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 27일 금요일

제임스 본드처럼 되고 싶다고 사기까지...

며칠 전에는 영국의 위스키 판매점 점원이 여자친구에게 자신을 MI5 에이전트라고 속여 돈을 빼돌린 사건이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지만 범인의 나이가 20대였으니 그런가부다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비밀 에이전트를 사칭한 사기사건이 영국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 듯 하다. 작년 10월에도 영국의 데일리 메일 온라인판에 '가짜 스파이 사건'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IT회사를 운영하다 부도가 난 41세의 마이클 뉴잇.

그렇다. 이번엔 20대가 아니라 40대다. 결혼도 했고, 자녀가 다섯이나 되는 가장이다. 그런데도 '제임스 본드 놀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데일리 메일 기사 캡쳐

데일리 메일 온라인의 기사에 의하면 '제임스 본드 몽환자(James Bond Fantasist)', 마이클 뉴잇은 제임스 본드와 같은 'COMMANDER' 직함으로 만든 위조 신분증까지 소지한 채 MI5 스페셜 에이전트 커맨더를 사칭하고 다녔으며, 뉴잇의 아내는 그녀의 남편이 MI5 에이전트인 줄 믿고 있었다.

뉴잇의 그럴싸한 거짓말에 넘어간 건 그녀의 아내가 전부가 아니었다. 지역 경찰들까지 속아 넘어가 뉴잇에게 협조했으며, 뉴잇은 음주운전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고.

그렇다. '커맨더' 마이클 뉴잇은 경찰까지 속였다.

그러나, 뉴잇의 신분을 수상하게 여긴 한 경찰관에 의해 정체가 탄로났으며, 결국 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었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가짜 신분증까지...ㅡㅡ;

여기서 궁금점이 하나 생긴다.

뉴잇에게 붙잡혔던 음주운전자는 이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얼마나 열이 받았을까?

사기꾼 에이전트한테 당했으니 '피해자'이지만 음주운전을 한 건 사실이니 큰소리를 칠 입장이 못 된다. 그러니 그저 제임스 본드만 원망하고 말았을까? 제임스 본드가 없었더라면 '시크릿 에이전트 사기사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테니까...

물론, 뉴잇이 터무니 없는 사기극을 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제임스 본드처럼 미녀들과 함께 마티니를 마시며 럭져리 스포츠카를 타고 범죄자들을 쫓는 수퍼히어로 에이전트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남자라면 한 번 쯤은 해 본 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 라이프스타일이 많은 남성들의 동경의 대상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부터는 여성 본드팬들의 수가 부쩍 늘었지만 제임스 본드 팬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이다. 술, 여자, 자동차, 가젯, 그리고 짜릿한 어드벤쳐 등 남성들이 좋아하는 거의 모든 것이 007 시리즈에 전부 다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제임스 본드의 'MARTINI, GIRLS & GUNS' 라이프스타일은 완벽한 남성용 판타지가 되었다.

하지만 판타지와 현실이 'SHAKEN NOT STIRRED'가 되면 곤란하겠지?

흰색 턱시도 재킷을 보면 제임스 본드가 생각나고, 돈만 있다면 제임스 본드가 영화에서 탔던 아스톤 마틴을 사고싶고(본드팬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아스톤 마틴을 갖고있다), 제임스 본드가 마셨던 술이 무엇인지, 본드가 사용한 시계와 핸드폰, 카메라는 무엇인지에 관심을 보이며 제임스 본드 라이프스타일을 즐겨보고 싶어하는 정도는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위조 신분증까지 만들면서 가짜 에이전트 행세까지 할 필요는...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