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2일 수요일

로저 무어 "007 시리즈 너무 과격하다"

제임스 본드(James Bond)로 유명한 영국 배우, 로저 무어(Roger Moore)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007 시리즈가 너무 과격해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007 시리즈의 폭력수위가 그가 제임스 본드였을 때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

영화관객들이 과격한 영화를 원하고, 박스오피스 결과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과격해진 제임스 본드 영화가 로저 무어의 취향에 맞지 않지 않는 듯.

무어는 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1985)'부터 007 시리즈가 과격해지기 시작했다면서 "그것은 본드가 아니었다"고 했다.


▲로이터

로저 무어는 1973년 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부터 '뷰투어킬'까지 무려 7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했지만 '제임스 본드를 코메디언 캐릭터로 만든 장본인'으로 불리고 있다. 그가 익살스러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까닭이다.

하지만 로저 무어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1974)'에서 본드걸 앤드리아(마우드 아담스)에게서 정보를 캐기 위해 팔을 부러뜨리려 한 적이 있지 않냐고?

맞다.


▲본드걸의 팔을 꺾고...


▲부러뜨리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협조하는 듯 하자 달래주는 척 하다가...


▲뺨까지 때리는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그러나 로저 무어는 이 파트가 자신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무어는 자신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가 'Lover'와 'Giggler', 바꿔 말하자면 '농담꾼 플레이보이'였던 만큼 제임스 본드가 안드리아에게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 그녀를 유혹해 침대에 함께 오르도록 하자는 것을 가이 해밀튼(Guy Hamilton) 감독에게 제의했었지만 제임스 본드를 약간 무자비한 캐릭터로 묘사하고자 한 감독의 의견을 따랐다고 말했다.

로저 무어가 제의했던 '베드타임 이후 정보를 캐는 씬'이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1973)'에 이미 나왔기 때문에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저 무어는 거칠고 무자비한 제임스 본드를 원치 않았던 듯 하다.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

그렇다고 로저 무어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제임스 본드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로저 무어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멋진 제임스 본드라고 생각한다고 줄곧 말해 왔다.

다만, 로저 무어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누가 제임스 본드냐가 아니라 007 시리즈의 폭력수위가 갈수록 높아진다는 것이다. 영화관객들이 007 시리즈에서도 거친 액션씬을 기대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007 시리즈가 액션에만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는 것 같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 영화는 '액션'은 없고 '스타일'만 잔뜩이지 않았냐고?

맞다.

하지만, 007 제작진이 참고할만 한 로저 무어 영화가 하나 있다: 무어의 다섯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1981)'다.

로저 무어는 '유어 아이스 온리'에서 많이 달라진 제임스 본드를 보여줬다. 유머는 여전했지만 지나칠 정도는 아니었으며, 로저 무어의 이전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진지하면서도 배짱있는 터프가이 모습을 보여줬다.


▲콜롬보가 본드에게 총을 겨누더니...


▲미스터 본드가 배짱이 있다고 한다.


▲"Guts."


▲그러자 본드왈 "당신도 그렇소, 미스터 콜롬보."

뿐만 아니라 본드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던 자동차를 비정하게 발로 차 절벽 아래로 떨어뜨린다. 적과의 격투씬마저 코믹했던 로저 무어의 이전 제임스 본드 영화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절벽에 걸린 자동차를 발로 차 떨어뜨리며 '복수'를 하는 본드

이 모두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가 플레밍의 원작 스타일에 가까웠다는 증거다.

하지만, '유어 아이스 온리'는 분위기가 어둡고 우중충하지 않았다. 가젯이 일체 나오지 않았고, 스턴트도 사실적이었지만 지나치게 과격하지 않고 마일드 했다. 영화가 플레밍의 원작을 제법 잘 살렸고,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많이 진지해졌지만 무조건 거칠고 과격하고 피투성이가 되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요새는 제임스 본드 영화를 이렇게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본드, 머신건 본드..."

로저 무어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북미지역에서도 흥행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도 무어 아저씨와 같은 생각이다.

007 시리즈의 폭력수위를 낮추고 거친 액션씬은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007 시리즈가 과격하다'는 것도 무어 아저씨와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가 '농담꾼 플레이보이'가 되는 것은 결사반대.

댓글 2개 :

  1. 저도 이 기사로 포스팅했습니다. 제 생각은... 안 봐도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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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럼요, '건널 수 없는 강'...ㅋㅋ

    그나저나 '콴텀 오브 솔래스'가 흥행성공 하는군요. 이건 약간 뜻밖입니다. '카지노 로얄'에 못 미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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