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24일 일요일

감독교체 → 제작지연 →다시쓰기 ∙∙∙ '본드25' 제작 순조롭게 진행중?

007 시리즈가 거진 60년에 걸쳐 계속된 오래 된 시리즈이다 보니 여러 가지 뜻하지 않았던 전통도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는 제임스 본드로 출연했던 거의 모든 영화배우들의 마지막 영화가 항상 크게 실망스러웠다는 것이다. 007 시리즈에 1, 2번밖에 출연하지 않았던 조지 레이전비(George Lazenby),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은 논하기 약간 애매할 수 있어도 나머지 배우들은 모두 이 전통을 비켜가지 못했다.

아직까지 변함없이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불리는 숀 코네리(Sean Connery)도 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는 코네리 출연작 중에서 바닥권에 속하는 영화다. 코네리의 007 출연작 중 최악의 영화로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꼽는 "본드팬"들도 상당수 된다.

코네리 다음으로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로저 무어(Roger Moore) 역시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가 매우 실망스러웠다. 무어의 마지막 007 영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도 무어의 출연작 중 최악으로 꼽힌다.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도 마찬가지다. 브로스난은 1995년작 '골든아이(GoldenEye)'로 희망차게 그의 007 시대를 시작했으나 매 영화마다 후퇴를 거듭하더니 그 역시도 최악의 영화로 007 임기를 마쳤다. 브로스난의 마지막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는 브로스난의 출연작 중 최악으로 꼽힌다.

브로스난 시대에는 힘차게 출발했다 마무리에서 죽쑤는 새로운 특징도 생겨났다. "전편을 능가하는 후속편이 없다"는 이미 잘 알려진 말이 있으므로 크게 놀라울 것은 없으나, 새로운 영화배우와 함께 익사이팅하게 출발했다가 바로 두 번째 영화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며 바닥을 향해 꾸준히 내려가는 특징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니엘 크레이그 역시 2006년작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로 희망차게 007 시대를 열었으나 역시나 마찬가지로 계속 후퇴를 거듭해오고 있다. 크레이그의 세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스카이폴(Skyfall)'이 '카지노 로얄'을 능가하는 크레이그 시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물론 있으리라 본다. 이 문제는 '스카이폴'을 "헐리우드 액션 스릴러"로 평가하느냐 아니면 "007 시리즈"로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생기는 문제다. '스카이폴'을 평범한 "헐리우드 액션 스릴러"로서 평가한다면 볼 말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007 시리즈"로서 평가하면 최악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지극히도 간단하다. '스카이폴'이 007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으면 "재미가 있다/없다"를 떠나서 최악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007 시리즈에 변화를 주더라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게 007 제작진이다. 그러나 '스카이폴'에서는 007 제작진이 범위의 한계를 지나치게 시험한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스카이폴'로 돈은 많이 벌었으나 "007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전세계 수많은 본드팬들의 비판을 무시할 수 없었던 007 제작진은 크레이그의 네 번째 영화 '스펙터(SPECTRE)'를 보다 전통적인 007 시리즈 포뮬라에 근접한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나 액션, 스토리 등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쳤다.

이렇게 해서 크레이그의 시대도 코네리, 무어, 브로스난과 마찬가지로 실망스러운 영화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크레이그가 '스펙터'를 끝으로 007 시리즈를 떠나지 않고 다섯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한다고 발표하면서 대미를 장식할 기회를 한 번 더 잡을 수 있게 됐다.

과연 크레이그가 다른 영화배우들과 달리 마지막을 화려하게 마무리하며 007 시리즈를 떠날 수 있을까?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만 놓고 보면 "글쎄올시다"다.

'본드25'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크레이그가 마지막으로 하나 더 찍겠다고 돌아온 것까지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007 시리즈 베테랑 스크린라이터 닐 퍼비스(Neal Purvis)와 로버트 웨이드(Robert Wade)가 '본드25' 스크립트를 준비 중일 때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영화감독 대니 보일(Danny Boyle)이 '본드25' 연출을 맡으면서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보일이 '본드25'로 오면서 스크린라이터도 존 하지(John Hodge)로 바뀌었으나, 돌연 보일이 '본드25' 프로젝트를 떠나면서 존 하지까지 떠났다. 보일과 하지가 모두 '본드25' 프로젝트를 떠나자 007 제작진은 새로운 영화감독 케빈 후쿠나가(Kevin Fukunaga)에게 연출을 맡겼다. 그러나 2019년 10/11월 개봉 스케쥴을 맞추지 못하고 2020년 2월로 개봉이 연기됐다.

여기까지는 대니 보일 해프닝의 여파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본드25' 개봉일을 2020년 2월14일에서 2020년 4월8일로 한 번 더 연기했다.

또한, 플레이리스트(The Playlist)에 따르면 007 제작진이 새로운 스크린라이터, 스캇 번스(Scott Z. Burns)를 고용했다고 한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스크립트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아서 스캇 번스에게 스크립트를 또 맡겼다는 것이다. 플레이리스트에 따르면, '본 얼티메이텀(The Bourne Ultimatum)', '컨테이전(Contagion)' 등의 스크린플레이 작업을 맡았던 스캇 번스는 약 4주간에 걸쳐 '본드25' 스크린플레이 작업을 한다.


물론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도 나름 높은 퀄리티의 영화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시간에 쫓기며 급하게 완성한 티가 나는 영화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감독 교체, 스크린라이터 교체, 개봉일 두 차례 연기, 제작개시일을 목전에 두고 새로운 스크린라이터가 스크린플레이를 다시 쓰는 등의 현상황을 보면 볼수록 기대치를 계속 낮게 잡게 된다.

코네리, 무어, 브로스난과는 달리 높은 퀄리티의 마지막 007 영화를 선보이고자 하는 크레이그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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