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0일 화요일

'미션 임파서블 4', 최고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가 나왔다

 헐리우드 미남배우 톰 크루즈(Tom Cruise)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로 돌아왔다. 여러 문제들로 인해 3탄을 끝으로 톰 크루즈 주연의 또다른 '미션 임파서블' 영화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결국엔 그의 네 번째 영화가 또 나왔다.

바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Ghost Protocol)'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린 기억이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라고 하면 뭐니뭐니 해도 짐 펠프스라는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는데, 톰 크루즈의 극장판에선 펠프스가 단역으로 밀리고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도 여기에 불만이 있는 것은 변함없다. 톰 크루즈가 생소한 캐릭터, 이든 헌트(Ethan Hunt)를 중심으로 시리즈를 제법 잘 이끌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션 임파서블' 하면 피터 그레이브스(Peter Graves)의 짐 펠프스가 먼저 떠오르기 때문이다. 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오랫동안 TV 시리즈에서 메인 캐릭터로 등장했던 짐 펠프스의 기억을 톰 크루즈가 영화 몇 편으로 지운다는 것이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물론 90년대 이전 일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는 이든 헌트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얼굴로 이미 받아들였을 수도 있지만, 클래식 TV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아직도 생소할 뿐이다.

톰 크루즈의 첫 번째 '미션 임파서블'을 보고 난 후 느꼈던 이든 헌트에 대한 첫 인상은 팀 중심이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제임스 본드 시리즈처럼 메인 캐릭터 1인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다소 어색하게 만들어낸 캐릭터로 보였다. 제작진이 톰 크루즈를 메인 캐릭터로 세워 어떠한 스타일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를 계획했는지 이해는 충분히 되었지만, 톰 크루즈에게 펠프스 역을 맡기지 않고 완전히 낯선 캐릭터를 맡겼다는 점은 마음에 매우 들지 않았다. 이래저래 스몰 스크린에서 빅 스크린으로 리부팅하는 것이었으므로 짐 펠프스를 팀 리더가 아닌 젊은 에이전트로 묘사한다고 해서 큰 일이 날 것도 없었는데 왜 굳이 새로운 캐릭터를 택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가 바로 짐 펠프스인 만큼 이든 헌트라는 낯선 캐릭터를 새로 소개하는 대신 짐 펠프스라는 이름을 사용했더라면 보다 덜 생소했을 텐데 말이다.

그래도 1탄은 그런대로 볼만 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산으로 가는 듯 했다. 제목과 음악을 제외하면 전혀 '미션 임파서블' 답지 않은 영화 시리즈가 되어갔기 때문이다. 존 우(John Woo)가 연출을 맡은 2탄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는 관계 없는 액션영화처럼 보였고, ABC TV의 '로스트(Lost)', '에일리어스(Alias)' 시리즈로 유명한 프로듀서 J.J. 에이브람스(Abrams)가 연출을 맡은 3탄은 거진 SF영화처럼 변질됐다. 그래도 박스오피스에서 돈은 많이 벌어들였지만, '미션 임파서블다운 영화'를 기대했던 영화팬들에겐 갈수록 실망만 안겨줬다.

그래서 일까? 톰 크루즈가 3편을 끝으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떠난다는 소식이 참 반갑게 들렸다. 톰 크루즈가 싫어서가 아니라 이든 헌트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톰 크루즈가 네 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정됐다. 크루즈가 네 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처럼 들렸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돌아오게 됐단다.

하지만 이번엔 약간의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 지난 번처럼 톰 크루즈/이든 헌트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팀워크에 보다 많은 무게를 두는 쪽으로 옮겨간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새로 캐스팅된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가 톰 크루즈로부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물려받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렇다면 '미션 임파서블 4'는 어떤 영화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4탄 '고스트 프로토콜'은 지금까지 나온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 중 단연 최고다. 엄지 손가락 2개가 오토매틱으로 '업'될 만한 영화다. 스토리가 황당무계하고 말이 안 되어 보이는 가젯들이 여럿 등장하는 '넌센스 영화'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스타일의 스파이-픽션 액션 어드벤쳐 영화를 기다렸던 영화팬들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남을 만한 영화다. 최근 들어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리얼한 쪽으로 방향을 틀자 '미션 임파서블 4'가 그 빈틈을 노린 듯 하다. '미션 임파서블 4'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보다 더욱 제임스 본드 포뮬라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영화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더욱 가깝게 보일 정도였다.

도대체 '고스트 프로토콜'이 007 시리즈와 얼마나 비슷했길래 그러냐고?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가젯, 쿨한 자동차 등등 6~70년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러시아를 적으로 직접 세우지 않고 제 3자에 의해서 서로 오해하게 된다는 줄거리 설정도 전형적인 007 시리즈 수법이었다. 냉전이 한창이던 6~70년대 제작된 007 시리즈 중에 소련을 적으로 세운 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으며, 그 대신 스펙터(SPECTRE) 등을 비롯한 범죄조직들이 악역을 도맡곤 했었다. 이 점을 머릿 속에 기억하면서 '고스트 프로토콜'을 되짚어 보면 이 영화가 클래식 007 시리즈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제임스 본드 패로디도 여러 곳에서 눈에 띄었다. 재킷을 뒤집어 입는 씬(골드핑거),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붙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비(두 번 산다), 낙하할 때 충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장비(언리미티드),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나를 사랑한 스파이), 미사일 발사장치(유어 아이스 온리) 등등 007 시리즈에 친숙한 사람들에겐 낯익어 보이는 씬들이 상당히 여러 번 눈에 띄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상품 광고로 도배하는 수법도 007 시리즈를 그대로 따라했다. 핸드폰, 컴퓨터에서부터 시작해서 썬글라스, 가방,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마치 2시간짜리 광고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도 007 시리즈의 영향이 분명하다. 007 시리즈가 PPL로 악명(?)이 높은 영화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에선 베드 씬에서도 제임스 본드가 찬 손목시계와 샴페인 광고가 포인트다. 이러한 007 시리즈에 비하면 '고스트 프로토콜'은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많이 노력한(?) 티가 났다.

이렇다 보니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미션 임파서블' 영화라기 보다 오히려 언오피셜 제임스 본드 영화처럼 보일 정도로 007 시리즈 쪽에 더 가까워 보였다.

또한 '미션 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은 액션영화이면서도 액션이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잔인하지 않았다.  액션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액션이 풍부했고 영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고스트 프로토콜' 액션은 세컨드 유닛 디렉터 댄 브래들리(Dan Bradley)가 맡았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브래들리는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이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액션까지 맡으며 '스파이 영화 햇트릭'을 달성했다.

스토리도 복잡하지 않고 이해하기 쉬웠다. 노출 씬이나 베드 씬은 일체 없었다. '고스트 프로토콜'은 한마디로 패밀리-프렌들리 액션 어드벤쳐 영화였다. 그래서 일까?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가 아들/손자 뻘로 보이는 소년과 함께 영화관에 와서 "내가 네 나이였을 때 이게 TV 시리즈였다"고 설명해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제임스 본드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영화관을 찾은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는데, '미션 임파서블'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이런 것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참 멋이 아니겠나 싶다.

자,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개봉한 '고스트 프로토콜'과 지난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가장 큰 차이는 톰 크루즈 1인 중심에서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그래도 여전히 톰 크루즈가 주인공인 것은 변함없었으나 이전보다 팀워크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분명했다. 이것은 '미션 임파서블'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다소 어정쩡해 보이는 이든 헌트라는 캐릭터 중심의 시리즈에서 보다 클래식 TV 시리즈 분위기가 묻어나는 팀 중심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자칫하다간 '오션스 11(Ocean's 11)'처럼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든 헌트의 원맨쇼보다는 나아진 것 같았다.

그렇다. 아직도 이든 헌트는 '미션 임파서블' 캐릭터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것은 앞서 말했듯이 톰 크루즈의 문제가 아니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아주 잘 어울리며, 어느덧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얼굴이 됐다. 문제는 캐릭터다. 톰 크루즈는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의 캐릭터 이든 헌트는 조금 우습게 보인다는 것이다. 4탄에선 생소함이 조금 덜하겠지 기대했으나 이번에도 썩 개운치 않았다.

그러나 희망이 살짝 보였다. 이든 헌트가 IMF 팀의 리더 역을 맡는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만약 후속편이 나온다면, 분명히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든 헌트가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짐 펠프스와 다름없는 역을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다음 번엔 이든 헌트의 이름까지 짐 펠프스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IMF 팀 리더의 이름은 항상 짐 펠프스라는 암호명을 쓴다'는 식으로 약간의 억지(?)를 부린다면, 다시 말해 제작진이 마음만 먹는다면, 톰 크루즈 캐릭터의 이름을 짐 펠프스로 충분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잠깐! 제레미 레너가 톰 크루즈로부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물려받는다던 얘기는 어떻게 되었냐고?

그것은 레너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레너에 의하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계속 되더라도 톰 크루즈가 주연이고 그는 서포팅일 것이지 시리즈를 물려받는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항간에 나돌던 '톰 크루즈에서 제레미 레너로 주연배우가 교체되면서 시리즈가 리부팅된다'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듯 하다.

하지만 무엇이 어찌되든 간에 벌써부터 다음 번 영화가 기다려진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엔 제작진이 방향을 제대로 잡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리부팅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변화가 눈에 띄었을 뿐만 아니라 '고스트 프로토콜'을 시작으로 이전 시리즈와는 다른 팀 중심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충분히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고스트 프로토콜'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맥스 티켓값 18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미래가 대단히 밝아 보인다.

댓글 4개 :

  1. 제레미 레너가 MI시리즈의 후임으로 결정났었더라면
    재미있었겠네요. 본 레거시의 주인공이자 MI시리즈의 주인공..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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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금은 순서가 좀 가물거리는데요, 제 기억엔 MI 후임설이 먼저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본 레거시 얘기가 나오길래 이건 좀 이상하다 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둘 중 하나가 아닐 것 같았는데, MI가 아닌 모양입니다.
    레너에 의하면 그는 3편의 MI 영화 출연 계약을 했는데,
    MI는 톰 크루즈의 영화지 그가 넘겨받는 것은 아니라더군요.
    하지만 크루즈가 낼모레 쉰이므로 레너의 액션씬 비중이 커질 수는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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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시리즈 중 단연 최고 였습니다.
    역시 M:I는 팀웍이죠^^
    거기에 살짝 살짝 보이는 가젯의 맛... 과하지도 않고 적당했습니다.
    또한 50-60년대 클래식 영화들의 오마주와 본드 시리즈의 오마주도 보이는 것 같구요.
    모처럼 즐거운 영화가 나온것 같아요.

    단연 투 떰스 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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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 생각에도 이번 영화가 시리즈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전 것들은 MI 영화 같지 않았는데, 이번 건 좀 느낌이 왔죠.
    007 시리즈와 MI 시리즈를 한꺼번에 잡은 것 같았습니다.
    저도 아주 오랜만에 액션영화 하나 재밌게 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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