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과 그들을 반대하는 단체 간에 폭력 사태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많은 미국인들은 KKK, 네오-나치 등 이번 샬러츠빌 폭력 사태에 책임이 있는 백인우월주의 집단에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충분히 이해는 간다. 인종편견을 숨기지 않을 뿐 아니라 1명을 사망케 하는 사고까지 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비판하는 건 상식선에서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으로 해결할 단계가 지나지 않았나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인종차별자들을 비난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과 비난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판과 비난을 퍼붓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되레 백인들의 래디컬화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지 않나 또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각계각층의 백인들을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백인들의 불만이 오래 전부터 누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있을 것이다. 미국 거주 소수 인종들이 미국 생활에서 겪는 불만과 불이익을 전부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인종편견으로 몰아가는 데 넌더리가 난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내는 백인들이 생각보다 은근히 많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챘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수 인종들이 제기하는 인종차별 주장이 너무 지나칠 뿐 아니라 이젠 백인을 겨냥한 역인종차별로 느끼는 백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처음엔 모두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만 하면서 불만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아시안과 대화를 나누면서 인종문제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서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잘 모르는 백인들을 붙들고 인종문제 관련 "인터뷰"를 하면 당연하게도 듣기에 좋은 "립서비스"만 듣게 돼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알고지낸 백인들은 대화 중 가끔 속내를 드러내곤 한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내진 않지만, 걸핏하면 인종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소수 인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짜증난다는 표정을 바로 얼굴에 드러낸다.
물론 "시골에 사는 백인 촌놈들이나 그렇지 대도시에 사는 고등 교육을 받은 백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좌파-리버럴 성향이 매우 강한 워싱턴 D.C에 사는 백인 교사, 의사, 간호사, IT 기술자들도 백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비판에 넌더리 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몇 명 예를 들어보겠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찍었고, 9-11 테러도 네오콘의 자작극이라고 믿는다는 백인 교사는 함께 대화를 나누던 백인이 자신이 알고지내던 흑인이 매우 화를 냈던 이야기를 시작하자 도중에 말을 자르면서 "(그가 왜 화가났는지)내가 한번 추측해보겠다. 백인의 잘못 때문이지?(Let me guess... It's White's fault, right?)"라고 말하면서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함께 대화를 나누던 백인들 모두 공감한다는 표정을 짓거나 쓴웃음을 지었다.
흑인과 결혼했다 이혼한 백인 여성은 전남편이 사사건건 백인 인종차별 하소연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흑인인 만큼 처음엔 어느 정도 이해가 갔으나 회사에서 생긴 사소한 사건부터 시작해서 모든 불쾌한 기억들을 전부 인종차별로 몰고가는 것이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인터레이셜(Interracial) 결혼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백인들을 겨냥한 인종차별 비판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백인들을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직업, 소득과 교육 수준, 거주지, 출생지 등과 거진 무관해 보였다. 이들은 모든 걸 백인 탓으로 돌리는 소수 인종들이 지긋지긋하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았으며, "무조건 백인 탓"이 조롱거리가 돼있었다.
조금 노골적인 케이스도 있다.
눈이 허리까지 쌓이는 매사츄세츠 주에서 이사왔다는 한 백인 IT 기술자는 즐겨보는 스포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식축구도 안 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NEVER!"라고 답했다. "그럼 축구(Soccer)는?"이라고 물었더니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FUCK NO!"라고 답했다. 그래서 스포츠를 안 보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나는 할리 베리(Halle Berry)가 최악의 본드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본드팬"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최초의 흑인 리딩 본드걸이었던 할리 베리에 빗대 스포츠를 안 보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이쯤됐으면, 미국이 저렇게 된 게 전부 트럼프 탓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일화 모두 2000년대 초에 있었던 일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훨씬 전부터 백인들의 인종문제 관련 불만이 쌓여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권을 거치면서 인종문제는 거꾸로 더욱 악화됐다. KKK, 네오-나치 등 소수 인종들에게 막말을 퍼붓는 백인우월주의 집단 못지 않게 백인들을 겨냥한 막말과 인종편견을 쏟아놓는 좌파집단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백인우월주의 집단과 마찬가지로 인종갈등을 부추기는 혐오집단이지만, 좌파 진영은 무슨 소리를 하든 거의 또는 전혀 비판을 받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백인을 모독해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례가 은근히 자주 눈에 띄다 보니 백인이 소수 인종을 노골적으로 모독하면 "규탄의 대상"이지만 소수 인종이 백인을 노골적으로 모독하는 건 "표현의 자유"인 불공평한 세상이 됐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불공평함과 이중잣대를 보면서 백인들이 거꾸로 인종차별을 받는 세상이 됐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늘어났다. "백인이 다수라고 관용을 베풀던 시절은 지났다", "이젠 백인도 다른 소수 인종과 마찬가지로 위기에 처한 백인의 이익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백인 민족주의(White Nationalism)에 귀를 기울이며 래디컬화되는 백인들이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요즘엔 백인들이 지난 2000년대 초보다 훨씬 더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인종문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백인에게 무조건적인 양보와 관용을 요구하고, 맘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인종 카드'를 꺼내드는 수법은 이제 약발이 떨어졌다. 백인들의 마음이 모두 바다와 같아서 소수계의 투정과 어리광을 끊임없이 모두 다 받아줄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백인들만 몰아세우면 머지 않아 백인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이다. 실제로, 백인들의 분노 분출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며, 요즘엔 "백인우월주의자 vs 백인혐오주의자" 대결이 다반사가 됐다.
따라서 며칠 전 발생한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사건은 사실상 예견됐던 불상사였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터질 일이 결국 터진 것이다.
그러나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불상사 발생 후 미국의 좌파-리버럴 언론과 헐리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지 않았다는 점을 걸고 넘어졌다. KKK, 네오-나치 등 백인우월주의 집단을 겨냥해 집중포화를 쏟아붙지 않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얼핏 듣기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맷집이 좋은 백인우월주의 집단에게 아무리 욕을 해봤자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으면 인종차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개인적인 선전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문제인 래디컬화되는 백인 문제 해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위협받고 역차별을 받는다고 선전하는 백인 민족주의자들에게 비난을 퍼부어봤자 그들은 "SEE-I-TOLD-YOU-SO"라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할 것이다. "백인우월주의 극우집단과 안티-파시스트 극좌집단이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벌이다 몸싸움으로 번진 것이 사망자가 발생하는 불상사로 이어졌으면 양측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공평하지만, 쌍방 모두 폭력적이었어도 극우에게만 항상 인색하고 극좌에겐 관대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세력 확장에 선전용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불공평", "이중잣대"가 백인들을 래디털화시키는 데 가장 흔히 쓰이는 주 메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물론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자들이 비판받아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백인을 향한 인종혐오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극좌성향 인종차별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비난받아야 한다. 그래야 형평성에 맞는다. 백인이 타인종을 겨냥한 인종차별 사례만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부각시킬 게 아니라 타인종이 백인을 겨냥한 역인종차별 사례 역시 진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래디컬화되는 백인들을 줄여나갈 수 있다. 계속해서 백인우월주의자들만 비난하고 백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을 소극적으로 다루면 앞으로 계속해서 더 많은 백인들이 래디컬화 될 것이다.
무식한 백인 촌놈들만 래디컬화 된다는 잘못된 생각도 버려야 한다. 백인 민족주의에 솔깃하거나 휩쓸릴 가능성이 농후한 백인들은 미국 전역, 각계각층에 퍼져 있다. 겉으론 항상 바른 말만 하면서도 속으론 분노에 가득찬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 인종문제에 무관심하다가도 어느 한순간 갑자기 불이 붙는 경우도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샬러츠빌 사건과 같은 충돌과 불상사는 앞으로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향해 아무리 욕을 퍼부어도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잡음을 만들 것이다. 우파세력과의 충돌이 전문인 극성맞고 폭력적인 극좌세력들도 골치아프긴 마찬가지다. 소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집회를 하도록 무시하고 놔뒀더라면 주목을 끌지도 못했을 것이고 불상사 또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극좌세력이 맞불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충돌로 이어지면서 사건이 커지고 사상자까지 발생했다는 비판도 들린다. 그러나 좌파세력 또한 안티-트럼프 감정과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샬러츠빌 사건처럼 극좌와 극우의 충돌은 앞으로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해결책을 현명하고 신중하게 찾아야 한다. 백인의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비난과 보이콧을 통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세력 확장을 억누르던 시절은 지났다. 백인들이 백인 민족주의에 휩쓸리는 원인을 진단하고 그것을 줄여나가야지 무조건 억누르기로 나가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백인들에게 계속해서 일방적인 양보와 관용을 요구하고, 거기에 반발하는 백인들을 전부 "나치"라고 매도하면 불만에 찬 백인들이 실제로 "나치"가 되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누적된 백인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풀어줘야 한다. 개중엔 터무니 없는 것도 있지만, 일리가 있는 불만도 더러 섞여있으므로 이런 것들을 골라서 어느 정도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좌파 진영으로부터 "백인우대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딱 알맞지만, 그렇게 해야 백인 민족주의의 확산을 콘트롤할 수 있다. 트럼프 정권들어 총기판매 규제 우려가 가라앉자 총기 판매량이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백인의 입맛을 맞춰주고 불만을 약간이나마 해소시켜줘야 분노에 가득찬 백인들의 래디컬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으로 해결할 단계가 지나지 않았나 짚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인종차별을 비판하고 인종차별자들을 비난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과 비난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비판과 비난을 퍼붓는 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되레 백인들의 래디컬화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지 않나 또한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각계각층의 백인들을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백인들의 불만이 오래 전부터 누적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있을 것이다. 미국 거주 소수 인종들이 미국 생활에서 겪는 불만과 불이익을 전부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인종편견으로 몰아가는 데 넌더리가 난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내는 백인들이 생각보다 은근히 많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눈치챘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수 인종들이 제기하는 인종차별 주장이 너무 지나칠 뿐 아니라 이젠 백인을 겨냥한 역인종차별로 느끼는 백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처음엔 모두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만 하면서 불만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아시안과 대화를 나누면서 인종문제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서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잘 모르는 백인들을 붙들고 인종문제 관련 "인터뷰"를 하면 당연하게도 듣기에 좋은 "립서비스"만 듣게 돼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알고지낸 백인들은 대화 중 가끔 속내를 드러내곤 한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내진 않지만, 걸핏하면 인종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소수 인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짜증난다는 표정을 바로 얼굴에 드러낸다.
물론 "시골에 사는 백인 촌놈들이나 그렇지 대도시에 사는 고등 교육을 받은 백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좌파-리버럴 성향이 매우 강한 워싱턴 D.C에 사는 백인 교사, 의사, 간호사, IT 기술자들도 백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비판에 넌더리 난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몇 명 예를 들어보겠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찍었고, 9-11 테러도 네오콘의 자작극이라고 믿는다는 백인 교사는 함께 대화를 나누던 백인이 자신이 알고지내던 흑인이 매우 화를 냈던 이야기를 시작하자 도중에 말을 자르면서 "(그가 왜 화가났는지)내가 한번 추측해보겠다. 백인의 잘못 때문이지?(Let me guess... It's White's fault, right?)"라고 말하면서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함께 대화를 나누던 백인들 모두 공감한다는 표정을 짓거나 쓴웃음을 지었다.
흑인과 결혼했다 이혼한 백인 여성은 전남편이 사사건건 백인 인종차별 하소연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흑인인 만큼 처음엔 어느 정도 이해가 갔으나 회사에서 생긴 사소한 사건부터 시작해서 모든 불쾌한 기억들을 전부 인종차별로 몰고가는 것이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인터레이셜(Interracial) 결혼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백인들을 겨냥한 인종차별 비판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백인들을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직업, 소득과 교육 수준, 거주지, 출생지 등과 거진 무관해 보였다. 이들은 모든 걸 백인 탓으로 돌리는 소수 인종들이 지긋지긋하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았으며, "무조건 백인 탓"이 조롱거리가 돼있었다.
조금 노골적인 케이스도 있다.
눈이 허리까지 쌓이는 매사츄세츠 주에서 이사왔다는 한 백인 IT 기술자는 즐겨보는 스포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식축구도 안 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강하게 저으며 "NEVER!"라고 답했다. "그럼 축구(Soccer)는?"이라고 물었더니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FUCK NO!"라고 답했다. 그래서 스포츠를 안 보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나는 할리 베리(Halle Berry)가 최악의 본드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내가 "본드팬"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최초의 흑인 리딩 본드걸이었던 할리 베리에 빗대 스포츠를 안 보는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이쯤됐으면, 미국이 저렇게 된 게 전부 트럼프 탓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일화 모두 2000년대 초에 있었던 일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훨씬 전부터 백인들의 인종문제 관련 불만이 쌓여있었다.
문제는, 지금까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정권을 거치면서 인종문제는 거꾸로 더욱 악화됐다. KKK, 네오-나치 등 소수 인종들에게 막말을 퍼붓는 백인우월주의 집단 못지 않게 백인들을 겨냥한 막말과 인종편견을 쏟아놓는 좌파집단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백인우월주의 집단과 마찬가지로 인종갈등을 부추기는 혐오집단이지만, 좌파 진영은 무슨 소리를 하든 거의 또는 전혀 비판을 받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백인을 모독해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례가 은근히 자주 눈에 띄다 보니 백인이 소수 인종을 노골적으로 모독하면 "규탄의 대상"이지만 소수 인종이 백인을 노골적으로 모독하는 건 "표현의 자유"인 불공평한 세상이 됐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불공평함과 이중잣대를 보면서 백인들이 거꾸로 인종차별을 받는 세상이 됐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늘어났다. "백인이 다수라고 관용을 베풀던 시절은 지났다", "이젠 백인도 다른 소수 인종과 마찬가지로 위기에 처한 백인의 이익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백인 민족주의(White Nationalism)에 귀를 기울이며 래디컬화되는 백인들이 늘어났다.
이렇다 보니 요즘엔 백인들이 지난 2000년대 초보다 훨씬 더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인종문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했듯이, 백인에게 무조건적인 양보와 관용을 요구하고, 맘대로 되지 않으면 바로 '인종 카드'를 꺼내드는 수법은 이제 약발이 떨어졌다. 백인들의 마음이 모두 바다와 같아서 소수계의 투정과 어리광을 끊임없이 모두 다 받아줄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백인들만 몰아세우면 머지 않아 백인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이다. 실제로, 백인들의 분노 분출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며, 요즘엔 "백인우월주의자 vs 백인혐오주의자" 대결이 다반사가 됐다.
따라서 며칠 전 발생한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사건은 사실상 예견됐던 불상사였다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터질 일이 결국 터진 것이다.
그러나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 불상사 발생 후 미국의 좌파-리버럴 언론과 헐리우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지 않았다는 점을 걸고 넘어졌다. KKK, 네오-나치 등 백인우월주의 집단을 겨냥해 집중포화를 쏟아붙지 않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얼핏 듣기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맷집이 좋은 백인우월주의 집단에게 아무리 욕을 해봤자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향해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으면 인종차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개인적인 선전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문제인 래디컬화되는 백인 문제 해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위협받고 역차별을 받는다고 선전하는 백인 민족주의자들에게 비난을 퍼부어봤자 그들은 "SEE-I-TOLD-YOU-SO"라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할 것이다. "백인우월주의 극우집단과 안티-파시스트 극좌집단이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벌이다 몸싸움으로 번진 것이 사망자가 발생하는 불상사로 이어졌으면 양측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공평하지만, 쌍방 모두 폭력적이었어도 극우에게만 항상 인색하고 극좌에겐 관대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백인 민족주의자들의 세력 확장에 선전용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불공평", "이중잣대"가 백인들을 래디털화시키는 데 가장 흔히 쓰이는 주 메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물론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자들이 비판받아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백인을 향한 인종혐오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극좌성향 인종차별자들 또한 마찬가지로 비난받아야 한다. 그래야 형평성에 맞는다. 백인이 타인종을 겨냥한 인종차별 사례만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부각시킬 게 아니라 타인종이 백인을 겨냥한 역인종차별 사례 역시 진지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래디컬화되는 백인들을 줄여나갈 수 있다. 계속해서 백인우월주의자들만 비난하고 백인을 겨냥한 인종차별을 소극적으로 다루면 앞으로 계속해서 더 많은 백인들이 래디컬화 될 것이다.
무식한 백인 촌놈들만 래디컬화 된다는 잘못된 생각도 버려야 한다. 백인 민족주의에 솔깃하거나 휩쓸릴 가능성이 농후한 백인들은 미국 전역, 각계각층에 퍼져 있다. 겉으론 항상 바른 말만 하면서도 속으론 분노에 가득찬 사람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다. 인종문제에 무관심하다가도 어느 한순간 갑자기 불이 붙는 경우도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샬러츠빌 사건과 같은 충돌과 불상사는 앞으로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을 향해 아무리 욕을 퍼부어도 그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잡음을 만들 것이다. 우파세력과의 충돌이 전문인 극성맞고 폭력적인 극좌세력들도 골치아프긴 마찬가지다. 소수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집회를 하도록 무시하고 놔뒀더라면 주목을 끌지도 못했을 것이고 불상사 또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극좌세력이 맞불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충돌로 이어지면서 사건이 커지고 사상자까지 발생했다는 비판도 들린다. 그러나 좌파세력 또한 안티-트럼프 감정과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샬러츠빌 사건처럼 극좌와 극우의 충돌은 앞으로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해결책을 현명하고 신중하게 찾아야 한다. 백인의 문제만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비난과 보이콧을 통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세력 확장을 억누르던 시절은 지났다. 백인들이 백인 민족주의에 휩쓸리는 원인을 진단하고 그것을 줄여나가야지 무조건 억누르기로 나가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백인들에게 계속해서 일방적인 양보와 관용을 요구하고, 거기에 반발하는 백인들을 전부 "나치"라고 매도하면 불만에 찬 백인들이 실제로 "나치"가 되는 수가 있다. 그러므로 오랫동안 누적된 백인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풀어줘야 한다. 개중엔 터무니 없는 것도 있지만, 일리가 있는 불만도 더러 섞여있으므로 이런 것들을 골라서 어느 정도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좌파 진영으로부터 "백인우대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딱 알맞지만, 그렇게 해야 백인 민족주의의 확산을 콘트롤할 수 있다. 트럼프 정권들어 총기판매 규제 우려가 가라앉자 총기 판매량이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백인의 입맛을 맞춰주고 불만을 약간이나마 해소시켜줘야 분노에 가득찬 백인들의 래디컬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소개할 사례가 전부 2000년대 초라는 데서 정말 놀랐습니다. 적어도 2010년대 초반 2000년대 후반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답글삭제리버럴이라는 가치관 자체에 시간이 갈수록 염증을 느꼈을 것이라고 추정할 때, 2000년대 초반은 아직 2008년에 그 놀라운 열풍으로 오바마를 뽑고 결국 재선까지 시킨 그 좌파/리버럴한 분위기의 미국이 등장하기도 전인데 이미 저토록 리버럴에 대한 염증이 저렇게 만연했다니,정말 오래 참았네요.
결론으로 제시하신 제언들은 타당한 것 같습니다만 그것이 미국사회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에서 언론사 뉴스로 소개되는 미국만을 접하는 저로썬 씨알도 안 먹힐 것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만약 온건하고 합리적인 불만누출 과정이 없다면, 꾹꾹 눌리기만 하다가 끝내는 깜짝 놀랄 형태의 변화로 터질 수도 있지 않은까 하는 걱정이 생기네요.
미국 국민들은 몰라도 이미지를 먹고사는 언론, 정치권에선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삭제알 만한 사람들도 이런 이슈 앞에선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습니다.
자칫 인종차별자 딱지를 다는 것보다 입바른 소리하며 점수얻는 게 현명하다는거죠.
그렇게 안전플레이만 하다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이에 동양인만 끼어서 피보는듯하네요 ESPN에 동양인 로버트 리가 짤린 사건만 봐도 ㅎㅎ
답글삭제그러게요. 나중엔 허리케인 이름까지 LEE...
삭제만약 허리케인 "리"가 미국에 상륙했더라면 LEE씨들이 더 피곤해졌을 듯 합니다.
허리케인 "리"는 소멸됐다 다시 살아난 "LEE ONLY LIVE TWICE" 허리케인이죠...^^
가끔씩 SJW 리버럴 성향보이는 분들은 동양인들도 흑인 무슬림이랑 연대해서 인권투쟁해야한다고 떠들던데 전 본문에서도 나와있듯이 오히려 그게 역효과를 불러올수도 있다고 봐요
삭제요샌 목소리 볼륨 높여봤자 별 소용 없다고 봅니다.
삭제본목적이 인권투쟁이 아니라 극우정당 약진이라면 모를까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