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제임스 본드 스페셜 (14) - 90년대 베드씬

(이어서)그렇다면 90년대에 만들어진 제임스 본드 영화는 어떨까?

피어스 브로스난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인 17탄 '골든아이(GoldenEye/1995)'엔 본드와 나탈리아의 베드씬 하나가 전부다.

그런데 베드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았다. 쿠바에 도착해서 CIA 에이전트 잭 웨이드를 만날 때만 해도 업템포 무드였던 본드와 나탈리아가 곧바로 분위기를 바꿔 생뚱맞을 정도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드디어 나올 때가 됐나 보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베드씬으로 이어지더라. 영화에 필요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반드시 베드씬을 넣어야 하는 게 제임스 본드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이 모두가 제임스 본드의 플레이보이 이미지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번 '베드씬 타임'을 별도로 마련해 줘야 할 필요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탈리아 vs 제임스 본드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영화는 18탄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1997)'부터 수상해지기 시작한다. 영화가 너무 가벼워지면서 70년대 로저 무어 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럽게 베드씬 횟수도 늘어났다.

'투모로 네버 다이스'의 첫 번째 베드씬은 본드가 덴마크어 교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호출을 받는 씬이다. 두 말 할 필요 없겠지만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프리 타이틀 씬을 거의 그대로 옮겨놓았다. 로저 무어의 70년대 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신호였는 지도...


▲덴마크어 교수 vs 제임스 본드

두 번째 베드씬은 본드의 전 여자친구였던 패리스와 호텔에서 재회하는 씬이다.

테리 해처가 본드걸로 출연했으니 어떻게서든 본드와 베드타임을 갖도록 셋업한 것처럼 보였다. 패리스가 본드를 찾아와 중요한 정보를 주고 떠나는 만큼 억지는 아니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플롯 자체가 '푸하하하하' 수준이라서 아웃!

본드와 패리스가 주고받는 대화내용도 간지럽기는 마찬가지.


▲패리스 vs 제임스 본드

하지만, 본드는 '투모로 네버 다이스'의 리딩 본드걸인 와이 린과는 베드타임을 갖지 않는다.

함부로 집적거렸다가는 처참하게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있었기 때문일까?


▲와이 린 vs 제임스 본드

19탄 '월드 이스 낫 이너프(The World is Not Enough/1999)'는 영화 자체보다 소피 마르소와 드니스 리차드가 본드걸로 출연한다는 게 큰 화제였다. 제임스 본드보다 본드걸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더욱 높아진 것처럼 보였다. 제임스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난까지 소피 마르소와 드니스 리차드의 캐스팅을 두고 멋진 여배우들과 베드씬을 찍을 수 있게 됐다고 싱글벙글하기도.

그렇다. '월드 이스 낫 이너프'는 결국 베드씬이 포인트인 영화다.

그래서 인지 '월드 이스 낫 이너프'는 MI6 여의사, 몰리 웜플래시와의 베드씬으로 시작한다. '썬더볼(1965)'의 패트리씨아와 본드의 관계를 뒤집어놓은 듯한 씬이다.


▲몰리 vs 제임스 본드

두 번째 베드씬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격인 본드와 일렉트라(소피 마르소)의 베드씬이다.

카지노에서 베드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지만 007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베드씬이지 완성도 높은 스크립트가 아닌 만큼 더이상 따지지 않겠다.

베드씬 도중에 나누는 대화내용도 암담한 수준이지만 베드씬이 제일 중요한 영화 시리즈니까...


▲일렉트라 vs 제임스 본드

마지막 베드씬은 '하이라이트 넘버2'라고 할 수 있는 본드와 크리스마스 존스(드니스 리차드)의 베드씬이다.


▲크리스마스 vs 제임스 본드

본드와 크리스마스의 베드씬은 '나를 사랑한 스파이', '문레이커'처럼 코믹 엔딩으로 이어진다.


▲본드와 크리스마스의 형체가 스크린에 나타나자...


▲자막을 읽어보시라!

그렇다면 2000년대에 만들어진 제임스 본드 영화는 어떨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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