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8일 토요일

제임스 본드 스페셜 (4) - 본드23 ①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바로 개봉하자마자 다음 번 007 영화(aka 본드23) 이야기를 하려니까 약간 이른 감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산수를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22 다음에는 23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니, '본드22'가 이미 일반에 공개된 만큼 '본드23'로 천천히(?) 넘어가 보기로 하자.

그렇다면 과연 '본드23'는 어떤 영화가 될까?

한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줄거리가 더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이어지는 부분은 있겠지만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처럼 줄거리가 곧바로 이어지는 속편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지노 로얄'로 시작한 00 에이전트 초보 시절의 제임스 본드 스토리는 '콴텀 오브 솔래스'로 막을 내리는 듯 하다.

그렇다면 '본드23'는 어떻게 달라질까?

많이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일 것인 만큼 진지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의 슬랩스틱 코메디 스타일의 007 시리즈를 원하는 영화팬들은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이언 플레밍 소설의 제임스 본드를 원하는 본드팬들을 실망시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에서 이어진 스토리가 어느 정도 정리된 만큼 '본드23'에선 약간 부드러워진 제임스 본드가 기대된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눈썹을 찡그리며 조크를 하는 씬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카지노 로얄', '콴텀 오브 솔래스'보다는 많이 안정되고 노련해진 제임스 본드가 기대되는 만큼 크레이그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유머를 살짝 섞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가 제 아무리 진지하고 거칠고 어둡다지만 플레밍의 소설 전체에서 제임스 본드가 그런 모습을 보였던 게 아닌 이상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본드23'에선 어느 정도 여유를 찾은 노련한 에이전트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본드팬들이 다니엘 크레이그에 열광한 건 영화에서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없었던 소설 속 제임스 본드의 대표적인 특징과 성격을 멋지게 보여줬기 때문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임스 본드 캐릭터의 일부분일 뿐 전체가 아니므로 '본드23'에선 초보 시절에서 벗어난 약간 달라진 제임스 본드를 보여줄 차례다.


▲다니엘 크레이그 IS 제임스 본드

다만 문제는 스토리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이 거의 모두 영화로 옮겨진 바람에 스크린라이터가 플레밍의 원작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오리지날 스토리를 만들어야만 하는데, 왠지 미덥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당장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목만 플레밍의 원작에서 따오고 내용은 오리지날인 제임스 본드 영화가 '콴텀 오브 솔래스'가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원작을 기초로 하지 않고 원작 분위기를 내려고 한 영화는 액션비중이 높아진 게 전부라는 공통점이 있다. 티모시 달튼의 '라이센스 투 킬'과 '콴텀 오브 솔래스'를 비교해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즉, '본드23'도 액션 먼저, 스타일리쉬한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는 나중인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007 시리즈가 오리지날 스토리를 포기하고 다시 플레밍의 원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주장을 한 적이 있지만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를 표방하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소설 속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영화에서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선 미련없이 플레밍의 원작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 없다.

그러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 마이클 G. 윌슨은 리메이크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미 멋진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다시 영화로 만드는 반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디어는 많다'고 했다. 리메이크를 하지 않더라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스토리는 많다는 것이다.

그 '아이디어' 중 하나가 바로 '콴텀(Quantum)'이라 불리는 범죄조직이다. 007 시리즈 프로듀서 바바라 브로콜리가 이미 시인했듯 콴텀이란 조직은 007 시리즈에 계속해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본드팬들이 예상했던 대로 콴텀이란 조직이 예전의 스펙터(SPECTRE)를 대신할 제임스 본드의 새로운 'NEMESIS'가 될 것으로 보인다.

냉전이 끝난 지금은 예전의 KGB와 같은 라이벌도 없고 스펙터와 같은 비현실적인 테러리스트 집단도 통하지 않는 세상인 만큼 KGB와 스펙터를 한 데 섞어놓은 듯한 치밀하고 비밀스럽고 위험한 가상의 프로페셔널 범죄조직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뚜렷한 '적'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만큼 여기까지는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매튜 아말릭, 올가 쿠리렌코, 다니엘 크레이그

하지만, 적으로 삼을 '조직'만 준비됐다고 전부인 것은 아니다. 어떤 줄거리를 붙일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플레밍의 원작으로 돌아가 리메이크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전 007 시리즈 또는 소설에 나왔던 플롯을 그대로 다시 사용하는 '언오피셜 리메이크'를 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로저 무어의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이 '골드핑거'의 언오피셜 리메이크였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콴텀 오브 솔래스'는 티모시 달튼의 '라이센스 투 킬' 언오피셜 리메이크인 데다 노골적인 '골드핑거' 오마쥬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의심을 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007 시리즈 스크립트를 만들면서 항상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들을 '참고'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또, 항상 그렇게 해야만 한다. 하지만 한번 영화로 옮겨졌던 것을 설정만 조금 바꿔서 재탕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냐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콴텀으로 스펙터를 대신하려는 것도 결국은 이것을 노린 게 아니냔 생각도 든다.

이렇다 보니 마이클 G. 윌슨이 갖고있다는 '많은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도 궁금해 진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선 쿨하고 스타일리쉬한 멋진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스토리가 절실히 필요한 만큼 007 프로듀서들이 여기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다면 어떤 옵션이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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