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2일 일요일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전편 버금가는 깔끔한 액션 스릴러

지난 80년대만 해도 톰 크루즈(Tom Cruise)가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액션 스타'가 될 것을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듯 하다. 곱상한 외모에 아담한 체격의 톰 크루즈가 액션 영화와 그다지 잘 어울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샌 "톰 크루즈"라고 하면 "액션 영화"가 바로 떠오른다. "톰 크루즈 주연의 액션 영화"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도 있다 - 바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다.

사실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따로 있다. '미션 임파서블' TV 시리즈에서 짐 펠프스 역으로 오랫동안 출연했던 미국 배우 피터 그레이브스(Peter Graves)다. 그러나 이것도 서서히 바뀌고 있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가 시작한지 거진 20년이 됐기 때문이다.

유명한 '미션 임파서블' 캐릭터, 짐 펠프스를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고 이든 헌트라 불리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면서 시작한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는 다소 낯설었어도 스타일리쉬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2탄, 3탄으로 계속되면서 정체가 애매한 액션 영화가 돼갔다. '미션 임파서블' 영화라기 보다 톰 크루즈 주연의 평범한 액션 영화가 돼가는 듯 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다시 본궤도로 돌아온 것은 2011년 개봉한 네 번째 영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에서다. 브래드 버드(Brad Bird)가 연출한 4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은 '미션 임파서블' 세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면서도 영화 시리즈에선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던 IMF 팀을 되살려내면서 표류하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다시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았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이 최고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라는 데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2015년 여름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5탄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Mission Impossible: Rogue Nation)'이 개봉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은 2015년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디즈니의 '스타 워즈 에피소드 7(Star Wars: The Force Awakens)'이 1주일 앞서 개봉하는 것으로 정해지자 아이맥스 스크린 확보 경쟁 등을 피하기 위해 개봉일을 7월31일로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연출과 스크린플레이는 '발키리(Valkyrie)', '잭 리처(Jack Reacher)' 등에서 톰 크루즈와 함께 했던 크리스토퍼 매쿼리(Christopher McQuarrie)가 맡았다. 톰 크루즈는 변함없이 제작과 주연을 맡았으며, 전편에 IMF 팀 멤버로 출연했던 사이먼 페그(Simon Pegg),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 빙 레임스(Ving Rhames)도 5탄으로 돌아왔다. 변화가 있다면 여자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점.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에 IMF 팀 여성 멤버로 출연했던 폴라 패튼(Paula Patton)이 시리즈를 떠나고 스웨덴 여배우 리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이 여주인공 역을 맡았다.

'미션 임파서블 5'는 이든 헌트(톰 크루즈)와 IMF 팀이 '신디케이트'라 불리는 비밀조직을 추적하던 도중 워싱턴 D.C가 IMF 팀을 해체하면서 헌리(알렉 볼드윈)가 이끄는 CIA에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적과 동지를 오가는 미스터리한 여성 에이전트 일사(리베카 퍼거슨)와 벤지(사이먼 페그), 브랜트(제레미 레너) 등 옛 팀 멤버들의 도움을 받으며 '신디케이트'의 정체를 파헤친다는 줄거리다.


'미션 임파서블 5'도 여러모로 그럴 듯해 보였다. 하지만 지난 4탄이 아주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과연 4탄을 능가하는 5탄이 나올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웠다. 개봉일을 5개월 앞당긴 것도 다소 신경에 거슬렸다. 서두른 티가 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션 임파서블 5'는 지난 4탄을 능가하는 영화였을까?

정답은 "NO"다. '미션 임파시블: 로그 네이션'은 지난 4탄을 능가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크게 실망스러웠다는 건 절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능가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도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엔 문제가 없는 영화였다.

'미션 임파서블 4'의 포뮬라가 그대로 5탄으로 이어진 건 빅 플러스였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장점들을 대부분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롯이 전편만 못했다. 스토리텔링엔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매끄럽고 조리있게 전개되지 않고 흐름이 부자연스러웠다. 그저 액션 씬과 액션 씬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역할이 전부로 보였다.

여기까진 이해하고 넘어가더라도 지나치게 익스트림化된 미션에 또 고개를 젓게 됐다. 더욱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임파서블 미션'을 마련하기 위해 제작진이 연구를 많이 한 건 알겠는데, 스쿠바 장비 없이 수중 시설에 침투한다는 미션 등은 지나치게 바보스러워 보였다. 그런 설정을 왜 집어넣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으나, 왠지 포인트가 빗나간 것처럼 보였다. 제목을 '미션 익스트림'으로 바꿀 때가 된 게 아니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나중엔 극한에 도전하는 리얼리티 쇼로 둔갑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디케이트'라 불리는 미스터리한 조직을 등장시킨 점은 맘에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신디케이트'의 미스터리한 리더, 솔로몬(숀 해리스)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추적하는 줄거리가 전부라서 스케일이 작아진 건 사실이지만, 전편보다 스파이 영화 색채를 보다 강하게 살린 점은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국 총리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영국 정보부가 얽힌 파트는 흥미로운 편이었다. 또한, 배경음악부터 시작해서 LP 스토어에서 미션 브리핑을 재생하는 씬 등 클래식 '미션 임파서블' TV 시리즈를 바로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도 맘에 들었다.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가 클래식 TV 시리즈와 너무 멀어졌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지난 4탄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벌어진 간격을 좁히려는 시도를 한 것 같았다.

액션과 스턴트도 볼 만했다. 53세의 톰 크루즈가 이륙하는 수송기에 매달리는 스턴트를 직접 소화한 것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무엇보다도 흥미진진했던 씬은 모로코에서 벌어지는 체이스 씬이었다. 액션은 여기저기에 풍부한 편이었으나 눈에 띄는 인상적인 씬이 없어서 다소 실망한 상태였는데, 모로코 체이스 씬에선 바로 집중하게 됐다. 지나치게 격렬하고 인텐스한 추격 씬은 아니었으나 모로코의 좁은 골목을 누비며 모터사이클을 탄 적들과 벌이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스릴 넘치고 익사이팅했다. 마치 클래식 007 시리즈의 카 체이스 씬을 보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만족스러웠던 건 여주인공을 맡은 리베카 퍼거슨이었다. 아주 맘에 드는 섹시한 목소리부터 시작해서 기대 이상으로 영화와 잘 어울렸다. 약간의 유머 감각까지 갖췄더라면 더욱 매력적이었겠지만 '더블 에이전트' 일사가 영화 내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줬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퍼거슨이 맡은 캐릭터, 일사는 평범한 헐리우드 여전사 타잎의 더블 에이전트라서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면서 액션 씬에 끼어들기를 반복하는 게 전부인 그다지 흥미로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또한, 일사가 IMF 정식 멤버가 아니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007 시리즈의 '본드걸'처럼 매 영화마다 새로운 얼굴을 여주인공으로 선보이려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IMF 팀엔 여자 멤버가 하나씩은 거의 항상 있었으므로 고정 여자 멤버가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이처럼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지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만큼 만족스럽진 않았어도 전편에 버금가는 수준의 평균 이상의 깔끔한 액션 스릴러 영화였다. 많은 걸 기대할 만한 대단히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으나 크게 신경에 거슬리는 문제점은 많지 않았다. 플롯이 약간 시원찮았지만 영화 내내 크게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했다. 그 정도 해줬다면 '미션 컴플릿'이라고 할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6탄으로 돌아온다. 톰 크루즈는 존 스튜어트(Jon Stewart)가 진행하는 미국 케이블 채널 코미디 센트럴의 '데일리 쇼(The Daily Show)'에 출연해 '미션 임파서블 6'를 현재 준비 중이며 오는 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We’re starting to work on it now. We’ll probably start shooting it next summer.” – Tom Cruise

4탄 이후 5탄이 나오기까지 4년여가 걸렸으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6탄은 오래 걸리지 않을 듯 하다. 제작진이 6탄을 빨리 선보이려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톰 크루즈가 아무리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고 해도 그가 이미 53세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바로 6탄 제작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가 밝힌 대로 '미션 임파서블 6'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17년 여름 개봉이 가능하다.

2017년이 되면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에 출연한지 만으로 20년이 넘는다. 크루즈의 나이도 50대 중반이 된다. 따라서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을 떠난 이후의 미래도 슬슬 생각해볼 때가 된 듯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을 떠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직접 소화해야 하는 스턴트의 양을 줄여가면서 격렬한 액션 씬은 다른 젊은 배우들에게 맡기고 톰 크루즈의 이든 헌트는 IMF 팀의 리더로 역할 변화를 주는 쪽을 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TV 시리즈에서 피터 그레이브스가 했던 것처럼...

댓글 5개 :

  1. 제임스 본드 무비가 예전에 하던 역할을 지금은 미션 임파서블이 하고 있네요. 더도 말고 골든아이 정도만 되어도 즐겁게 볼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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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헐리우드 쪽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오더군요. 미션은 본드가 됐고 본드는 본이 됐다는군요...^^
      이번 미션 임파서블 5를 코네리, 무어 시절 클래식 007 시리즈와 비교하는 글도 있었습니다.
      포브스에선 이젠 본드보다 미션 속편이 더 기다려진다고 썼더군요...^^
      브레이바트의 미션5 리뷰 마지막 파트도 걸작입니다:
      Nevertheless, in an era where Daniel Craig’s James Bond is about to enter chapter four of that character’s tedious self-exploration, thank heaven Cruise picked up the True-Bond ba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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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3편부터 이단헌트는 IMF팀의 리더, 사실상 원작의 짐 펠프스화하는 것 같더라구요. 2편은 너무 이질적이었고
    이럴거면 처음 1편부터 주인공을 젊은 짐 펠프스로 하면 될텐데 말이죠. 원작 팬 엿먹이는 배신자 무리수 설정보다야 훨 낫.
    개인적으로 솔로몬 목소리가 너무 에러였다고 봅니다. 사실 신디게이트 수장 역을 티모시 달튼이나 피어스 브로스넌이 맡았으면 굉장히 재밌었을텐데 말이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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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왜 애초부터 젊은 짐 펠프스를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았는지 아쉽습니다.
      톰 크루즈와 함께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굳이 탄생시킬 필요가 없었던 것 같거든요.
      미션 시리즈의 얼굴은 크루즈가 됐지만 캐릭터는 여전히 펠프스라고 생각합니다...^^
      솔로몬은... 스펙터의 크리스토프 발츠처럼 간교한 이미지의 악당을 원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션5가 스펙터와 비슷한 점이 좀 있어서 악당도 비교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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