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일 토요일

새로 출시되는 007 시리즈 블루레이 세트 또 사야 하나?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할 때가 되면 007 제작진은 본드팬들에게 '고지서'를 보내곤 한다. 그렇다. 오는 9월 새로운 제임스 본드 시리즈 블루레이 세트가 출시된다.

이번에 출시되는 블루레이 세트는 007 시리즈 전편을 모두 모은 '얼티밋 제임스 본드 콜렉션(The Ultimate James Bond Collection)' 박스세트, '얼티밋 제임스 본드 콜렉션'에 포스터북을 추가한 아마존닷컴 익스클루시브 박스세트, 스펙터(SPECTRE)가 등장한 6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 스틸북, 주연배우별 콜렉션 세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23개 개별 영화 디스크 등이다.

저 빌어먹을(?) '고지서'를 생각하면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오는 주기가 3년으로 길어진 게 아주 맘에 든다.

그런데 아주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 - 이미 지난 2012년에 출시된 블루레이 박스세트와 개별 블루레이 디스크를 모두 다 구입했다는 것이다. 50주년 기념 박스세트만 2개에 개별 디스크로도 23편 전체를 모두 구입했다.

여기에 아주 작은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이 모두가 여전히 밀봉 상태라는 것. 이미 골백번 본 영화들이라서 굳이 패키지를 개봉할 이유가 없었다. 수집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지 영화를 보려고 산 게 아니었다.

게다가 1탄부터 23탄까지의 007 시리즈 전체를 애플 아이튠스(iTunes)에서 디지털 HD로 모두 구입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싶으면 아이튠스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내 아이폰엔 1탄부터 23탄까지 007 시리즈 전체가 저장되어있어서 비록 화면은 작아도 아이폰만 꺼내면 언제 어디서든 007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구입한 007 시리즈 디지털 HD

▲아이폰에 저장한 007 시리즈

자 그렇다면 금년에 새로 나오는 블루레이 세트를 또 구입해야 하나?

그 중에서 새로 출시 예정인 얼티밋 콜렉션 박스세트를 유심히 살펴봤는데, 의외로 실망스러웠다. 포장만 바뀌었을 뿐 2012년 세트와 별 차이가 없었다. 미니 포스터북이 포함됐다고 하길래 이번엔 이전보다 성의껏 박스세트 내용물을 꾸렸나보다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아마존닷컴 익스클루시브에만 미니 포스터북이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지난 번 박스세트와 마찬가지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 2012년 박스세트도 아마존닷컴 익스클루시브에만 미니 포스터북이 동봉되었기 때문이다.

▲2015년 아마존 익스클루시브 박스세트

▲2012년 아마존 익스클루시브 박스세트에도 미니 포스터북이 동봉됐다

한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이번 박스세트엔 디스크 뿐 아니라 디지털 카피도 모두 포함됐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박스세트엔 디스크만 들었을 뿐 디지털 카피가 빠졌었는데 이번엔 디지털 카피를 추가로 넣은 듯 하다. 007 시리즈를 디지털 포맷으로 구입하지 않은 미국과 영국 거주 본드팬들은 금년에 새로 나오는 박스세트를 구입하면 디스크와 함께 디지털 카피도 함께 입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듯 하다.

그.러.나...

나처럼 이미 007 시리즈 전체를 아이튠스에서 디지털 HD로 구입한 본드팬들에겐 별 메릿이 없다. 지난 2012년 박스세트에 디지털 카피가 포함되었더라면 아이튠스에서 디지털 HD로 재차 구입하는 '쌍꺼풀'을 피할 수 있었겠지만, 이미 계산 다 끝난 지금은 디스크+디지털 카피 컴보 박스세트가 나와봤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까진 좋다.

그 중에서 가장 괘씸한 건, 오는 9월 출시하는 박스세트에 '007 스펙터(SPECTRE)' 디스크를 끼울 공간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면, 내년 봄 쯤 '007 스펙터'가 홈 비디오로 출시될 때가 되면 1탄부터 '007 스펙터'까지 24편의 영화를 모두 모은 박스세트를 또 내놓겠다는 걸 예고한 것이다. 이걸 어떻게 아냐면, 지난 2012년에 바로 그렇게 했었기 때문이다. 2012년엔 1탄부터 22탄까지 포함된 박스세트를 내놓고 '스카이폴(Skyfall)'이 홈 비디오로 출시된 이후인 2013년엔 '스카이폴'까지 23편의 영화를 모두 모은 박스세트를 새로 또 출시한 바 있다. 50주년 기념 블루레이 박스세트가 2개가 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이번에도 또 그렇게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엔 당하는 기분이 들면서도 50주년 기념 패키징이었기에 그냥 넘어갔었다. 그러나 이번엔 별다른 의미가 없는 박스세트라서 지난 번처럼 2개를 구입하게 되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그렇다. 언제나 그 빌어먹을 "B to the U to the T"가 있다.

새로운 문제는 'Black or White"이다.

자칫하면 이번엔 지난 번과 전혀 다른 이유로 박스세트를 2개 구입하게 될 지 모르겠더라. 왜냐면, 일반 박스세트와 아마존닷컴 익스클루시브 박스세트의 패키지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박스세트는 흰색 박스인 반면 아마존닷컴 익스클루시브 박스세트는 검정색 박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 '흰색' 박스세트는 현재 미국의 여러 매장에서 125~145 달러 정도에 예약 판매되고 있으며, 아마존닷컴 익스클루시브 '검정색' 박스세트는 209 달러에 예약 판매 중이다.


Break time!

생각난 김에 노래 한 곡 듣고 넘어가자.


자 그럼 개별로 판매하는 블루레이는 어떻냐고?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디스크+디지털 카피 컴보라는 점 하나를 제외하곤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개별 패키지도 박스세트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카피를 동봉한 컴보팩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것 하나 빼곤 특별히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커버 디자인까지 후져서 구입욕을 더욱 떨어뜨린다.


007 시리즈 개별 디스크는 책자를 곁들인 디지북(Digibook) 정도는 돼야 수집욕이 발동하지, 흔해 빠진 디스크+디지털 카피 컴보팩엔 더이상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특히 '디스크'와 '디지털 카피'를 모두 갖고 있는 내게는 더욱 그렇다. 그 이상의 엑스트라가 있어야 흥미가 끌리지 무성의해 보이는 일반 컴보팩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소장하고 있는 영화를 계속 구입하도록 만들려면 좀 더 성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 싶다.

밀봉 상태로 케이스에 꽃혀있는 2012년 출시 007 시리즈 블루레이들이 웃는 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밀봉 상태로 보관 중인 2012년 출시된 007 시리즈 블루레이
▲여전히 밀봉 상태로 보관 중인 2012년 출시된 007 시리즈 블루레이

그렇다면 한정판 스틸북 세트는?

한정판 스틸북 세트 또한 대단히 특별하다고 할 만한 아이템은 아니다. 스틸 케이스라는 점을 제외하곤 크게 특별할 게 없기 때문이다. 색다른 커버 아트가 눈길을 끌긴 하지만, 솔직히 그게 전부가 아닌가 한다. 이것만으로 구입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지 모르겠다. 스틸북은 여전히 무성의해 보여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다만, 오는 9월 출시되는 007 시리즈 홈 비디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인 것만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주연배우별 콜렉션 세트가 있지만 이건 그다지 구입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몇 해 전에 숀 코네리(Sean Connery)와 로저 무어(Roger Moore) 콜렉션을 구입했었는데,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특정 영화배우가 주연을 맡은 007 시리즈만 골라서 보겠다는 사람들에겐 쓸모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연배우엔 관심이 없고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007의 세계를 즐기는 본드팬들에겐 별 쓸모가 없는 콜렉션이다. 

댓글 2개 :

  1. 특별히 추가할 서플먼트도 없을텐데 계속 콜렉터들을 벗겨먹네요. 저도 모르게 제 손이 박스셋을 결제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 아뭏든 이번 스펙터를 끝으로 더 기대할게 없는 샘 멘데스와 다니엘 크레이그는 그만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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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자꾸 박스세트 쪽으로 손이 흘러가서 골칫거리입니다...^^
      이번엔 낱개엔 전혀 관심 없습니다. 똑같은 영화 계속 팔아먹으려면 좀 더 성의를 기울여야...
      멘데스는 보아하니 스펙터를 마지막으로 떠날 것처럼 말하던데, 글쎄 모르겠습니다...^^
      크레이그가 머무는 한 007 시리즈가 정상화되기 어렵다면 크레이그도 떠나야 한다고 봅니다.
      어둡고 진지해진 변화까진 좋은데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선까지 가면 곤란하죠.
      그러나 이 친구도 본드25로 돌아올 가능성이 왠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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