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필버그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연출을 맡고 싶어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스필버그에게 007 시리즈를 연출할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테렌스 영, 가이 해밀튼, 루이스 길버트, 피터 헌트, 존 글렌 등 제임스 본드 시리즈 연출은 80년대말까지 모두 영국출신 감독에게 돌아갔다는 것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스필버그는 영화 'Duel(1971)'을 끝낸 뒤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를 직접 찾아가 '이 세상 무엇보다도 007 영화를 연출하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브로콜리는 '경험이 풍부한 영국인 감독만 고용한다'며 퇴짜를 놨다고.
그러자 스필버그는 조지 루카스(George Lucas)와 함께 제임스 본드를 모델로 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 바로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다.
얼핏 보면 제임스 본드와 인디아나 존스는 천지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 겉으로만 봐서는 두 캐릭터가 서로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조지 루카스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임스 본드를 모델로 만든 패밀리 액션 어드벤쳐 히어로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스파이가 아니지 않냐고?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를 모델로 한 캐릭터라고 해서 반드시 스파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임스 본드와 매치시키려고 하면 '아류', '짝퉁'으로 비춰지기 쉬운 만큼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만 추출해 내서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 어드벤쳐 히어로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가 '스파이'다. 물론, 영화상에선 아니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머릿 속에선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는 항상 제임스 본드다.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로 제임스 본드보다 좋은 인물이 없다는 생각에 '인디아나 존스 3'에서 숀 코네리를 인디아나 존스의 아버지, 헨리 존스 박사로 캐스팅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디아나 존스는 제임스 본드의 아들? 그러니까 제임스 본드 주니어?
공식적으론 아니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론 그렇다고 할 수 있을 지도.
사실 인디아나 존스가 스파이 캐릭터냐 아니냐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치도 않다. 인디아나 존스는 제임스 본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무비 아이콘 중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영화 시리즈 뿐만 아니라 비디오게임, 완구, 코믹북, 소설, 기타등등 인디아나 존스는 스타 워즈(Star Wars) 시리즈 캐릭터에 버금가는 'TRUE AMERICAN HERO'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제임스 본드를 모델로 한 캐릭터를 만들 정도라면 스티븐 스필버그도 상당한 제임스 본드 팬인 것 같다고?
맞다. 스필버그도 만만치 않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 팬이다.
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는 숀 코네리 주연의 007 시리즈 제 1탄 '닥터노(Dr. No/1962)'였다고 한다. 스필버그는 어렸을 적 애리조나에서 어머니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드라이브인 극장에서 '닥터노'를 처음 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닥터노'를 보고 난 스필버그의 소감은 무엇일까?
그는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완전히 다른 기분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닥터노'는 액션과 미스테리를 혼합한 영화였는데, 두 쟝르를 한 데 섞은 영화를 이전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영화 '닥터노'를 보고 쇼크(?)를 먹은 어린 스필버그는 곧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들을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책을 읽은 소감은?
플레밍의 소설을 읽고난 스필버그는 007 영화 시리즈가 소설과 별 상관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가 보기엔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은 '총을 든 셜록 홈즈 스토리' 같았으며, 제임스 본드는 겉으로만 젠틀맨인 척 할 뿐 비열한 암살자처럼 보였다고 한다. 영화와 소설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그렇다면 스필버그 감독의 베스트 007 영화는 '닥터노'일까?
아니다. 스필버그가 가장 좋아하는 007 영화는 숀 코네리 주연의 '골드핑거(Goldfinger/1964)'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아스톤 마틴 DB9을 갖고있는데 그가 DB9을 구입한 이유는 전적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돈이 있는 분이니까 아스톤 마틴을 살 수 있었겠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좋아서 자동차까지 아스톤 마틴을 살 정도라면 상당한 본드팬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자, 그렇다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007 시리즈를 연출할 기회가 올까?
이언 플레밍의 소설부터 시작해 영화, 자동차까지 제임스 본드 스타일인 스필버그 감독에게 기회를 주는 게 올바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90년대에 들어서 부턴 영국인 감독에게만 돌아가던 전통에서 벗어나 마틴 캠벨(뉴질랜드 - 골든아이, 카지노 로얄), 로저 스파티스우드(캐나다 - 투모로 네버 다이스), 리 타마호리(뉴질랜드 - 다이 어나더 데이), 마크 포스터(독일/스위스 - 콴텀 오브 솔래스) 등 다국적 감독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곧 스필버그 감독의 차례도 올 것인가?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의 리스트(Schindler's List/1993)'를 본 007 시리즈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가 스필버그에게 축하 메세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스필버그 감독이 답장을 보냈는데 그 내용이 걸작이다.
"Now can I make a Bond movie?"
70년대엔 경험이 너무 없어서 퇴짜를 맞았고 90년대엔 경험이 너무 풍부해서 또 퇴짜(?)를 맞은 다이하드 본드팬 스필버그 감독...
그냥 한번 시켜줘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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