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스케이팅은 동계 올림픽 때나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보는 정도일 뿐 특별히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007 시리즈 주제곡을 사용한다는데 어찌 안 볼 수 있겠수?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금(Gold)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영화제목만 해도 '골드핑거(Goldfigner)',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Gun)', '골든아이(GoldenEye)' 등 '골드' 천지다. 심지어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탄생시킨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은 금색 타이프라이터를 사용했으며, 자메이카의 별장 이름도 '골든아이'라 불렀다.
그래서 일까? 김연아가 제임스 본드 사운드트랙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는 뉴스를 듣는 순간 동계 올림픽 금메달이 보이더라.
자 그럼 김연아는 어떤 제임스 본드 노래들을 사용했을까?
예상했던대로 유명한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가 빠지는 일은 없었다. 007 시리즈를 테마로 한 퍼포먼스를 하면서 '제임스 본드 테마'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도 한 남자 피겨 스케이터가 007 시리즈 테마의 퍼포먼스를 펼친 바 있었는데, 그 때도 역시 '제임스 본드 테마'는 빠지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대로 였다. 그런데 나머지 곡들이 메인타이틀이 아니라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평범한 배경음악들이었다는 게 약간 의외였다. '썬더볼(Thunderball)',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 등 007 시리즈 사운드트랙에서 노래를 고른 것만은 분명했지만 전세계인들의 귀에 익은 메인타이틀곡은 없었다. '제임스 본드 테마'와 함께 보컬이 없는 오케스트라 버전 메인타이틀곡들을 섞어서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래도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건 아니다.
다른 곡은 몰라도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가 부른 'You Only Live Twice'는 분명히 사용할 것으로 생각했다. 피겨 스케이팅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지만 이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봅시다.
그러나 'You Only Live Twice' 메인타이틀곡은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You Only Live Twice' 주제곡과 매우 흡사한 '다이 어나더 데이'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작곡가 존 배리(John Barry)의 60년대 오리지날 대신 데이빗 아놀드(Davil Arnold)의 2000년대 짝퉁으로 대신한 것이다.
007 시리즈 40주년 기념작이었던 '다이 어나더 데이'가 하나부터 열까지 오마쥬 투성이였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왜 이 노래를 'You Only Live Twice 짝퉁'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기왕 하는 김에 오리지날을 고르지 구태여 짝퉁을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오리지날을 사용하고 싶었는데 영화 'You Only Live Twice(두 번 산다)'가 일본에서 찍은 영화였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짝퉁을 고른 것일까?
김연아의 라이벌이 일본선수인 만큼 일본에서 촬영했을 뿐만 아니라 2명의 일본 여배우가 본드걸로 출연했던 영화의 주제곡을 사용하기가 껄끄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래만 좋으면 됐지 이런 것까지 따질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점수만 잘 받았으면 됐지 노래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맞다. 점수만 잘 받았으면 됐지 노래는 문제될 게 없다.
다만 007 시리즈 주제곡 중에서 어떤 노래들이 나오나 궁금했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웠던 것만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내가 피겨 스케이팅 팬이 아니라 본드팬이기 때문인 듯.
내친 김에 김연아의 멋진 퍼포먼스도 다시 한 번 봅시다.
다 좋은데 관중석에서 누가 자꾸 개 우는 소리를 내는데 참 신경에 거슬린다...
역시 이런 포스팅이... 기대를 저버리시지 않는 본드님^
답글삭제아무래도 관심이 그쪽으로... ㅋ
답글삭제암튼 '골든걸'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