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8일 토요일

제임스 본드 스페셜 (5) - 본드23 ②

(이어서) 그렇다면 어떤 옵션이 있을까?


▲다니엘 크레이그 IS 제임스 본드

플레밍의 원작으로 돌아가 리메이크를 하면 많은 걱정과 고민을 덜 수 있다. '카지노 로얄'에서 멋지게 했던 것처럼 50년대 배경의 소설을 21세기에 맞춰 옮기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본드23 오피셜 제목은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라는 발표가 나온다면 팬들의 반응이 어떠할 지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그러나, 리메이크가 아닌 오리지날 스토리로 간다면 Q와 머니페니의 리턴은 이젠 거진 필수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콴텀 오브 솔래스'까지는 '카지노 로얄'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만큼 Q와 머니페니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본드23'까지는 곤란해 보인다.

Q가 돌아온다면 가젯들도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냐고?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여러 무기들로 무장한 본드카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자질구레한 가젯들은 곤란해도 '골드핑거', '리빙데이라이트' 수준의 본드카 하나 정도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영화에서도 통할 것 같다.


▲'리빙 데이라이트'의 아스톤 마틴 볼란테

이렇게 되면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로 되돌아가는 셈 아니냐고?

Q 와 가젯 또는 본드카가 돌아온다니까 그렇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진지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변함없이 연기할 테니 줄거리가 지나치게 터무니 없어지지만 않는다면 머신건-미사일 나가는 본드카가 나온다고 단숨에 만화영화 분위기로 돌변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티모시 달튼의 '리빙 데이라이트'와 마찬가지로 크레이그의 진지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전통적인 007 시리즈 스타일 액션이 멋지게 조화될 수도 있다. 피어스 브로스난의 영화처럼 자질구레한 가젯들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거나 투명 자동차까지 등장하면 매우 곤란하지만 카체이스씬에 전통적인 제임스 본드 가젯 본드카가 등장하면서 'Classic 007 Moment'를 연출하는 것도 결코 나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007 제작진이 플레밍의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경우에도 본드카가 필요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리메이크를 한다면 '카지노 로얄'처럼 하면 되고, '콴텀 오브 솔래스'처럼 제목만 따오는 정도가 전부라면 적당하게 무장한 본드카를 등장시키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부다. 원작 스타일을 살린다면서 '논스톱 활극'을 만드는 것 보다는 '리빙 데이라이트'처럼 밸런스를 맞추는 쪽으로 가는 게 나아보인다는 것이다.

주제곡에도 문제 있다. 클래식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의 곡을 자꾸 고르려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언저리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마돈나의 '다이 어나더 데이'는 쇼킹했다. 하지만, 이런 쪽으로 가자는 게 아니다. 제임스 본드 영화에 어울리는 곡을 고르되 6~70년대풍을 고집하는 데서 벗어나자는 게 전부다.

그렇다면 어떤 스타일의 곡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미국 그룹 Innerpartysystem의 'Don't Stop'과 같은 스타일도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Innerpartysystem의 'Don't Stop'

하지만, 기왕이면 주제곡에서도 영국 분위기가 풍기면 더욱 멋질 지 모른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리오나 루이스, 더피 모두 영국 가수다. 쟝르를 바꾸면 007 시리즈 주제곡에 어울릴만 한 그룹으로 MUSE을 꼽을 수 있다.


▲MUSE의 'Supermassive Black Hole'

메인 타이틀송은 약간 현대적으로 바뀌는 게 좋을 듯 하지만 그렇다고 사운드트랙 전체가 바뀌는 것은 곤란하다. 주제곡과 달리 사운드트랙은 존 배리(John Barry)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주제곡은 유행에 맞춰 현대적으로 바꾸는 대신 사운드트랙은 클래식 제임스 본드 시리즈 스타일을 살리는 것이다.

혹시 데이빗 아놀드(David Arnold)가 맘에 들지 않냐고?

맘에 들지 않는다기 보다는 '식상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골든아이' 사운드트랙이 워낙 우중충하고 한심했기 때문에 데이빗 아놀드의 '투모로 네버 다이스' 사운드트랙이 귀에 붙었지만 그 이후부터 금새 물리기 시작했다. 007 시리즈 음악이라고 하면 존 배리, 마빈 햄리쉬, 빌 콘티 등 쟁쟁한 뮤지션들과 비교하게 되는 만큼 비디오게임 사운드트랙을 연상시키는 데이빗 아놀드의 전자음악 사운드트랙으로는 한계가 보이기 때문이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원작의 클래식 제임스 본드로 돌아갔다는 것도 데이빗 아놀드의 음악과 매치되지 않는 부분 중 하나다. 주제곡은 현대적이더라도 사운드트랙은 클래식한 분위기를 잘 살려줘야 제 맛이 날 것 같은데 데이빗 아놀드의 음악은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와 어울리지 않는다. 007 제작진은 60년대풍 주제곡으로 클래식 제임스 본드 분위기를 내려는 구닥다리 수법을 반복하지 말고 사운드트랙을 오케스트라로 되돌리는 것을 고려해 볼 때다.

그렇다면 연출은 누가 맡는 게 좋을까?

'골든아이', '카지노 로얄'을 연출한 제임스 본드 베테랑, 마틴 캠벨(Martin Campbell)이 최고의 후보인 듯 하다. 2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연출했고, 다니엘 크레이그와도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만큼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영국인 감독 중에서 꼽는다면 '배트맨 비긴스(Batman Begins)',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의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리들리 스콧, 토니 스콧 등이 괜찮을 것 같다.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007 영화를 맡기면 '다크 나이트'처럼 너무 어둡게 만들 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앞서지만 왠지 모르게 제임스 본드 영화를 멋지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젊은 영화감독이다.

제임스 본드 베테랑을 원한다면 영국 감독 존 글렌(John Glen)을 다시 모셔오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풍부한 007 시리즈 경험을 갖고있는 존 글렌 감독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23'를 연출한다면 아주 멋진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국인 감독에서 벗어난다면 0순위는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와 남다른 인연이 있는 스필버그 감독이 007 시리즈 연출을 맡는다면 상당히 흥미로울 듯.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할 만큼 본드팬이며, 다니엘 크레이그와 '뮌헨(Munich)'에서 함께 했던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를 극찬한 스필버그 감독이 '본드23' 메가폰을 잡는 것도 그다지 나쁜 아이디어는 아닐 듯 하다.

그렇다면 제목은?

007 제작진이 '본드23'도 영화제목으로 아직 사용하지 않은 이언 플레밍의 숏스토리에서 제목을 따올 생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직 몇 개 남아있으므로 제작진이 원한다면 이들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쓸만 한 제목들은 이미 다 사용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원작의 제임스 본드를 표방하는 만큼 '본드23' 제목도 원작에서 찾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듯.

물론, 리메이크를 한다면 '본드23'는 거의 자동으로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가 될 테니 제목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JAMES BOND SPECIAL WILL RET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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