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제임스 본드 스페셜 (15) - 21세기 베드씬

(이어서)그렇다면 2000년대에 만들어진 제임스 본드 영화는 어떨까?

20탄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 중에서 최악으로 꼽히는 영화다. 007 시리즈 전체에서 최악이라고 하는 본드팬들도 많다.

왜 그럴까?

다른 건 접어두고 베드씬에서 이유를 찾아보기로 하자.

쿠바의 바닷가에서 만난 본드와 징크스가 대화를 몇 마디 나누다가 곧바로 그날 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전형적인 007 스타일 전개방식이다.

자, 그렇다면 본드와 징크스가 서로 눈이 맞기 전에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feast like there's no tomorrow...캬아 캬캬캬캬!

썰렁하게 이게 뭐냐? 차라리 시를 읊어라 시를 읊어!

Too much of Mojito, Mr. Bond?

C'MON MAN!!

몇 년전에 건배를 할 때 마다 "내일은 없다!"을 외친 적이 있는데 그걸 미스터 본드가 엿들었단 말이야??

하지만, 한가지 독특한 게 있다. 본드와 징크스의 베드씬은 007 시리즈에서 여지껏 보아 온 것과 다른 '섹스씬'이라는 점이다. 흔해 빠진 침대 시트 베드씬 대신 섹스씬으로 변화를 준 것.

물론, 007 시리즈 오마쥬를 짜깁기한 게 전부인 '다이 어나더 데이'에는 이런 변화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는 이러한 섹스씬이 필요없는 것 같지?


▲징크스 vs 제임스 본드

두 번째는 본드와 미란다 프로스트의 베드씬이다. 베드씬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게 좀 유치해 보이지만 007 시리즈 베드씬이 대부분 다 이런 식이니 뭐...


▲미란다 vs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21탄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2006)'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오피셜 007 영화로 제작되지 않았던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카지노 로얄'을 기초로 했다. 20여년만에 이언 플레밍의 원작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카지노 로얄'에는 베드씬이 딱 한 번 나온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본드와 베스퍼의 베드씬이다.

그런데, 본드와 베스퍼가 연인사이로 발전했다는 것이 이미 다 나왔는데 구태여 '침대 시트 베드씬'을 또 넣을 필요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억지로 끼워넣은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베드씬에 대한 007 제작진의 집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베스퍼 vs 제임스 본드

22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2008)'에도 제임스 본드와 에이전트 필즈의 베드씬이 나온다. 전형적인 '침대 시트 베드씬'은 아니지만 그 언저리에 가깝다.

사실, 본드와 에이전트 필즈의 베드씬은 제임스 본드의 플레이보이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영국의 신인배우 젬마 아터튼을 띄워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키이라 나이틀리를 이을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배우기 때문이다.

미스터 본드가 이런 것 까지 걱정해 줘야 할 팔자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의 베드씬은 이런 의미에서 귀엽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골드핑거' 오마쥬도 절대 우연이 아닌 것 같지?


▲에이전트 필즈 vs 에이전트 007

하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의 리딩 본드걸은 에이전트 필즈가 아닌 카밀이다.

그렇다면 본드와 카밀은...?


▲지금 상영중이라오...

이렇게 해서 22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나온 베드씬을 대충이나마 모두 돌아봤다. 여기까지 훑어봤다면 007 시리즈가 얼마나 'Bed Scene Overdose' 시리즈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보이 제임스 본드가 섹시한 본드걸과 침대에 올라야 한다'는 룰을 어떻게서든지 지키려 한 결과다.

그렇다면 '본드23'에선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할까? 또다시 70년대 로저 무어 시절, 90년대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로 돌아가야 할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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