 했다.

그런데 '잭 리처'가 2탄으로 돌아왔다.

제목은 '잭 리처: 네버 고 백(Jack Reacher: Never Go Back)'. 2013년 출간된 리 차일드의 소설 '네버 고 백'을 기초로 삼았다.

톰 크루즈는 2탄에서도 잭 리처 역을 맡았고, 코비 스멀더스(Cobie Smulders), 다니카 야로시(Danika Yarosh), 알디스 하지(Aldis Hodge), 패트릭 휴싱어(Patrick Heusinger), 로버트 네퍼(Robert Knepper) 등이 출연했다. 코비 스멀더스는 터너 소령, 다니카 야로시는 사만다, 알디스 하지는 에스핀 대위, 패트릭 유싱어는 헌터, 로버트 네퍼는 하크니스 장군 역으로 각각 출연했다. 소설가 리 차일드도 공항 직원 역으로 잠깐 출연했다.

연출은 에드워드 즈윅(Edward Zwick)이 맡았고, 각색은 에드워드 즈윅, 마샬 허스코비츠(Marshall Heskovitz), 리처드 웽크(Richard Wenk)가 담당했다.

'잭 리처: 네버 고 백'의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잭 리처(톰 크루즈)는 전화 통화로 알게 된 헌병대 부대장 터너 소령(코비 스멀더스)을 만나러 워싱턴 D.C에 가지만, 뜻하지 않은 두 가지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터너 소령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리처에게 15세 딸이 있다는 사실이다. 리처는 터너 소령이 휘말린 음모와 그의 딸로 알려진 15세 소녀 사만다(다니카 야로시)를 동시에 조사하다 터너 소령이 휘말린 음모에 같이 휩쓸리게 되고, 사만다까지 얼떨결에 헌터(패트릭 휴싱어)와 그의 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리처와 터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2명의 미군이 피살당한 사건의 범인과 배후를 밝히고 누명을 벗기 위해 힘을 합하게 되며, 얼떨결에 위기에 처한 사만다도 리처, 터너와 함께 행동하게 된다...


2012년 개봉한 '잭 리처' 1탄을 보고 시리즈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톰 크루즈가 싸구려 옷을 입고 다니는 터프가이 방랑자 역을 맡았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 스타 파워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액션 영화"처럼 보였을 뿐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더군다나 흥행성적도 과히 좋지 않았으므로 2012년 영화 하나로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제작진은 한 번 더 시도하기로 결정내렸다. "톰 크루즈 스타 파워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액션 영화"에 한 번 더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톰 크루즈 빼면 볼 것 없는 영화인데 톰 크루즈와 어울리지 않는 영화" 2탄이 만들어졌다.

과연 지난 1탄보다 나아진 점이 있었을까?

지난 1탄보다는 조금 나아지긴 했다. 2탄에서도 변두리 모텔에서 생활하고 자동차 없이 버스와 히치하이킹을 하는 등 톰 크루즈와 잘 어울리지 않는 잭 리처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띄긴 했다. 그러나 지난 1탄처럼 "변두리 지역 범죄를 해결하는 터프가이"가 아니라 2탄에서는 무대를 대도시로 옮기고 스토리도 지역 범죄에서 미군이 개입한 음모로 스케일이 커지면서 "톰 크루즈 주연 액션 영화"에 보다 잘 어울리는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

그러나 '범작'의 한계를 넘지 못한 건 1탄과 마찬가지였다. '잭 리처: 네버 고 백' 역시 또 하나의 비슷비슷한 액션 영화 중 하나일 뿐이었다. 스토리는 1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고, 액션도 비슷비슷한 다른 헐리우드 액션영화에서 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인 또 하나의 비슷비슷한 액션 스릴러였을 뿐 눈에 바로 띄는 특징이 없었다. 이미 골백번은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헐리우드 액션 스릴러 포뮬라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를 주연으로 세운 게 전부였다.

'잭 리처: 네버 고 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주연이 아니었다면 박스오피스에서 외면받기 딱 알맞은 낡고 진부한 액션 스릴러 영화였다.

그래도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버티는 데 인내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괴로운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는 그럭저럭 볼 만했다.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도중에 지루함이 밀려오거나 '집에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미친 듯이 솟구칠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관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시간 때우기엔 과히 나쁘지 않았다.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보내려는 데도 문제가 생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잭 리처: 네버 고 백'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나오지 말았어야 했던 2탄이 나왔다는 것이다. 리 차일드 원작의 '잭 리처' 시리즈를 영화로 계속 제작하는 것엔 반대하지 않지만, 톰 크루즈 주연의 '잭 리처' 시리즈는 여기서 그만하는 게 좋을 듯 하다. '잭 리처' 시리즈는 톰 크루즈와 어울리는 영화가 아니다. 2탄에선 1탄보다는 어색함이 덜했지만, 톰 크루즈는 잭 리처 스타일의 액션 히어로에 어울리지 않는다. 톰 크루즈가 앞으로 계속해서 액션 영화에 출연하는 것엔 반대하지 않지만, '잭 리처'처럼 그와 잘 어울리지 않는 액션 영화는 피해갔으면 좋겠다. 그래야 '잭 리처: 네버 고 백'처럼 물불 안 가리고 톰 크루즈의 스타 파워에만 올인한 실망스러운 영화가 나오는 걸 피할 수 있다. 제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톰 크루즈더라도 "톰 크루즈" 이름 하나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시시한 영화에 출연하면 별 수 없다는 사실을 '잭 리처: 네버 고 백'이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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