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제임스 본드 스페셜 (16) - '본드23' 베드씬

(이어서)그렇다면 '본드23'에선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할까? 또다시 70년대 로저 무어 시절, 90년대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로 돌아가야 할까?


▲다니엘 크레이그 IS 제임스 본드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제임스 본드가 플레이보이라는 것도 중요하고, 섹시한 본드걸과의 멋진 베드씬이라는 눈요깃 거리도 중요하겠지만 007 시리즈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런 것들이 아니다. 007 시리즈에 베드씬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제임스 본드의 여성편력을 새롭게 표현할 방법을 찾아볼 때가 됐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 본드와 본드걸의 관계 등을 재정립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007 시리즈가 변화를 추구한 것은 사실이다. 007 제작진은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건배럴씬의 위치를 바꾸고, "Bond, James Bond", "Vodka Martini, shaken not stirred"라는 유명한 대사를 빼는 등 이전 007 시리즈와 차별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쓸데 없는 것들만 생색내기식으로 건드렸을 뿐 '코어'는 손대지 않았다. 손질을 해야 할 것들은 그대로 놔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007 시리즈의 전통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본드와 본드걸의 관계가 진화한 것과 마찬가지로 무조건 베드씬을 집어넣고 보자는 식에서도 벗어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로맨스와는 담을 쌓은 '섹스리스 본드'를 원한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21세기 007 시리즈에선 쓸데 없는 베드씬, 러브씬 등이 영화의 진행을 더디게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전부다. 턱시도를 입은 본드와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본드걸이 로맨틱한 분위기가 흐르는 장소에서 키스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본드: We could be here all night.


▲카라: ...all I can think of is how we would be together.


▲본드: Don't think. Just let it happen.


▲Just let it happen...

또다른 좋은 예가 있다. 이번엔 클래식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다.


▲본드: 아무 것도 없지?


▲타티아나: ???


▲본드: 짜잔~!


▲본드: 블랙 벨벳 리본을 잊으면 안되지...

바로 이런 게 제대로 된 제임스 본드 스타일 로맨스 아닐까?

'본드23'부터는 침대 시트 밑으로 기어들어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얕은 수법에서 벗어난 보다 완성도 높은 로맨스씬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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