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0일 일요일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 도미닉 쿠퍼

본드팬들의 공통된 습관 중 하나는 틈이 나는 대로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감을 찾는 일이다. 때가 되면 새로운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되기 때문에 다음 번 제임스 본드 후보로 어떤 배우들이 있는지 미리 미리 점검해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Sean Connery)부터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본드 역은 스코틀랜드, 호주, 잉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잉글랜드 출신의 배우들이 맡았다. 따라서 브리튼 제도(British Isles)와 호주 출신 배우들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항상 오르내리곤 한다.

영화배우의 출생지역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키, 체격, 머리색 등이다.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제임스 본드의 키, 체격, 머리색, 눈동자색 등을 소설에서 자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본드팬들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을 영화배우를 물색할 때 이언 플레밍이 소설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언 플레밍이 1957년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에서 밝힌 제임스 본드 관련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Height: 183 cm
Weight: 76 kg; Slim build
Eyes: Blue
Hair: Black
Scar down right cheek & on left shoulder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가 미국 뮤지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을 연상케 하는 미남이라고 소개했다.

◀호기 카마이클

따라서 제임스 본드는 키 183 cm에 몸무게 76 kg의 마른 체형이며,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는 검정색인 깔끔한 미남형 사나이다.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는 것으로 돼있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원작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저렇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갈색이나 검정색 머리에 키가 6피트 이상인 마른 체형의 깔끔한 미남형 얼굴의 영화배우들이 007 영화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왔다. 숀 코네리부터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2000년대 중반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 6대 제임스 본드로 발표하자 일부 본드팬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언론과 인터넷 등지에서 소동이 벌어졌었는데, 그 이유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머리색이 갈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금발/블론드였으며 키도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5피트 10인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블론드 머리에 키가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영화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건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이었다.


외모 조건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건 나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참고하면, 제임스 본드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정도가 알맞다.

문제는 007 시리즈가 매년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는 시리즈가 아니라는 데 있다. 60년대 초창기엔 매년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했지만 그 이후부터 2년마다로 바뀌었으며, 요새는 3년 간격도 흔해졌다.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더욱 불규칙해졌다. 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Skyfall)'은 007 시리즈 22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한지 4년 뒤에 개봉했으며,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는 '스카이폴'이 개봉한지 3년이 지난 2015년 11월 개봉했다. 2006년 제임스 본드가 된 다니엘 크레이그가 2015년 현재 4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는 데 그친 이유는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고 불규칙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007 시리즈가 2년마다 꼬박꼬박 공개되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 수는 모두 5개가 됐을 것이다.

일부 본드팬들은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거나 불규칙해지면 제임스 본드 역을 맡게 될 영화배우의 나이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칫하면 50대를 쑥 넘긴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본드팬들은 '50대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반기지 않는다. 50대 후반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의 학습효과 덕분이다. 50대를 넘긴 영화배우는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중론이다. 50대 초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로저 무어의 8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억하는 본드팬들 중엔 '50'이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본드팬들도 많다.

현재는 50대를 넘겨서까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배우는 로저 무어 하나가 유일하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40대 후반에 007 시리즈를 떠났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현재 47세이다.

(참고: 숀 코네리가 출연한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은 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영화이므로 50대 제임스 본드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본드25'까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는 2015년 초 가진 인터뷰에서 'OPEN-ENDED CONTRACT'라고 밝혔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고 '본드25'가 앞으로 3년 뒤인 2018년 개봉한다고 가정하면, 크레이그가 만으로 50세가 되는 해에 '본드25'가 개봉하는 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로저 무어에 이어 두 번째로 50대 제임스 본드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2018년 개봉 예정(추정)인 '본드25'에 출연하기 적당한 나이의 새로운 영화배우를 찾아나서야 한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3년마다 개봉한다는 점까지 계산해서 50대를 쑥 넘기기 전에 최소한 3~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나이의 배우를 골라야 한다. '본드28'이 개봉할 2027년에 나이가 50대를 넘기지 않을 배우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또한, '본드25'가 2018년이 아닌 2017년에 개봉하고 그 이후부터는 2년마다 꼬박꼬박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따져봐야 가장 이상적인 후보를 고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의 조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대충 마무리 짓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를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영국 배우 도미닉 쿠퍼(Dominic Cooper)가 있다.


▲TV 미니시리즈 '플레밍'

▲밀리터리 스릴러 영화 '스트래튼'

    AMC TV 시리즈 '프리처'


도미닉 쿠퍼는 마블 코믹스의 수퍼히어로 영화와 TV 시리즈에 '아이언 맨(Iron Man)'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 역으로 출연했으며, DC 코믹스의 코믹북을 기반으로 한 AMC의 TV 시리즈 '프리처(Preacher)'의 주연을 맡았다. 또한, 쿠퍼는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 소설가, 이언 플레밍의 생애를 그린 TV 미니시리즈 '플레밍(Fleming)'에서 이언 플레밍 역으로 출연했으며, 영국 해군 특수부대 SBS 출신 작가 던칸 팰커너(Duncan Falconer)의 소설을 기초로 한 안티-테러리즘 밀리터리 스릴러 영화 '스트래튼(Stratton)'의 주연을 맡았다.

  • 출생지: 영국
  • 생년월일: 1978년 6월2일
  • 키: 5피트 10인치
  • 머리: 짙은 갈색
  • 눈동자: 갈색

1978년생이면 2018년부터 살인면허를 넘겨받기에 적당한 편이다. 그러나 키가 6피트 미만이라는 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단점이다. 물론 키가 5피트 10인치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미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바 있으므로 더이상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에 키가 작다"는 비판이 또다시 나올 가능성이 열려있다. 원작소설에도 제임스 본드의 키가 6피트로 돼있으며 다니엘 크레이그 이전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들의 키가 모두 6피트 이상이었기 때문에 키가 6피트가 안 되는 영화배우는 제임스 본드로 적합하지 않다고 보는 본드팬들이 많다.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도미닉 쿠퍼의 키가 5피트 10인치가 채 안 된다고 하므로, 만약 그가 제임스 본드가 된다면 크레이그를 밀어내고 최단신 제임스 본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도미닉 쿠퍼는 007 시리즈와 이미 인연이 있다. 쿠퍼는 얼마 전 영국 TV 시리즈 '플레밍'에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창조한 작가 이언 플레밍을 연기한 바 있다. 물론 이언 플레밍과 제임스 본드는 별개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습관과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쿠퍼가 '플레밍'을 통해 007 시리즈를 간접적으로 체험했다고 할 수 있다. 도미닉 쿠퍼가 이언 플레밍 역으로 완벽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플레밍 역을 맡았던 배우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면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쿠퍼가 제임스 본드가 되면 이언 플레밍과 제임스 본드 역을 모두 연기한 배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퍼가 제임스 본드 역에 잘 어울리겠는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다니엘 크레이그와 마찬가지로 깔끔한 미남형이 아니며 키도 6피트가 채 안 되므로 이상적인 제임스 본드 후보감이라고 하기 어렵다. 도미닉 쿠퍼도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배우는 아니다.

비록 이상적인 제임스 본드 후보감은 아니지만, 도미닉 쿠퍼는 흥미로운 후보 중 하나다. 개성이 뚜렷하고, 세련된 젠틀맨과 거친 터프가이 역할 모두에 어느 정도 잘 어울리며, 액션 스릴러 영화에도 곧잘 어울려 보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초이스는 아니더라도 액션, 유머, 젠틀맨 이미지 등을 두루 갖춘 무난한 후보감이 될 수 있다. 의외로 괜찮은 제임스 본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도미닉 쿠퍼가 제임스 본드가 되면 클래식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젠틀맨-터프가이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수도 있다.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를 모델로 한 듯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쿠퍼가 이상적인 제임스 본드 후보로 보이지 않는다는 벽을 넘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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