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4일 일요일

우리는 주머니에 스파이를 넣고 다니는 건가?

얼마 전 개봉한 드림웍스의 틴에이저 SF 영화 '아이 엠 넘버 포(I Am Number Four)'에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넘버 4(알렉스 페티퍼)를 맨투맨으로 보호하는 임무를 띤 가디언, 헨리(티모시 올리펀트)가 외출을 한 넘버 4와 연락하기 위해 그의 아이폰(iPhone)으로 전화를 하는 씬이다.

지극히도 평범한 씬이 재미있어진 이유는, 넘버 4의 아이폰 링톤이 Rockwell이 부른 80년대 히트곡 'Somebody's Watching Me'였기 때문이다.

"I always feel like somebody's watching me. And I have no privacy..." 하는 유명한 노래다.


한 번 들어보자.


그런데 이 노래가 아이폰의 메인 테마가 되어가고 있다.

가사를 이렇게 바꾸면 딱이다: "I always feel like somebody's TRACKING me. And I have no privacy..."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사용자가 방문한 곳의 위치를 비밀리에 기록, 저장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제를 발견한 오라일리 레이더(O'Reilly Radar)에 의하면, 아이폰 사용자가 방문한 장소들이 'consolidated.db'라는 암호화 되지 않은 파일에 저장되며, 아이폰을 컴퓨터에 연결하면 컴퓨터에도 복사가 된다고 한다.

오라일리 레이다는 문제의 파일이 애플 등 다른 곳으로 전송되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기록이 저장되긴 했어도 현재까진 밖으로 새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아이폰을 분실하거나 아이폰과 함께 사용하는 컴퓨터가 해킹당하면 아이폰 사용자 행적에 대한 정보가 밖으로 새나갈 수도 있다.


아이폰이 사용자가 방문한 장소들을 기록, 저장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아이폰 유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폰에 의해 스파잉을 당했다고 느꼈다. 자신이 어디를 방문했는지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고 해도 사용자의 행적이 기록된 파일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핸드폰과 컴퓨터에 저장된다는 건 절대 유쾌한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아무런 해가 없었다지만 아이폰 유저들로써는 기분이 좋을 리 없는 뉴스인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이런 스파이웨어 같은 걸 만들었을까?

KGB 모드로 전환한 애플은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물론 애플이 아이폰 유저들을 감시, 추적하기 위해 만든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해와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렇게 해서 아이폰은 '스파이폰(Spyphone)'으로 둔갑했다.


아이폰의 스파이 행위(?)는 다이앤 서여(Diane Sawyer)가 진행하는 ABC 월드 뉴스에서도 소개되었다.

여기서 가장 재미있는 파트는 바로 여기!

"Who knows everything about everywhere you've been? Well you, maybe your priest, and your iPhone!" - ABC News


그렇다면 우리는 주머니에 스파이를 넣고 다니는 건가?

얼마 전엔 상대방이 실수로 핸드폰을 켜놓은 채 주머니에 넣은 바람에 그가 주위 사람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본의 아니게 엿들은 적이 있었다. 또, 한 번은 상대방의 핸드폰이 사용자 모르게 전화를 걸어온 적도 있었다. 실수로 오토 다이얼이 눌린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자신의 핸드폰이 통화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이 때에도 본의 아니게 그가 주위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한참동안 엿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젠 사용자가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스스로 도청장치로 둔갑할 수도 있을 듯 하다. 통화내용이 도청당할 것을 우려해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더라도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이 버그가 될 수도 있다. 핸드폰이 사용자 모르게 혼자서 유저의 행적을 기록하는 판이니, 주머니 속에서 사용자 모르게 대화 내용을 엳듣는 스파이/도청장치로 충분히 둔갑하고도 남을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머니에 스파이를 넣고 다니는 셈인 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이라는 게 쿨하고 편리하다지만 신경이 쓰이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사실 나는 실제로 주머니에 스파이를 넣고 다닌다.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온다.


그러니까 나는 또다른 스파이가 필요없다고...



댓글 8개 :

  1. 이기가 적기가 되네요...
    오~ 발전을 거듭할수록 세상은 더 무서워지는 법?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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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가 성가신 건 딱 질색이라서 핸드폰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얘기까지 나오니까 더 맘에 안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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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차라리 아이폰이나 넥서스 같은 스마트폰 말고 일반 폰으로 다시 바꾸는게 날 듯 합니다.
    이거 원 무서워서 기계도 맘댜로 못쓰겠네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에너미 어브 스테이트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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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있으면 성가시고 없으면 아쉬운 게 핸드폰인 것 같은데요,
    2000년대 초 핸드폰 없이 살았던 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에 넌더리가 나서 몇 년간 핸드폰을 안 썼던 적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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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하나의 폐단이라 할 수 있겠네요!
    우리는 휴대폰을 이렇게 표현하지요..."족쇄" 라고...ㅋ

    오랜만에 뵙습니다...건강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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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족쇄... 진짜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ㅋ
    휴대폰이 편리한 건지 그 반대인지 헷갈릴 때가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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