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주전들을 쉬게 한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과연 잘한 걸까?

인디애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가 뉴욕 제츠(New York Jets)에게 시즌 첫 패를 당했다. 패인은 콜츠가 경기 도중에 주전들을 모두 뺀 때문이었다. 이미 14승씩이나 했으니 주전들을 쉬게 하면서 플레이오프를 준비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플레이오프를 위해 주전들을 쉬게 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16승무패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수퍼보울까지 우승하기를 바랐던 콜츠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것도 홈팬들이 지켜보고 있는 인디애나폴리스 홈경기에서 주전들을 뺐으니 실망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관중석에선 야유까지 터져나왔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보자. 경기도중에 주전을 뺀 것이 과연 잘한 것일까?

미식축구가 원래 부상위험이 매우 높은 과격한 스포츠인 만큼 쿼터백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 등 주전선수들의 부상을 염려해 쉬게 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과 넘버1 시드(Seed)까지 확정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승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일리있는 말이다. 홈팬들은 16승무패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수퍼보울까지 우승하는 NFL 기록을 바라고 있지만, 무패기록보다는 플레이오프와 수퍼보울 우승이 더욱 중요한 만큼 기록을 포기하고 주전선수들을 보호하기로 결정한 것을 무조건 나무라기도 힘들어 보인다.

2007년 시즌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가 정규시즌을 16승무패로 마치고 수퍼보울에서 패한 것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수퍼보울까지 이겼어야만 대기록 달성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패트리어츠는 수퍼보울에서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에개 패했다. 그러므로 무리하게 무패에 도전하고 기록에 집착하다가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죽을 쑤는 것 보다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떼어놓고 가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적인 판단이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부상을 우려해 주전선수들을 아꼈는데, 그 사이에 경기감각을 잃고 녹이 슨 바람에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죽을 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 바이(Bye)를 얻었던 탑 시드(Top Seed) 팀들이 줄줄이 패하기도 했다. 와일드카드 라운드를 건너뛴 덕분에 1주를 쉴 수 있었지만, 이것이 약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이다. 2008년 시즌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이런 글을 쓴 적도 있다.

16개의 정규시즌 경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플레이오프가 시작하는 만큼 선수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짧게나마 숨을 돌릴 시간을 주는 것은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직전에 갖는 휴식이 도움이 되지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휴식을 취하고 난 이후에도 경기감각을 잃지 않고 돌아온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안 쉬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팀마다, 선수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어느 하나가 옳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휴식이 도움이 되는 팀 또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한가지 염두에 둬야할 게 있다. 바로 사기(士氣)다. 인디아나폴리스 콜츠 헤드코치 짐 칼드웰(Jim Caldwell)은 콜츠가 15대10으로 앞서있던 3쿼터 후반에 주전 쿼터백 페이튼 매닝을 뺐다. 15대10이라면 언제든지 역전될 수 있는 점수차였지만 칼드웰은 매닝을 벤치로 불렀다. 그것도 홈팀 관중들 앞에서 말이다.

그리곤 29대15로 역전패 당했다. 그것도 야유를 쏟아붇는 홈팀 관중들 앞에서 말이다.

페이튼 매닝을 비록한 주전선수들을 경기종료때까지 뛰게하지 않을 생각이었다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아무리 의미없는 경기일지라도 정규시즌 경기인 것만은 분명한데 크게 앞서있는 것도 아니고 달랑 5점차로 앞서있는 상황에 주전들을 뺀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점수차를 더 벌리려던 동안 주전선수들이 부상을 당할 수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왔다면 "왜 일찌감치 주전선수들을 빼지않고 미련스럽게 굴었냐"는 힐난을 들었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부상도 경기의 일부다. 그러므로 부상으로 주전선수들을 잃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걱정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아쉽긴 해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준비를 하는 게 옳다. NFL 헤드코치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인디애나폴리스 콜츠 헤드코치, 짐 칼드웰은 2808년 시즌을 끝으로 헤드코치직에서 물러난 토니 던지(Tony Dungy)의 후임이다. 다시 말하자면, 루키 헤드코치인 것이다. 그래도 루키시즌에 팀을 14승무패로 이끈 것은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뉴욕 제츠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1패가 그를 괴롭힐 수도 있다. 깨끗하게 패한 것이라면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홈관중 앞에서 어이없게 경기를 포기했다는 게 문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열받은 콜츠팬들도 흥분을 가라앉힐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만의 하나 콜츠가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패하거나 수퍼보울에서 진다면 "그 때 그 일 때문에 졌다"는 소리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해결책은 단 하나다: 수퍼보울 우승.

만약 수퍼보울 우승에 실패한다면 헤드코치 칼드웰은 약간 고달파질 것을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다.

믹시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댓글 2개 :

  1. 개인적인 감정이 앞서는 말이지만, 절대 잘하지 않았습니다.^^;; 슈퍼볼 우승 혹은 슈퍼볼에 나가지 못하면 지난 14연승의 흥분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듯.

    답글삭제
  2.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수퍼보울 우승 못하면 그 때 김 빼놔서 졌다는 소리 분명히 나오게 될 겁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