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1일 토요일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 롭 제임스 콜리어

본드팬들의 공통된 습관 중 하나는 틈이 나는 대로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감을 찾는 일이다. 때가 되면 새로운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되기 때문에 다음 번 제임스 본드 후보로 어떤 배우들이 있는지 미리 미리 점검해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Sean Connery)부터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본드 역은 스코틀랜드, 호주, 잉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잉글랜드 출신의 배우들이 맡았다. 따라서 브리튼 제도(British Isles)와 호주 출신 배우들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항상 오르내리곤 한다.

영화배우의 출생지역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키, 체격, 머리색 등이다.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제임스 본드의 키, 체격, 머리색, 눈동자색 등을 소설에서 자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본드팬들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을 영화배우를 물색할 때 이언 플레밍이 소설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언 플레밍이 1957년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에서 밝힌 제임스 본드 관련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Height: 183 cm
Weight: 76 kg; Slim build
Eyes: Blue
Hair: Black
Scar down right cheek & on left shoulder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가 미국 뮤지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을 연상케 하는 미남이라고 소개했다.

◀호기 카마이클

따라서 제임스 본드는 키 183 cm에 몸무게 76 kg의 마른 체형이며,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는 검정색인 깔끔한 미남형 사나이다.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는 것으로 돼있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원작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저렇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갈색이나 검정색 머리에 키가 6피트 이상인 마른 체형의 깔끔한 미남형 얼굴의 영화배우들이 007 영화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왔다. 숀 코네리부터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2000년대 중반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 6대 제임스 본드로 발표하자 일부 본드팬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언론과 인터넷 등지에서 소동이 벌어졌었는데, 그 이유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머리색이 갈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금발/블론드였으며 키도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5피트 10인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블론드 머리에 키가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영화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건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이었다.


외모 조건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건 나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참고하면, 제임스 본드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정도가 알맞다.

문제는 007 시리즈가 매년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는 시리즈가 아니라는 데 있다. 60년대 초창기엔 매년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했지만 그 이후부터 2년마다로 바뀌었으며, 요새는 3년 간격도 흔해졌다.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더욱 불규칙해졌다. 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Skyfall)'은 007 시리즈 22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한지 4년 뒤에 개봉했으며,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는 '스카이폴'이 개봉한지 3년이 지난 2015년 11월 개봉한다. 2006년 제임스 본드가 된 다니엘 크레이그가 2015년 현재 4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는 데 그친 이유는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고 불규칙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007 시리즈가 2년마다 꼬박꼬박 공개되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 수는 모두 5개가 됐을 것이다.

일부 본드팬들은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거나 불규칙해지면 제임스 본드 역을 맡게 될 영화배우의 나이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칫하면 50대를 쑥 넘긴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본드팬들은 '50대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반기지 않는다. 50대 후반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의 학습효과 덕분이다. 50대를 넘긴 영화배우는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중론이다. 50대 초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로저 무어의 8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억하는 본드팬들 중엔 '50'이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본드팬들도 많다.

현재는 50대를 넘겨서까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배우는 로저 무어 하나가 유일하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40대 후반에 007 시리즈를 떠났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현재 47세이다.

(참고: 숀 코네리가 출연한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은 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영화이므로 50대 제임스 본드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본드25'까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는 2015년 초 가진 인터뷰에서 'OPEN-ENDED CONTRACT'라고 밝혔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고 '본드25'가 앞으로 3년 뒤인 2018년 개봉한다고 가정하면, 크레이그가 만으로 50세가 되는 해에 '본드25'가 개봉하는 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로저 무어에 이어 두 번째로 50대 제임스 본드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2018년 개봉 예정(추정)인 '본드25'에 출연하기 적당한 나이의 새로운 영화배우를 찾아나서야 한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3년마다 개봉한다는 점까지 계산해서 50대를 쑥 넘기기 전에 최소한 3~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나이의 배우를 골라야 한다. '본드28'이 개봉할 2027년에 나이가 50대를 넘기지 않을 배우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또한, '본드25'가 2018년이 아닌 2017년에 개봉하고 그 이후부터는 2년마다 꼬박꼬박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따져봐야 가장 이상적인 후보를 고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의 조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대충 마무리 짓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를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영국 TV 시리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에 출연 중인 영국 배우 롭 제임스-콜리어(Rob James-Collier)가 있다.


롭 제임스-콜리어는 기초적인 제임스 본드 조건에 부합하는 점이 많은 배우 중 하나다.

  • 출생지: 스톡포트, 잉글랜드
  • 생년월일: 1976년 9월23일
  • 키: 6피트 2인치 (187 cm)
  • 머리: 검정색
  • 눈동자: 파란색

검은 머리에 파란 눈, 6피트 2인치의 키라면 일단 외모, 체격 상으론 흠잡을 데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1976년생이라서 이상적인 나이는 아무래도 아니라고 해야겠지만 2017년 또는 2018년에 40대 초반이므로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다. 티모시 달튼과 피어스 브로스난도 40대 초반에 제임스 본드로 데뷔한 바 있다. 따라서 '본드25'에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된다는 전제 하에선 1976년생 배우에게도 기회가 살아있다. 그러나 만약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앞으로 3년 주기로 나온다면 4편의 제임스 본드 계약을 맺기엔 부담되는 나이인 것은 사실이다. 3년 주기를 염두에 둔다면 좀 더 젊은 영화배우를 선택하는 게 보다 이상적이다. 하지만 '본드25'에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된다면 1976년생 배우는 아직까진 제외 대상은 아니다.

▲2014년 모습
롭 제임스-콜리어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목소리다.

롭 제임스-콜리어의 목소리는 다소 높은 톤이라서 제임스 본드 역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여섯 명의 영화배우들은 모두 목소리가 굵고 낮은 편이다. 롭 제임스-콜리어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조금만 굵고 저음이었더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 한가지 문제는 롭 제임스-콜리어가 출연한 다양한 작품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롭 제임스-콜리어는 주로 영국의 TV 시리즈에 출연해왔으나 '다운튼 애비'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대부분 생소하다. 롭 제임스-콜리어가 2000년대 중후반에 출연했던 영국 TV 시리즈 '코로네이션 스트릿(Coronation Street)'은 아마존닷컴에서 디지털 포맷으로 렌탈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운튼 애비'와 '코로네이션 스트릿'만으로는 그가 액션 스릴러물에 잘 어울리겠는가를 가늠하기 어렵다. 롭 제임스-콜리어가 점잖고 미스터리한 캐릭터나 플레이보이 기질이 있는 핸썸보이 역에 어울린다는 건 알겠는데, 개성이 부족해 보이며 총기를 다루는 액션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을 맡을 만한 터프함이나 카리스마 등을 갖췄는가에 물음표가 붙는다.

롭 제임스-콜리어가 출연한 영화 중 2011년 영국 액션-밀리터리 영화 '머씨너리(Mercenaries)'가 있다. 추천할 만한 영화는 절대 아니지만 인질구출 임무를 띠고 침투하는 4인조 특수부대원 역을 맡은 롭 제임스-콜리어를 볼 수 있다.

이런 액션-밀리터리 영화에선 롭 제임스-콜리어가 어떤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지 지켜봤다. 그러나 낭패스럽게도 그가 맡은 캐릭터가  미국 남부 출신이라서 미국 남부 액센트를 흉내내는 걸 듣는 데 만족해야 했다.



롭 제임스-콜리어는 분위기가 밝고 농담도 할 줄 아는 스타일의 제임스 본드가 가능해 보이는 배우다. 핸썸하고 세련된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 스타일과 티모시 달튼 스타일의 진지함을 겸비한 제임스 본드도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군인이나 수사관 역에 잘 어울리는 타잎으로 보이지 않는다. 로저 무어는 '세인트(Saint)'와 '전격대작전(The Persuaders)', 피어스 브로스난은 '레밍턴 스틸(Remington Steele)' 등 범죄 수사 TV 시리즈에 주연으로 출연한 이후 제임스 본드가 되었으나 롭 제임스-콜리어는 이런 경력이 없다. 이렇다 보니 액션-범죄-수사-스릴러 쟝르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마초 터프가이일 필요까지는 없지만 강렬하고 예리한 이미지가 부족하다. 또한 개성이 부족하고 인지도가 낮아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롭 제임스-콜리어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면 관심을 끌 수 있겠는지 궁금하다.

이처럼 롭 제임스-콜리어는 제임스 본드가 되기 위해 태어난 배우로 보일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배우는 아니다. 신체 조건은 완벽한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데가 있다. 그러나 007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캐릭터가 받쳐주기 때문에 인지도와 존재감이 낮아도 성공할 가능성은 열려있다. 제임스 본드를 보기 위해 007 시리즈를 보는 것이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영화배우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므로, 주연배우가 약간 불안해도 그의 스타일과 잘 어울리도록 영화를 만든다면 성공할 수도 있다. 의외로 롭 제임스-콜리어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제임스 본드로 변신할 수도 있다. 차가움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뜻밖으로 멋진 제임스 본드가 될 수도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거칠고 어두운 이미지 한쪽으로 기운 캐릭터라는 지적을 받은 것과 달리 롭 제임스-콜리어는 밸런스가 잡힌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선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큰 기대는 곤란해도 눈여겨볼 필요는 있을 듯 하다.

그러나 1976년생인 롭 제임스-콜리어는 '본드25'가 아니면 제임스 본드에 도전할 기회를 잃게 된다. 만약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롭 제임스-콜리어는 연령 초과로 제임스 본드 후보 리스트에서 바로 제외될 것이다. 1976년생은 '본드26'로 제임스 본드 데뷔를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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