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올드보이(Oldboy)'가 미국 iTunes 스토어에 떴다. 덕분에 미국에 사는 교포들도 힘들게 DVD를 구입하지 않고 '올드보이'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iTunes에 올라온 리뷰를 보니 한글음성에 영어자막이 아니라 영어로 더빙된 버전이라고 한다.
물론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자막을 읽는 것보다 더빙된 게 편한 것은 사실이다. 자막을 읽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요령이 생겼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성가시게 눈알 굴리기 할 것 없이 더빙처리하는 게 미국인들에게 더욱 편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더빙의 퀄리티다. 일본산 비디오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영어로 더빙한 것을 들어보면 귓구멍을 닫고싶은 충동이 생길 때가 많다. '게임은 재미있는데 영어더빙이 망쳤다'는 생각이 한 두 번 든 게 아니다.
그래도 게임과 애니메이션까지는 그런대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그렇지만 영화는?
리뷰어에 의하면 '트레일러는 자막버전을 보여주지만 판매하는 것은 더빙버전'인데 더빙 퀄리티가 'HORRIBLE'이라고 했다.
이것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미국 iTunes 스토어에서 판매중인 한국영화가 모두 몇 개나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괴물(The Host)'도 iTunes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리뷰를 읽어보니 '괴물' 역시 더빙버전인 듯 했다.
그리고, 역시 영어더빙을 맡은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리뷰들이 눈에 띄었다.
내 주변엔 나 자신을 비롯해 미국생활 2~30년 이상 한 사람들이 전부지만 한국영화를 영어더빙판으로 볼 정도로 'AMERICANIZE'되진 않았다. 성우의 연기가 수준급이라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욕밖에 안 나올 것이다. 물론 직접 구입해서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험악한 지 알 순 없지만 영어더빙 수준이 항상 무시무시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직접 맛을 안 봐도 대충 알 것 같다.
그렇다고 한국인들만 피곤한 게 아니다. 미국인들도 귀가 있기 때문에 썰렁한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를 견디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고자 더빙을 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한번은 한 미국 게임 사이트 기자가 일본 게임회사 대표에게 "일본어 음성에 영어자막으로 하지 꼭 영어로 더빙할 필요가 있느냐"고 질문하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굳이 영어더빙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없다. 성우진에 자신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엔 차라리 자막을 사용하는 게 더욱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iTunes에서 판매하는 영화들이 자막(Subtitle)을 지원하는 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iTunes 플레이어에는 'Audio & Subtitles'라는 옵션이 있지만 iTunes에서 구입한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를 보면서 자막출력을 할 수 없었다. 오디오 옵션만 있을 뿐 서브타이틀 옵션은 없었다.
그 사이에 서브타이틀을 지원하도록 업데이트되었다면 몰라도 아직까지는 iTunes로 비디오를 보면서 서브타이틀 키고 끄는 건 불가능한 듯 하다.
불어나는 짐이 부담스럽긴 해도 역시 영화는 DVD로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음악은 거의 100% iTunes에서 구입하지만 영화까지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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