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1일 금요일

인디아나 존스, 켈러그 박스에 뜨다!

마켓에서 씨리얼 섹션 앞을 지나가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양반의 사진이 나온 켈러그(Kellogg) 씨리얼 박스가 눈에 띄었다.

'뉘신가' 하고 가만히 들여다 봤더니...

존스, 인디아나 존스였다.

곧 개봉하는 '인디아나 존스 4(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홍보를 위해 인디아나 존스가 씨리얼 박스에 납신 모양이다.

순간 솟구치는 수집욕!

씨리얼은 먹지 않지만 박스를 먹기(?) 위해 사고야 말았다.


▲켈러그 씨리얼 박스 앞면

그런데, DVD를 공짜로 준단다.

무슨 DVD를 준다는 건지 읽어봤더니 '인디아나 존스' 1탄 DVD를 준다고 한다.

그런데...

'토큰'을 12개 모아서 보내야만 한단다. 박스 하나당 토큰이 1개니까 12박스를 까먹어야 한다.

씨리얼 자주 먹는 사람들이야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식으로 씨리얼도 먹고 토큰 12개 모아 DVD도 공짜로 받을 수 있을테니까.


▲켈러그 씨리얼 박스 뒷면(동그란 게 토큰)

반드시 토큰을 12개 모아야 하는 건 아니다.

토큰이 1개밖에 없는 경우엔 12불(정확하겐 $11.99)을 함께 보내면 된다고. 토큰을 할인쿠폰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인디아나 존스' DVD 세트를 34불에 구입할 수 있다. 3편의 영화와 보너스 DVD가 포함된 풀세트를 34불에 구입할 수 있는데 토큰 모으고 앉아있을 필요성이...


▲'인디아나 존스' DVD 세트

아무튼, 2008년 5월22일이다!

2008년 4월 9일 수요일

'The Ruins' - 스티븐 킹에 낚이다!

'The Ruins' 소설을 읽고 영화까지 보게 된 건 이것 때문이었다:

"Best horror novel of the new century."
- Stephen King


▲스캇 스미스의 소설 'The Ruins'

스티븐 킹이 저렇게 극찬할 정도라면 소설이 재미있었겠다고?

스티븐 킹한테 영수증을 보내려다 말았수다.

뭐가 어떻길래 그러냐고?

우선 스토리부터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The Ruins'는 멕시코 휴양지에서 노닥거리던 미국인 남녀 대학생 제프, 에이미, 에릭, 스테이시와 독일인 마티아스, 그리스인 파블로 6명이 마야 유적지를 향해 출발하면서 시작한다. 마티아스의 남동생이 고고학자들과 함께 마야 유적지로 떠났는데 돌아오지 않자 직접 찾아나서기로 한 것.

일행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지만 마티아스 동생과 고고학자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순간, 정글에 사는 마야 원주민들이 총과 활로 무장한 채 나타나 일행을 포위하더니 산을 내려가지 못하게 한다. 가까이 접근하기만 해도 죽이겠다는 태세다.

영문도 모른 채 정글속에 고립된 6명은 하는 수 없이 구조될 때까지 정글서 버틸 수밖에 없게 된다. 제한된 식량과 물로 버틸 수 있는 데 까지 버텨야 하는 것.

설상가상으로 이들이 캠핑중인 곳엔 덩굴로 사람을 덮쳐 살을 뜯어먹는 괴상한 식물까지 서식하고 있었다. 바로 이것 때문에 고립됐다는 것을 눈치챈 6명은 문제의 식물이 유적 이외의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걸 막으려는 원주민들과 사람을 뜯어먹는 괴상한 식물 사이에 끼어 오도가도 못하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식물에게 죽느냐, 원주민에게 죽느냐, 자살하느냐, 아니면 어떻게든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느냐가 달렸다.



스토리는 그런대로 그럴싸해 보인다고?

그럴지도...

처음엔 그런대로 흥미진진한 편이다. 하지만, 내용이 '공포'보다는 '서바이벌'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갈수록 TV 시리즈 '서바이버(Survivor)'처럼 변해 간다. 마야 유적이나 살을 뜯어먹는 괴상한 식물이 아니라 정글에 고립된 6명의 '서바이벌 스토리'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다.

덕분에 정글에 고립된 6명의 옥신각신하는 이야기가 전부가 돼버렸다. 사람을 뜯어먹는 괴상한 식물은 6명이 산속에 고립된 원인을 제공한 게 전부일 뿐 직접적인 공포의 대상도 아니며, 마야 유적의 미스테리는 뒤로 밀어놓고 서바이벌 스토리만 늘어놓다가 막바지에 가서 얼렁뚱땅 마무리 지어버리고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물론, 공포보다는 '조난자들의 심리'를 그리는 게 목적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바이벌 이야기로 질질 끌다가 마지막에 가서 반짝하면서 허무하게 마무리 짓는 걸 보다보니 재미보다는 결과가 궁금해 매주마다 시청하게 되는 TV 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Best horror novel of the new century'라고?

동의할 수 없다. 스티븐 킹에게 제대로 낚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책의 겉표지에 써있는 스티븐 킹의 한줄짜리 리뷰를 보지 않았더라면 책을 읽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새삼스럽게 한줄짜리 광고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더라.

여기까진 소설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영화버전은 어떨까?



캐릭터 역할이 뒤죽박죽 되고 엔딩이 다르다는 것을 제외하면 스토리 자체는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내용이 소설보다 더 빈약해졌다. 소설엔 고립된 6명의 서바이벌 스토리라도 있지만 영화엔 이마저도 흐지부지 넘어간다. 빈약하고 짜임새 없는 스토리는 소설과 다를 게 없는데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서바이벌 스토리까지 건성으로 넘어가 버린 것. 이렇다보니 남은 것이라곤 6명의 아이들이 부상자 치료 목적으로 칼로 베고 자르고 하는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전부다.

소설을 쓴 스캇 스미스가 스크린플레이까지 맡았으니 스토리를 어정쩡하게 압축한 것도 스미스다. 서바이벌 스토리를 거의 모두 걷어내고, 캐릭터들의 역할을 바꿔치기 하고, 소설과 완전히 다른 엔딩을 만들어낸 것 역시 스캇 스미스의 작품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러닝타임 1시간반의 영화로 압축하기 위해 크고 작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썰렁한 대사도 영화를 망치는 데 한몫 했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원작소설을 쓴 장본인이 직접 각색한 영화 치고 원작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미(맨 왼쪽)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정글이나 무인도에 고립되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을 한다는 내용의 소설과 영화는 한 둘이 아니다. 사람을 뜯어먹고 몸 속으로 침투하는 '무언가'가 나오는 공포영화도 쌔고 쌨다. 참신함이 떨어지더라도 스토리 짜임새와 완성도가 높다면 또다른 문제다. 하지만, 'The Ruins'는 이것도 아니다. 무엇으로 보나 평균미만이다. 소설의 줄거리가 서바이벌에서 미스테리로 옮겨갔더라면 영화 줄거리도 보다 흥미진진해질 수 있었겠지만 소설은 '서바이벌', 영화는 '칼부림'밖에 남는 게 없어 보인다.

마야 유적의 '비밀'과 '미스테리'를 기대한 사람들은 'The Ruins'를 비켜가는 게 좋을 것이다. 얼핏보면 그쪽으로 보이지만 '비밀'과 '미스테리'와는 무관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스토리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는 사람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The Ruins'보다 훨씬 나은 영화들이 많으니까.

굳이 영화와 소설 중 나은 것 하나를 꼽으라면 소설이라고 해야겠지만 어지간하면 둘 다 건너뛰시구랴.

2008년 4월 5일 토요일

세상에 이런 극장도 있다!

난 극장시설이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편이 아니다. 스크린 크기, 사운드, 좌석 같은 것을 따지지 않는다. 영화를 별 문제없이 볼 수만 있으면 그걸로 됐지 극장시설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꽤 많은 DVD를 갖고있지만 빅 스크린 TV나 홈 시어터 시스템(Home Theater System) 같은 건 없다.

그럼 어떻게 DVD를 보냐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13인치 노트북 컴퓨터를 배 위에 올려놓고 보곤 했다. 랩탑(Laptop)이 아니라 '배때기탑'으로 사용했던 것. 최근 들어선 17인치 노트북으로 바꾸면서 화면 크기가 약간 커졌지만 노트북 컴퓨터로 DVD영화를 보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다.(참고: 17인치는 무거워서 배때기 위에 안 올림) 영화를 보기만 하면 되지 꼭 빅 스크린 TV와 홈 시어터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봐야 하는 건 아니잖수?

나는 항상 영화 보는 게 첫 째, 기분 내는 건 둘 째다.

그런데, 이게 서서히 바뀌고 있다.

아니다. 빅 스크린 TV와 홈 시어터 시스템을 사고싶어졌다는 게 아니다.

극장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크린이 크고 사운드가 빵빵한 극장이 좋다는 걸 이제 알았냐고?

아니다. 극장시설 타령은 아주 배부른 소리다. 아주 기초적인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극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꽤 오래 전부터 애용하던 멀티플렉스였는데 이상하게도 극장이름이 자주 바뀌었다. 처음엔 SONY Theater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이후 이것저것으로 계속 바뀌더니 AMC를 거쳐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 걸렸다. 주인도 계속 바뀐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랴. 극장 체인이 바뀌든, 이름이 바뀌든, 아니면 사장이 바뀌든 난 그저 영화만 보면 그만인데 말이다.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극장이 갑자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마크 월버그 주연의 'We Own the Night'을 보러 갔는데 영상만 나올 뿐 사운드가 안 나오는 것이다!

아직 영화가 시작한 게 아니니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두 번째 예고편이 시작할 때까지 사운드가 안 나오는 것이다!

이쯤 되자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계속 사운드가 안 나올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도 없으니 어쩌랴!

밖으로 나가 매니져를 찾았다. 매니져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극장 매니져: 무슨 일?
나: ......
극장 매니져: 무슨 일?
나: 저기 말이지. 사운드가 안 나오는데 말이야...
극장 매니져: (무전기를 뽑아 들며) 오 그래? 몇 번 방이야?
나: (몇 번 방이냔 의미를 이해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림) 2번방...ㅡㅡ;
극장 매니져: 오케이. 금방 사운드 나올꺼야.

이쯤 되니까 내가 지금 극장에 온 건지 아니면 노래방에 온 건지 헷갈리더라.

아무튼, 곧바로 사운드가 나온 덕분에 영화를 보는 덴 별 지장이 없었다.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멀티플렉스다 보니 가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생기나보다 했다.

그러나,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①영사기가 스크린이 아닌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②포커스가 맞지 않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③와이드 스크린이 아닌 4:3으로 우그려뜨려서 틀어놓는다.
④예고편이 나오다 도중에 뚝 끊기고, 다시 나오다 또 끊기고...
⑤광고가 나오다가 화면이 정지하더니 30분이 넘도록 그 위치 그대로...

이밖에도 크고 작은 트러블이 더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불행중 다행으로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 모든 해프닝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데는 별 지장이 없었던 것.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극장에 비교적 자주 오던 미국인 중년부부가 있었는데, 영화 'Rendition'의 처음 1시간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화면이 나왔다 안 나왔다를 반복하고 한동안 먹통이 되는 등 온갖 쇼를 하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는데 가만 보니까 영화의 처음 1시간 정도가 지나갔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제대로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건 아니니까 뭐...'라고 하자 '그건 그렇지...' 하면서 껄껄 웃더라.

그런데, 그 날도 어김없이 쇼를 했다. 광고와 예고편이 뚝 끊어지는 등 말이 아니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의 불평이 심했는지 그날은 극장 체인에서 사람을 보낸 것 같았지만 예고편이 나오다 뚝 끊어지고, 또 나오다 다시 끊어지기를 반복하긴 마찬가지였다. 다행히도 영화가 시작한 이후부터는 이상이 없었지만 그 미국인 부부는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여긴 다신 안 온다'며 떠났다.

나도 이런 환경에선 영화를 제대로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 편으론 재미도 있었다. 극장에 앉자마자 '오늘은 무사히 볼 수 있을까' 조마조마해지는 게 은근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2007년 겨울부터 이전과 같은 황당한 에러는 자주 발생하지 않았다. 약간의 크고 작은 실수는 여전했지만 누군가 나가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금새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이젠 좀 정신을 차렸나 싶었다.

그러더니 2008년 3월을 끝으로 폐쇄...ㅠㅠ

상영중인 영화 업데이트가 갑자기 중단되어 무슨 일인가 알아보려 했더니 전화도 다 끊어졌더라.

그냥 집어친 듯...ㅡㅡ;

2008년 4월 4일 금요일

'Nim's Island' - NIM도 보고 낚시도 하고...

소설가 알렉산드리아 로버(조디 포스터)는 넓게 트인 곳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광장 공포증(Agoraphobia)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의 아파트에 홀로 틀어박혀 생활한다. 그녀는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상의 캐릭터 알렉스 로버(저라드 버틀러)와 함께 생활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있으며, 환각상태에서 알렉스 로버와 대화까지 하는 제정신이 아닌 양반이다.

알렉스 로버를 주인공으로 하는 어드벤쳐 소설 집필에 열심이던 알렉산드리아는 남태평양의 외딴 화산섬을 배경으로 삼기로 결심하고 섬에 대한 정보수집을 하다가 우연히 님(Nim)이라는 여자 아이(애비게일 브리슬린)가 과학자 아버지 잭 루소(저라드 버틀러)와 단 둘이 살고있는 섬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으로 이메일을 보낸 알렉산드리아는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잭 루소가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님 혼자서 생활하고 있다는 걸 알게된다.

아파트 문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처지의 알렉산드리아가 님이 살고있는 섬까지 갈 수 있을까? 그녀가 만든 소설상의 액션 히어로처럼 님을 도와줄 수 있을까?

'Nim's Island'는 저라드 버틀러, 조디 포스터가 나오는 어린이용 어드벤쳐 코메디 영화다. 조디 포스터는 어린이용 어드벤쳐 소설 작가로 나오고 저라드 버틀러는 어드벤쳐 소설의 주인공 알렉스 로버와 과학자 잭 루소로 1인2역을 맡았다.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저라드 버틀러가 인디아나 존스의 사촌쯤 돼 보이는 알렉스 로버로 나오는 데다 조디 포스터까지 나온다니 꽤 섹시하게 들렸다.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까진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Nim's Island'는 100%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영화였다.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가 나온다길래 못해도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 시리즈 정도는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어린이 시간대에 방송하는 TV 프로그램 수준이더라.

그런데, 아이들도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영화가 상당히 아동틱 했지만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들도 그저 스크린만 말똥말똥 응시할 뿐 유쾌한 표정이 아니었다. 배경 스토리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판타지도 어드벤쳐도 아닌 어정쩡한 패밀리 영화라는 걸 눈치챘는지 다들 시큰둥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은 한 미국인 아버지는 아이들보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는 '척' 하더라. 아이들이 무표정으로 스크린을 노려보기만 하자 '우와 저거 봐라', '멋지다 멋져!'를 연발하면서 분위기를 띄우는데 '아버지 노릇 하기도 참 힘들구나' 하는 생각밖엔...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의 연기도 입을 벌어지게 만든다. 유치원생용 영화를 만들기로 작심하고 나온 모양이더라. 유아용 TV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줄 착각하는 듯한 이들의 모습을 1시간반동안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이란...

버틀러는 둘 째 치더라도 조디 포스터가 망가지는 걸 보는 재미는 있다. 차갑고 지적인 조디 포스터가 자빠지고 부닺치고 야단 법석을 부리는 코메디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볼만한 것은 못된다. '미스터 빈(Mr. Bean)'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전부기 때문이다. 아이들용 코메디 영화에 나와서 한번 망가져 보겠다는 것까진 좋았지만 '이건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 중에서 제일 나은 게 아역배우 애비게일 브리슬린(Abigail Breslin)이다.

애비게일 브리슬린이 누구냐고?

작년말 'An American Girl' 트레일러를 보면서 저 아역배우가 '골든 콤파스(The Golden Compass)'의 라이라역에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바로 그 아역배우가 애비게일 브리슬린이었다. '골든 콤파스'가 영국소설이라서 미국인 아역배우는 곤란하지 않냐는 '국적문제'가 걸리지만 여러모로 라이라역에 참 잘 어울릴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Interview with the Vampire'에서의 어렸을 적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가 생각나기도 했다.

애비게일은 'Nim's Island'에도 잘 어울렸다. 저라드 버틀러, 조디 포스터 모두 영화내내 엉거주춤해 보였지만 애비게일만은 제 역할을 맡은 것처럼 보였다. 비록 여자판 타잔(타순이?) 시늉을 낸 게 전부였지만 판타지 어드벤쳐 영화의 꼬마 히로인역에 잘 어울려 보였다.



그러나, 아역배우 하나만으론 충분치 않은 영화다. 영화 자체가 워낙 부족한 게 많기 때문이다. 'Nim's Island'는 오락적인 면으로 보나 어린이용 영화로 보나 수준미달인 영화다. '골든 콤파스'의 화려한 특수효과도 없고 '워터 호스(Water Horse)'의 감동도 없다.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의 액션과 어드벤쳐도 없다. 저라드 버틀러와 조디 포스터가 출연한다는게 전부일 뿐.

어떻게 보면 'Nim's Island'는 어린이보다 부모들을 낚기위해 만든 영화다. 영화 자체는 기저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아이들 영화지만 출연배우들은 부모들에게 친숙한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Nim's Island' 원작소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인기있는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Nim's Island를 보러 가자'고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 주목!

만약 부모들이 'Nim's Island 보러 가자'고 하면 '그렇게 지루한 영화를 왜 극장까지 가서 돈 주고 보려 하느냐'고 해라.

특히, U2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들은 부모들이 'Nim's Island 보러 가자'고 하면 '차라리 그냥 집에 있겠다'고 해라.

U2의 'Beautiful Day'를 엔딩 타이틀곡으로 사용했을 줄이야! U2가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그룹이었나?

아무튼, 말 나온 김에 뮤직비디오나 봅시다.

2008년 3월 31일 월요일

억지로 수퍼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을까

유니버설 픽쳐스가 언론인 출신 소설가 다니엘 실바(Daniel Silva)의 게이브리얼 앨런(Gabriel Allon) 소설 시리즈 라이센스를 사들였다고 한다. 유니버설이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를 대체할 스파이 스릴러 영화로 실바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를 택했다니 한번 읽고 싶어졌다.

2006년작 '메신저' 영화가 2010년 개봉예정으로 알려진 만큼 이것부터 먼저 읽었는데 내 입맛엔 영 맞지 않았다. 알카에다의 폭탄테러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대통령과 로마 교황 암살을 노리자 수퍼 에이전트 게이브리얼 앨런과 그의 모사드 팀이 이를 저지하며 영웅이 된다는 뻔한 스토리가 전부였다.

2007년작 '스크릿 서밴트(The Secret Servant)'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알카에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폭탄테러 등 'HERE-WE-GO-AGAIN'이었다.


▲다니엘 실바의 '시크릿 서밴트'

전편에 비해 안티 아랍 수위가 낮아진 건지, 아니면 내가 실바의 스타일에 익숙해져서인지 모르겠지만 '메신저'보다 거부감은 덜 했다.

하지만, 게이브리얼 앨런을 '유대인 수퍼 에이전트'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변함없었다.

이번엔 어떻게 수퍼 히어로(?)가 되냐고?

'메신저'에선 미국 대통령과 교황을 구해 '스타'가 되더니 이번엔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집트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영국주재 미국대사의 딸을 구출하면서 다시 한번 '스타'가 된다. 게이브리얼 앨런은 이미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상태며, 테러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그의 사진이 실명과 함께 신문에 실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 정보부는 게이브리얼 앨런을 스타 에이전트로 동경하는 것(Star-struck)으로 나온다.

잠깐! 'Secret Agent'가 유명한 게 정상이냐고?

작가 다니엘 실바가 이것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였을까? 게이브이얼 앨런을 'Not-so-secret-agent'라고 했더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퍼 히어로 에이전트를 만들자니 별 수 있었겠수?

잠깐 원 모어 타임!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퍼 히어로 에이전트를 탄생시키고자 한다고 소설상에서까지 영웅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냐고?

당연히 없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라는 제임스 본드(James Bond)도 소설상에선 '유능한 에이전트' 정도가 전부일 뿐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미국 대통령, 교황과 친분이 있는 거물급 유명인사가 아니다. 배트맨(Batman)과 같은 코믹북 수퍼 히어로들은 만화상에서도 히어로로 나오지만 제임스 본드는 아니다.

배트맨? 지금 게이브리얼 앨런을 배트맨에 비유하냐고?

납치된 미국대사 딸이 자신을 구출하려던 게이브리얼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가 언젠간 나를 구하러 올 것'이라고 혼자 생각하는 대목에선 영락없이 코믹북 수퍼 히어로가 떠오르더라.

그렇다면 다니엘 실바(사진)는 무슨 이유에서 이토록 간지러운 수준으로 게이브리얼 앨런 영웅 만들기에 열중했을까?

'세계를 지키는 유대인 수퍼 에이전트'를 만들어 가면서 호감을 갖도록 만들어야 할 정도로 반유대 정서가 심한 걸까?

다니엘 실바의 소설들을 얼핏보면 사실적인 카운터 테러리즘(Counter-Terrorism) 소설로 보이지만 이것은 포장일 뿐이고 '유대인을 좋아하라', '이스라엘을 지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게 본 목적이다. 유대인과 이스라엘은 항상 옳고,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나라들은 전부 틀렸으며, 게이브리얼과 그의 모사드 팀이 테러리스트에 무지한 유럽인들을 구해준다는 설정으로 이를 정당화 하는 게 전부다.

그렇지 않고서야 간지러울 정도의 게이브리얼 앨런 영웅 만들기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게이브리얼 앨런을 유대인 수퍼 스파이 캐릭터로 만들겠다는 순수한 의도가 전부로 보이지 않는 것. 실바의 소설이 이상하게 신경에 거슬리는 이유는 이런 부분들 때문인 것 같다.

일부는 다니엘 실바를 '존 르 카레(John Le Carre)에 비견하는 스파이 픽션 작가'라고 하지만 나는 여기에도 동의할 수 없다. 실바가 중동 테러리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있다는 것은 의심치 않지만 소설가로써의 글솜씨는 아직 먼 것 같다. 차라리 논픽션이라면 덜 간지러웠을지 모르지만 실바의 소설은 노련한 소설가가 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실바의 소설에서도 역시 기자와 소설가의 차이가 느껴진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들었으니 소잿거리는 많을 것이다. 실바 본인도 '소잿거리는 풍부하다'고 했다. 하지만, 맛깔나는 픽션을 만들어내는 소질이 부족하면 별 소용 없다. '소설가' 다니엘 실바의 약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영화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시크릿 서밴트' 영화가 발표된 것도 아니므로 영화 타령을 하기엔 지나치게 이른 감이 있지만 유니버설 픽쳐스가 총 7편의 게이브리얼 앨런 시리즈 영화제작권을 갖고있는 만큼 영화 '메신저'의 후속편으로 '시크릿 서밴트'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줄거리가 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메신저'에 나왔던 사라(Sarah)가 '시크릿 서밴트'에 다시 나오는 만큼 '메신저' 다음으로 이 소설을 영화화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유니버설 픽쳐스가 '메신저' 영화를 2010년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졌으니 만약 '시크릿 서밴트'도 영화화 된다면 - 당연하겠지만 - 2010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영화는 소설보다 단순해지는 데다 유니버설이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이을 후속 시리즈로 택한 만큼 스토리 보다는 액션 위주의 스릴러 영화로 만들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영화화 하느냐에 달린 문제겠지만 '시크릿 서밴트'는 소설보다 차라리 영화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다지 기대는 안 되지만...

2008년 3월 30일 일요일

'맥스 페인'역에 마크 월버그 어울릴까

Take-Two의 비디오게임 '맥스 페인(Max Payne)'이 드디어 영화화 된다. 벌써 일치감치 영화로 제작됐을 법한 게임이지만 2008년 가을이 돼야 영화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비디오게임 '맥스 페인'은 살인누명을 쓴 뉴욕 형사, 맥스 페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3인칭 시점 액션/어드벤쳐 타이틀로, '불렛 타임(Bullet Time)' 등 스타일리쉬한 액션으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게임이다.

'맥스 페인'의 대표적인 특징은 그래픽 노블을 통해 줄거리를 전개한다는 것. 맥스 페인의 독백을 들으며 그래픽 노블 페이지를 넘기는 독특한 방식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주인공 맥스 페인은 누가 연기할까?

맥스 페인역은 마크 월버그(Mark Wahlberg)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Marky 'Good Vibration' Wahlberg다.


▲영화 '슈터'에서의 마크 월버그(왼쪽)와 맥스 페인(오른쪽)

영화 '신씨티'와 'Shoot'em Up'으로 그래픽 노블 팬들에게 친숙한 영국배우 클라이브 오웬(Clive Owen)도 맥스 페인역에 잘 어울릴 것처럼 보이지만 마크 월버그도 크게 잘못된 캐스팅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퍼펙트 매치까지는 아니지만 납득이 가는 선택이다.

'힛맨(Hitman)'의 에이전트47역으로 티모시 올리판트(Timothy Olyphant)를 캐스팅한 데 비하면 맥스 페인역의 마크 월버그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맥스 페인' 1편에서의 맥스 페인


▲'맥스 페인 2'에서의 맥스 페인

그렇다면 여주인공은?


▲'맥스 페인 2'에서의 모나 색스(Mona Sax)


'힛맨'의 올가 쿠리렌코(Olga Kurylenko)에 이어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태생 여배우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 됐다. 20세기 폭스가 보기엔 비디오게임을 기초로 한 액션영화 여주인공으론 우크라이나 태생 여배우가 왔다인 모양이다.


▲밀라 쿠니스

비디오게임을 옮긴 영화에 대한 기대를 접은지 오래다. 가장 최근에 본 '힛맨'도 비디오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에서 예의상 본 게 전부였다.

과연 존 무어(John Moore) 감독의 '맥스 페인'은 어딘가 다른 데가 있을까?

2008년 3월 27일 목요일

인도로 간 재규어와 랜드 로버 007과도 이별?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Ford)가 영국산 고급 자동차 재규어(Jaguar)와 랜드 로버(Land Rover)를 인도의 타타 모터스(Tata Motors)에게 23억불에 넘겼다고 한다.


느닷없이 '구루마' 얘기를 꺼낸 이유가 뭐냐고?

포드가 2002년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까지 3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자동차를 공급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제임스 본드가 당시 포드사 소유였던 영국산 고급 스포츠카 아스톤 마틴 뱅퀴시(Vanquish)를 끌고 징크스(할리 베리)는 포드사의 썬더버드, 자오(릭 윤)는 재규어 XKR을 몰고 나온 것 모두 포드와 007 시리즈의 계약 덕분이었다.

'카지노 로얄'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임스 본드가 운전한 아스톤 마틴 DBS, 포드 몬데오(Mondeo) 모두 포드사 자동차다.


▲본드카 포드 몬데오

본드가 직접 몬 자동차 이외의 영화 곳곳에 나온 나머지 자동차들을 살펴보면 재규어 천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임스 본드가 직접 운전하는 씬이 없는 대신 영화에 자주 나오는 것으로 때운 것.


▲제임스 본드 뒤에 주차된 재규어


▲길 옆에 주차된 재규어


▲베스퍼를 납치한 르쉬프 일당이 모는 차도 재규어


▲길거리에도 재규어. 볼보도 눈에 띈다. 볼보도 포드 소유.


▲미스터 화이트가 모는 차 역시 재규어

재규어 뿐만 아니라 랜드 로버도 '카지노 로얄'에서 한가닥 한다. 본드를 파킹보이로 오인한 호텔손님의 차가 바로 랜드 로버였다.


▲파킹보이 본드가 랜드 로버에 오르는 모습


▲본드가 탄 랜드 로버 왼편으로 또 한대의 랜드 로버가 보인다


▲뒤로 후진하면서 랜드 로버와 충돌한 차는 재규어

소니전자 뿐만 아니라 포드의 007 간접광고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포드가 재규어와 랜드 로버를 모두 인도의 자동차 회사에게 넘긴 이상 '콴텀 오브 솔래스'에선 더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묘한 건 007 시리즈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아스톤 마틴, 재규어, 랜드 로버 모두가 포드사를 떠났다는 것. 포드는 아스톤 마틴을 먼저 처분한 데 이어 재규어와 랜드 로버까지 마저 처리해버렸다.

그렇다면 포드는 이번 007 영화에 어떤 자동차들을 선보일 예정일까?

'콴텀 오브 솔래스'는 '카지노 로얄' 울궈먹기?

제임스 본드가 미스터 화이트를 찾아가면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은 끝난다.

제임스 본드가 자신의 이름을 'Bond, James Bond'라고 소개하는 장면이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 유일한 제임스 본드 영화가 될 뻔 했지만 바로 그것이 '카지노 로얄'의 마지막 대사였다.



이렇게 '카지노 로얄'은 끝났다.

그런데,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후속작 '본드22' 스토리가 '카지노 로얄'과 이어지는 것으로 밝혀진 것. '본드22' 스크린라이터 폴 해기스는 '본드22'가 '카지노 로얄'의 엔딩 2분후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2분후?

간단히 말하자면 '본드22'는 '카지노 로얄' 엔딩에서 제임스 본드가 미스터 화이트를 찾아간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바로 그 '본드22'가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다.

얼마 전 소니 픽쳐스가 공개한 '콴텀 오브 솔래스' 티져 포스터를 보더라도 영화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007 제작팀의 속셈이 대충 들여다 보인다는 것.

1) 무슨 이유에서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지도록 했을까?

다니엘 크레이그를 '진지한 스타일의 원작형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한 만큼 '카지노 로얄' 후속편에서도 같은 스타일을 유지해야겠는데 어지간한 이언 플레밍의 소설들은 죄다 영화화 됐으니 플레밍 원작에 더이상 기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떻게서든 '카지노 로얄'에 미련을 둘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플레밍의 소설을 영화로 옮기면서 줄거리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2) 왜 '콴텀 오브 솔래스'란 제목을 택했을까?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진다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플레밍의 소설엔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이어붙이려는데 제목까지 생뚱맞으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언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소설 제목 대부분이 이미 영화에 사용됐으니 아직 사용하지 않은 플레밍의 숏스토리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영화제목으로 그다지 섹시하게 들리지 않지만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아는 본드팬들에겐 친숙한 제목이라는 이유로 밀어부친 게 분명해 보인다. 정작 영화 줄거리는 플레밍의 '콴텀 오브 솔래스'와는 전혀 상관없더라도 말이다.

3) 왜 자꾸 베스퍼 타령을 하는 걸까?

'카지노 로얄' 소설에도 나왔고 영화에도 나왔다: "The bitch is dead."



본드가 베스퍼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녀의 자살로 인해 충격받은 건 맞지만 책에선 곧바로 냉정을 되찾는다. 베스퍼에 대한 감정은 'The bitch is dead'로 정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영화에선 베스퍼를 놓아주지 않을 모양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에 등장하는 범죄조직이 베스퍼와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본드는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도 여전히 베스퍼를 기억하고 있으며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배후조직에 복수를 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랑하던 여자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한다'는 설정이 왠지 낯설지 않다.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이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는 소설 '여왕폐하의 007'에서 결혼식 직후 블로펠드 일당에게 아내 트레이시를 잃게 되고 후속편 '두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에서 거진 폐인처럼 생활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본드는 블로펠드를 찾아내 결국엔 복수를 하고야 만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트레이시가 죽는 것만 나올 뿐 본드가 블로펠드를 찾아가 복수하는 건 나오지 않는다. 본드가 '사랑하던 여자를 잃는 것'만 나올 뿐 '복수'를 하는 건 영화에 나오지 않은 것. 그런데,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베스퍼의 죽음'과 '복수'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고 있다. 007 제작팀이 스토리와 캐릭터만 바꿔치기한 '언오피셜 두번 산다'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트레이시 대신 베스퍼의 죽음으로 어설픈 복수극을 꾸리려는 게 아니냔 생각이 드는 것.

4) 진지하고 사실적인 것만으로 충분할까?

'카지노 로얄'의 키워드는 '진지한 제임스 본드'와 '사실적인 액션'이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삼을 수 있었다는 걸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카지노 로얄'의 내용이 소설과 100%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이언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을 영화화 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플레밍이 책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의 모습과 영화배우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이 천지차이가 나는 데도 불구하고 원작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가장 가까운 배우라는 찬사가 쏟아진 것도 플레밍의 유명한 소설 '카지노 로얄' 덕분이 컸다. 하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에선 이러한 것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제목만 이언 플레밍의 숏스토리에서 따왔을 뿐 스토리 자체는 100% 새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암울하고 진지하고 사실적이긴 하지만 제임스 본드다운 것은 부족한 액션영화가 될 수도 있다. 줄거리가 '카지노 로얄'과 이어지는 만큼 관객들이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것을 잊을만 하면 베스퍼 이야기를 꺼내면서 리프레시 시켜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2008년 3월 26일 수요일

'인디아나 존스 4' 위젯?

간만에 인디아나 존스 홈페이지에 갔더니 이상한 게 하나 추가됐더라.

'인디아나 존스 4 위젯'이었다.





뭐가 들어있나 봤더니 추첨을 통해 '인디아나 존스 4(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월드 프리미어 초대권을 받을 수 있는 'Indiana Jones and the Kingdom of the Crystal Skull Fan Correspondent Sweepstakes'가 있었다.

이 행사의 참가등록을 마치려면 '인디아나 존스 위젯'을 올려야만 했다.

그래서 재미삼아 한번 해 봤수다.



위에 보면 카운트다운까지 한다.

2008년 5월22일이다. (미국 개봉일)

2008년 3월 25일 화요일

톰 포드, 누드광고, 그리고 제임스 본드

톰 포드 인터내셔널(Tom Ford International)이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서 DOUBLE-O-SEVEN이 입을 수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브리오니(Brioni)에서 미국 디자이너 톰 포드(Tom Ford)의 브랜드로 교체된 것.



그런데, 톰 포드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이 사진이다.



위의 사진은 톰 포드가 2000년대초 선보였던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남성용 향수 M7 잡지 광고다. Samuel de Cubber의 풀 프론탈 누드(Full Frontal Nude)사진의 YSL 광고는 성인용 잡지가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메인스트림 패션 잡지에 게재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잡지 광고에 성기를 노출한 남성모델 사진을 사용한 건 톰 포드가 처음이라고도 한다.

요즘같은 세상에 성기노출 가지고 왈가왈부할 사람들은 많지않을 것이다. 성기까지 묘사한 수많은 누드그림과 조각상들이 있는데 저 정도의 평범한 누드사진을 보고 '포르노다', '아이들이 볼까 두렵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지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성기노출 누드는 안된다'는 금기가 완전히 깨진 건 아니지만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니까.

그런데, 톰 포드가 광고에 누드를 상습적으로 사용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M7광고 이전엔 소피 달(Sophie Dahl)을 모델로 한 YSL Opium 광고로 화제를 끌었다고.



톰 포드 브랜드에 대해서도 아는 게 많지 않다. 이쪽 분야에 관심이 높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하지만, 광고들은 역시 볼거리가 많더라.




▲왠지 향기가 좋을 것 같지 않수? 향수 말고 병...

그렇다고 향수광고가 전부는 아니다.

톰 포드는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스칼렛 조핸슨(Scarlet Johanson)과 함께 미국 대중잡지 Vanity Fair 표지를 장식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톰 포드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어울리냐는 것이다.

과연?

옷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톰 포드가 '음모'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아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긴 힘들 것 같다.

톰 포드가 음모를 좋아한다고?

이에 대한 증거도 있다.



저건 GUCCI 광고니까 'G' 모양으로 깎았지만 제임스 본드 영화에선 'J' 또는 'JB'로 깎으면 되겠지? 아니면 007 건로고 모양으로 깎아도 되겠구만...

그렇다. 나도 음모 참 좋아한다.

'Pubic Hair'.

이 단어 처음 배웠을 때 'Public Hair'로 착각했었지 뭐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게 '퍼블릭'이 될 수 있나 했는데 가만 보니까 'L'이 없더만...

2008년 3월 24일 월요일

제임스 본드 IN 흰색 턱시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대표하는 패션은 '턱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제 1탄 '닥터노(Dr. No)'에서 제임스 본드가 처음으로 자신을 소개할 때부터 입고 나온 이후 턱시도는 제임스 본드의 비공식 유니폼이 됐다. '수퍼맨'처럼 바지 위에 빤쓰를 입는 수퍼히어로 패션 대신 턱시도를 택한 셈으로 보일 정도로 제임스 본드는 턱시도를 즐겨 입는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제임스 본드가 흰색 턱시도를 입고 나왔을 때다.

제임스 본드가 영화에서 흰색 턱시도를 처음으로 입고 나온 건 1964년 영화 '골드핑거(Goldfinger)'에서다. 잠수복을 벗자마자 턱시도 차림으로 변신(?)하던 유명한 씬에서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Sean Connery)가 입었던 빨간색 카네이션을 꼽은 흰색 턱시도가 처음이다.

그리곤, 곧바로 '전설'이 됐다. 흰색 턱시도 재킷에 빨간 카네이션을 꼽은 걸 보면 자동으로 제임스 본드를 떠올리게 만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숀 코네리 이외의 제임스 본드들도 흰색 턱시도를 입고 출연한 적이 있을까?

조지 래젠비(George Lazenby)는 모델출신이긴 했지만 흰색 턱시도를 입어 볼 생각을 해볼 틈이 없었다. 단 1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끝으로 살인면허를 반납했기 때문이다.

조지 래젠비는 그의 유일한 007 영화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 1969)'에서 흰색 턱시도를 입지 않았다. 카지노씬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의 결혼식 씬도 있었지만 흰색 재킷을 걸치지 않았다.



흰색 턱시도 재킷은 1971년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로 돌아온다. '골드핑거' 이후 처음으로 제임스 본드가 흰색 턱시도 재킷을 입은 것.

한동안 입지 않았던 흰색 턱시도 재킷을 갑자기 꺼내입은 이유는?

'컴백'이 영화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의 키워드였기 때문일 것이다.

조지 래젠비가 007 시리즈를 떠나자 숀 코네리가 제임스 본드 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흰색 턱시도 원조(?) 영화인 '골드핑거'를 감독했던 가이 해밀턴(Guy Hamilton)도 컴백했다. 이와 함께 흰색 턱시도까지 007 시리즈로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카네이션이 보이지 않는다고?

빨간색 카네이션도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로 컴백했다. 다만, 이번엔 흰색이 아닌 검정색 재킷을 택했을 뿐.



이때까지만 해도 흰색 턱시도 재킷을 입고나왔던 배우는 숀 코네리가 유일했다.

그러나, 숀 코네리의 뒤를 이어 로저 무어(Roger Moore)가 살인면허를 발부받으면서 흰색 턱시도도 물려받았다.

흰색 턱시도는 무어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 - 1974)'에 나온다. 숀 코네리에 이어 두 번째로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흰색 턱시도 재킷을 입고 나온 것.

아쉽게도 빨간색 카네이션은 빠졌지만 제임스 본드가 흰색 턱시도 재킷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한동안 제임스 본드는 검정색 턱시도만을 고집했다.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 - 1977)', '문레이커(Moonraker - 1979)',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 - 1981)'까지 연달아 검정색 재킷만 입고 나온 것.

흰색 턱시도가 돌아온 건 1983년 영화 '옥토퍼시(Octopussy)'다.

인도의 카지노씬에서 로저 무어가 흰색 턱시도 재킷을 다시 한번 입고 출연했다. 빨간색 카네이션은 'STILL MISSING'.

로저 무어는 숀 코네리에 이어 2편의 다른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흰색 턱시도 재킷을 입고 출연한 배우가 됐다.



그러나, 로저 무어는 2편으로 끝내지 않았다.

무어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 - 1985)'에서도 흰색 턱시도를 또다시 입고 나온다. 2편의 007 영화에서 연속으로 흰색 턱시도를 입고 출연한 배우는 현재까지 로저 무어가 유일하다.

뿐만 아니라, 모두 3편의 007 영화에서 흰색 턱시도를 입은 배우도 로저 무어가 유일하다. 현재까지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은 제임스 본드 영화(7편)에 출연한 배우인 만큼 흰색 턱시도를 입은 횟수도 가장 많다.

하지만, 빨간색 카네이션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흰색 재킷과 빨간 카네이션이 숀 코네리를 연상시키기 때문인 듯 하다.



로저 무어가 '정년퇴직' 하자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이 뒤를 이었다.

달튼은 딱딱하고 어두운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다.

그래서일까? 어둡고 진지한 본드를 연기했기 때문에 흰색 턱시도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일까?

티모시 달튼은 007 시리즈에서 흰색 재킷을 한 번도 입지 않았다.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 '라이센스 투 킬(License To Kill)' 2편에 출연한 게 전부였으니 흰색 턱시도를 입어 볼 기회가 없었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이유가 무엇이든 티모시 달튼은 조지 래젠비에 이어 흰색 턱시도를 입지 않은 제임스 본드 그룹에 속한다. 등은 검고 배는 하얀 '펭귄형 패션'만 보여준 그룹이다.



티모시 달튼에 이어 제임스 본드가 된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도 펭귄형 패션 그룹에 속한다. 모두 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했지만 단 한번도 흰색 재킷을 입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티모시 달튼과 달리 브로스난은 로저 무어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카리스마 면에선 따라가지 못했지만 피어스 브로스난이 연기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가 '깔끔한 외모의 플레이보이형'이란 데서부터 로저 무어와 겹쳤다.

하지만, 브로스난은 검정색 턱시도만 입다가 끝났다. '골든아이(GoldenEye - 1995)'에서부터 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 2002)'까지 펭귄형 패션만 내리 보여주고 떠난 것.



피어스 브로스난 시대도 지나고 이젠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차례다.

인물이 약간 딸린다, 블론드다, 키가 역대 제임스 본드 중에서 가장 작다는 등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된 것에 대해 말이 참 많았지만 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 2006)'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80년대 후반 티모시 달튼이 연기했던 제임스 본드 스타일을 이어가고 있다. 차갑고 진지한 이언 플레밍 원작의 제임스 본드에 한결 가까워진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것. 영화도 피어스 브로스난 시절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다.

그렇다면 흰색 턱시도는?

흰색 턱시도는 로저 무어의 1985년 영화 '뷰투어킬'을 마지막으로 20년이 넘도록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카지노 로얄'에서 검정색 재킷을 입은 게 전부다.



크레이그는 현재 그의 두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 2008)'를 촬영중이다.

과연 이번엔 흰색 턱시도를 입은 제임스 본드를 볼 수 있을까?

그나저나 다니엘 크레이그가 흰색 턱시도에 어울리긴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