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4일 월요일

발티모어 레이븐스, AFC 챔피언쉽 오를 자격 있었다

NFL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라운드가 끝났다. 이로써 오는 일요일 벌어지는 AFC와 NFC 챔피언쉽에서 격돌할 네 팀이 정해졌다.

예상했던 팀들이 컨퍼런스 챔피언쉽에 모두 올랐냐고?

아니다. AFC 챔피언쉽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던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가 홈에서 발티모어 레이븐스(Baltimore Ravens)에 패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킥 리턴 터치다운으로 화끈하게 경기를 시작했던 덴버 브롱코스는 어이없게도 더블 오버타임까지 가는 접전 끝에 38대35로 패했다. 

레이븐스가 브롱코스를 잡고 AFC 챔피언쉽에 올랐다는 건 약간 의외의 결과인 것은 사실이다.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이 공격을 이끄는 브롱코스를 넘어서기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이븐스가 브롱코스보다 챔피언쉽 팀 답게 보였다.  만약 브롱코스가 이겼더라면 오히려 찜찜할 뻔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덴버 브롱코스는 레이븐스와의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챔피언쉽 팀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롱코스의 수비는 레이븐스의 공격에 계속 뚫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며, 결정적인 순간 리드를 지키며 승리를 굳히지 못했다. 

브롱코스 수비가 얼마나 실망스러웠냐면, 전반 종료 직전에도 7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 터치다운을 내주며 전반을 마치더니 후반 종료 직전에도 7점 차 리드를 또 지키지 못하고 동점 터치다운을 어이없게 내주며 승리를 굳히지 못했다.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겨뒀을 때 부터다. 

타임아웃이 남아있지 않았던 레이븐스는 브롱코스가 퍼스트 다운을 한 번 더 하면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그러나 브롱코스는 3RD & 7 상황에서 패스를 시도하지 않고 런 플레이를 했다. 패스가 실패하면 경기 시계가 자동으로 멈추므로 잘못하단 레이븐스에 타임아웃을 하나 공짜로 선물한 셈이 될 수 있는 만큼 남은 시간을 최대한 소비하기 위해 런 플레이를 선택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선 사실상 런 플레이를 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비가 자꾸 뚫리는 판에 레이븐스에 공격 기회를 또 줄 필요가 있었을까? 정규시즌 경기도 아니고 한 번 지면 그것으로 끝인 플레이오프 경기였는데, 런 플레이로 시간을 최대한 소비하고 펀트를 하는 것보다 페이튼 매닝에게 7야드 패스를 맡기는 게 보다 확실하게 승리를 굳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쿼터백이 불안했다면 또 모르겠지만, 페이튼 매닝이 주전 쿼터백인데 그에게 마무리 7야드 패스를 맡기는 게 불안했을 리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브롱코스는 3RD & 7 상황에 퍼스트 다운을 시도하지 않고 런 플레이로 시간을 소비하는 쪽을 택했다. 레이븐스에게 마지막 공격 기회를 주는 건 피할 수 없겠지만 수비로 막아보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브롱코스의 수비는 결정적인 마지막 순간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터치다운을 내줬다. 경기 종료까지 40여초를 남겨운 상황에 70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내준 것이다.



도대체 그 순간 무엇이 어떻게 되었길래 레이븐스가 70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

브롱코스 수비는 라인맨 3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이 후방으로 빠지면서 패스 수비에 가담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70야드를 전진해 반드시 터치다운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참고: 맨 왼쪽에 있던 브롱코스 코너백①은 아래 이미지에서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위 이미지에서 ⑧인 세이프티 라힘 무어(Rahim Moore)다. 롱 패스가 날아올 것을 대비해 후방 깊숙히 들어가 있어야 했던 라힘 무어가 엉거주춤한 위치에 머무르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레이븐스 쿼터백 조 플래코(Joe Flacco)는 필드의 오른쪽 끝에서 직선으로 달리던 와이드리씨버 자코비 존스(Jacoby Jones)에 롱 패스를 던졌다. 

자신의 방향으로 롱 패스가 날아오자 라힘 무어는 레이븐스 와이드리씨버 자코비 존스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으나 공을 쳐내지 못했다. 만약 무어가 올바른 위치에서 후방 수비를 제대로 했더라면 70야드 터치다운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으나, 자코비 존스는 쉽게 패스를 받아 터치다운으로 연결시켰다. 

그렇다. 8명이 패스 수비에 나서 롱 패스를 막으려 했는데도 수비 실책으로 롱 패스를 허용하면서 동점 터치다운을 내준 것이다. 그 중요한 순간에 8명이 패스 수비를 했으면서도 그렇게 허무하게 동점 터치다운을 내줬다는 게 쉽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레이븐스가 동점을 만들기 위해선 무조건 터치다운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므로 브롱코스 수비는 퍼스트 다운 정도는 내주되 터치다운으로 바로 연결되는 '한방'을 막는 데만 전념하면 되던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한방'을 어처구니 없게 내줬으니 말이다. 



브롱코스는 경기 종료 순간까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35대35 동점으로 연장전에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브롱코스는 연장전에서 레이븐스에 결승 필드골을 내주며 38대35로 패했다. 

만약 마지막 순간 페이튼 매닝이 인터셉트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브롱코스가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이겨봤자 소용이 없어 보였다. 수비가 계속 흔들리고, 결정적인 순간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실점하는 것을 보니 챔피언쉽에 오를 자격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덴버 브롱코스는 발티모어 레이븐스와의 AFC 디비져널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챔피언쉽 팀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레이븐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승리를 일궈냈다. 35대28이 파이널 스코어가 되는구나 했던 순간 터진 믿기지 않는 70야드 터치다운 패스는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덴버 브롱코스의 수비가 그 상황에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았어야 정상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극적인 동점 터치다운으로 연결한 레이븐스 오펜스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레이븐스가 AFC 챔피언쉽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보니 거기까지 올라갈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 AFC 챔피언쉽에서 페이튼 매닝과 톰 브래디(Tom Brady)가 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톰 브래디의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는 예상했던 대로 휴스턴 텍산스(Houston Texans)를 비교적 쉽게 물리치고 AFC 챔피언쉽에 올랐으며, 오는 일요일 페이튼 매닝의 덴버 브롱코스를 잡고 올라온 발티모어 레이븐스와 경기를 갖는다. 

레이븐스가 페이튼 매닝에 이어 톰 브래디의 패트리어츠까지 격파하고 수퍼보울에 오르기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레이븐스 vs 패트리어츠 경기도 아주 흥미진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 2개 :

  1. 플라코가 300% 실력발휘를 한 게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영하 10도를 넘는 추위에도 맨손으로 나온 정신력에 뭔가 일을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했거든요 ㅋ
    브래디는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풋볼 머신이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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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 생각엔 덴버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였던 것 같습니다.
    챔프 베일리는 토리 스미스에 계속 뚫리고, 수비는 마지막에 리드를 지키지도 못하고...
    전반 종료 때엔 그럴 수도 있겠다 했지만 마지막 4쿼터 터치다운 땐 안되겠다로 바뀌더라구요...^^
    그 때는 수비실책이 나올 때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암튼 레이븐스와 패트리어츠 경기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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