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5일 월요일

'스타 트렉: 비욘드',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줬다

'스타 트렉(Star Trek)' 시리즈가 돌아왔다.

60년대 인기 TV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스타 트렉'은 지난 2009년 J.J. 에이브람스(Abrams)가 프로듀싱한 영화 시리즈로 새로 리부트되었다. 2016년 개봉한 영화는 J.J.에이브람스의 리부트 영화 시리즈 세 번째 영화다.

제목은 '스타 트렉: 비욘드(Star Trek: Beyond)'.

'스타 트렉: 비욘드'엔 크리스 파인(Chris Pine), 재커리 퀸토(Zachary Quinto), 칼 어밴(Karl Urban), 조 살다나(Zoe Saldana), 사이먼 페그(Simon Pegg), 존 초(John Cho), 앤튼 옐친(Anton Yelchin) 등 '스타 트렉' 리부트 시리즈 출연진과 이드리스 엘바(Edris Elba), 소피아 부텔라(Sofia Boutella), 리디아 윌슨(Lydia Wilson) 등 새로운 배우들이 출연했다. 크리스 파인을 비롯한 '스타 트렉' 리부트 시리즈 출연진은 이전에 맡았던 엔터프라이즈 호 승무원 역으로 돌아왔으며, 이드리스 엘바는 악역 크랄, 소피아 부텔라는 크랄로부터 탈출하려는 제일라, 리디아 윌슨은 조난당한 자신의 우주선 승무원들을 구조해달라고 요청하는 칼랄라 역을 맡았다.

J.J. 에이브람스는 '스타 트렉: 비욘드'에서도 제작을 맡았으나 3탄 연출은 에이브람스가 아닌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 Furious)' 시리즈로 유명한 저스틴 린(Justin Lin) 감독이 맡았다.

'스타 트렉: 비욘드'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엔터프라이즈 호 승무원들이 "요크타운"이라 불리는 우주기지로 돌아와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칼랄라(리디아 윌슨)가 "요크타운"으로 날아와 조난당한 자신의 승무원들을 구조해줄 것을 요구한다. 캡틴 커크(크리스 파인)는 그의 승무원들을 이끌고 칼랄라의 승무원들을 구조하러 출발하지만 크랄(이드리스 엘바)이 이끄는 일당의 공격을 받고 외딴 행성에 추락한다. 살아남은 엔터프라이즈 호 승무원들은 크랄 일당을 피해 탈출하려는 제일라(소피아 부텔라)와 힘을 합해 크랄에게 잡혀있는 엔터프라이즈 호 승무원들을 구출하고 문제의 행성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2009년작 첫 번째 '스타 트렉'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맘에 들었다. 리부트/리메이크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지만 첫 번째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2013년 개봉한 2탄 '스타 트렉: 인투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는 청소년들을 겨냥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WHY SO SERIOUS" 증세를 보이는 등 전편보다 여러모로 실망스러웠다. 출발은 익사이팅했으나 2탄부터 서서히 맥이 빠지기 시작하는 것도 크게 놀라운 현상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실망스러웠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2016년 개봉한 3탄은 어땠을까?

다시 희망차게 치솟았을까? 아니면 계속해서 추락했을까?

유감스럽게도, '스타 트렉: 비욘드'는 후자에 해당되었다.

'스타 트렉: 비욘드'는 시각효과 빼면 건질 게 없는 영화였다.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속편들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등장 캐릭터들도 모두 유명하고, 출연진도 이만하면 훌륭했으나 줄거리를 흥미롭게 풀어가는 재주가 부족했다. 줄거리가 다소 평범하고 밋밋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평범한 줄거리더라도 재밌고 아기자기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면 별 탈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텔링까지 시원찮으면 문제가 생긴다. '스타 트렉: 비욘드'가 딱 여기에 해당되는 영화였다. 전혀 흥미롭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스토리가 미리 짜여진 틀에 맞춰 기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전부였다. 플롯은 액션 씬과 시각효과 씬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이 전부였을 뿐 영화의 세계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힘이 없었다. 007 포뮬라에만 충실하고 나머지엔 소홀했던 90년대 007 시리즈처럼 '스타 트렉: 비욘드'도 '스타 트렉' 포뮬라에만 충실했을 뿐 나머지는 볼 게 없었다. '스타 트렉' 영화처럼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게 목적으로 보였지, 훌륭한 '스타 트렉' 영화를 만들려 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액션은 풍부했고 시각효과 씬도 나름 볼 만했다. 유머도 전편보다 풍부해졌다. 한마디로 갖출 건 두루 다 갖췄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있는 것처럼 보였을 뿐 정돈이 돼있지 않았다. 비록 갖출 건 다 갖췄더라도 이런 식으론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즐길 수 없었다. 화려한 액션과 비쥬얼만 즐기라는 게 전부인 영화처럼 보였다. 물론 '스타 트랙' 류의 SF 영화에서 액션과 비쥬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단지 액션과 비쥬얼만으로 아직도 관객들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단순한 오락영화가 필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액션과 시각효과 메들리가 전부인 영화는 요즘에 통하지 않는다. 그런 류의 영화에 질린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스타 트렉: 비욘드'를 액션과 비쥬얼 빼면 건질 게 없는 텅 빈 영화로 만들어놓았다.

사실 액션도 볼 게 많지 않았다. 요란스럽긴 했으나 인상적인 액션 씬이 없었다. 대부분이 평범하고 비슷비슷한 액션 씬이었지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만 접할 수 있는 뚜렷한 특징이 있는 액션 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타 워즈(Star Wars)' 시리즈엔 광선검을 휘두르는 배틀 씬이 있지만 '스타 트렉'엔 이처럼 특별히 꼽을 만한 액션 씬이 없었다. 화려한 씬들로 관객들을 감탄시키려 노력한 흔적은 보였다. 나중엔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의 90년대 히트곡 'Sabotage'를 느닷없이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으며 흥을 돋구려 했다. 그러나 너무나도 뻔한 의도의 연출이었기 때문에 쓴웃음만 나왔을 뿐 흥이 나지 않았다.

한가지 분명한 건, '스타 트렉: 비욘드'가 여러모로 제작비용이 많이 든 영화 같았다는 점이다. 매우 비싸 보이는 영화였다. 하지만 영화는 싸구려틱 했다. 돈을 아무리 처발랐어도 소용없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렇다고 '스타 트렉' 시리즈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겉만 뻔지르한 게 전부인 껍데기 뿐인 영화로 전락할 것으로 기대하진 않았다. 매우 실망스러웠다. '스타 트렉' 시리즈도 전형적인 "수출용 몬스터"가 다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버티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팔짱을 낀 채로 돌부처처럼 앉아있다 영화관에 불이 들어오기 무섭게 일어났지만, 도중에 지루함이 밀려올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하긴 어렵다. 보다 재밌고 익사이팅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그런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스타 트렉'도 속편으로 이어질 때마다 계속 후진하는 시리즈가 돼가는 듯 하다. 파라마운트가 이미 4탄을 발표했는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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