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16일 목요일

주한미군 한국어 웅변대회가 열렸다는데...

한국관련 뉴스를 훑다가 주한미군들의 한국어 웅변대회가 열렸다는 기사를 우연히 읽었다.

처음 눈에 띈 기사는 연합뉴스 기사였는데, '이런 뉴스에 동영상이 없을 리 없다'는 생각에 조금 뒤져봤더니 역시 동영상 뉴스가 있었다.

기사내용을 보면, 예선을 통과한 7명의 주한미군들은 한 달이 넘도록 한국어 훈련을 받았고, 손짓 발짓까지 동원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말이 막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웅변대회에 참가한 미군들이 한국어에 능한 사람들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는 걸 직접 겪어본 경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으로 귀국한 이후에도 미국거주 외국인들의 불완전한 영어실력을 걸고 넘어지지 않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어에 유창한 주한미군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진짜로 한국어에 능한 미군들은 한국어를 귀신처럼 한다.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깜짝놀라곤 한다. 나도 한국보다 미국에서 보낸 세월이 더 길기 때문에 국어실력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은데, 이런 주한미군들을 만날 때마다 저들이 나보다 국어를 더 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한국어 하는 외국인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야 한국어를 꽤 하는 외국인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또 다른 얘기다. 미국에서 미국인과 한국어로 대화할 기회가 얼마나 자주 있겠나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한 번은 미 해군부대 근처에 있는 대형 수퍼마켓에 간 적이 있었다. 이것저것을 쇼핑배스킷에 담다가 한국산 라면들이 있는 것을 보고 몇 개를 집어들었다.

그 순간 갑자기 뒤에서 한국어 음성이 들렸다.

"그거 매워요."

???

뒤를 돌아보니 30대쯤 돼 보이는 백인 남자가 아내, 아기와 함께 서 있었다.

나: (영어로) 방금 한국말 한 게 당신이냐?
백인남: (한국어로) 예.
나: !
백인남: (씨익 웃음)
나: (또 영어로) 그런데 한국어를 참 잘 한다.
백인남: (또 한국어로) 한국말로 하시죠...
나: !! 아, 예... 근데, 한국어를 어디서 배우셨나요?
백인남: 미군으로 한국에서 몇 년 근무했습니다.
나: 그래도 한국어 배우기가 어려울 텐데 참 잘 하시는군요.
백인남: (손사래까지 치며) 아니요. 쥐꼬리 만큼 합니다.
나: !!!

'쥐꼬리 만큼'이라는 표현까지 쓸 줄 알았다.

그 미군과 내가 수퍼마켓에서 서로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자 그의 아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내는 한국어를 못 하는 듯 했다. 그러자 그는 아내에게 우리가 한국어로 나눈 대화내용을 영어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쥐꼬리'를 'Rat's Tale'이라고 번역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더라.

그렇다고 미국에서 주한미군 출신을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위의 경우처럼 주한미군 출신들이 먼저 접근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아주 흔히 마주친다고는 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더러 눈에 띄긴 한다. 몇 년 전엔 지금 내가 살고있는 지역 쇼핑센터내에 있는 게임판매점 주인이 주한미군 출신이었다. 게임을 구입하러 우연히 그곳을 찾았는데 여주인이 대뜸 "너 한국인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활짝 웃으면서 자기도 한국에서 왔다는 것이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자신의 남편이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복무했었다는 것. 이것도 인연이라고 주인부부는 내게는 게임을 싸게 팔기도 했다. 내가 뭘 원한다는 걸 이 양반들이 다 알고 앉아있었기 때문에 발매당일 품절될 정도로 인기높은 상품들도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느긋하게 가면 거기에 항상 내 것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한국사람을 만났을 때 반갑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건 2세→해프코리언→주한미군 출신 등 한국과 인연있는 외국인 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사람들끼리는 서로 만나도 별로 반가워하지 않으니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닌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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