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일 화요일

007 시리즈의 정체 되찾지 못하면 미래 없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 시대가 007 시리즈의 가장 실망스러운 시대로 기억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다니엘 크레이그 주연 제임스 본드 영화들이 거의 모두 007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가 있다/없다", "스타일이 맘에 든다/안 든다"는 논란은 과거에도 흔히 있었으나 "007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이질감이 이렇게 강하게 느껴진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바로 이 점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레거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007 제작진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007 제작진은 "과격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패밀리 영화", "과거와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007 시리즈"라면서 달라졌음을 시인하면서도 여전히 007 시리즈라는 점을 강조하는 걸 잊지 않았다. 중앙에서 "변화"와 "정체"에 양다리를 걸치면서 유행에 민감한 팝콘무비 관객들과 전통을 중요시 여기는 하드코어 본드팬 모두를 만족시키려 했다.

그러나 "007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이유 역시 간단하다. 007 제작진이 중앙에서 양다리를 걸치기만 했을 뿐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으로 약간 더 기우는 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눈에 바로 띌 정도로 노골적으로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범한 가장 큰 실수가 바로 이것이다. 007 제작진은 "정체"를 전부 내다버리는 한이 있어도 돈벌이가 되도록 "변화"를 주는 데만 혈안이었다.

헐리우드가 "이번엔 무슨 영화를 어떻게 만들까"를 놓고 고민하는 게 아니라 "망하면 큰일 난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 패닉 상태의 집단이라는 평을 듣고 있으므로 크게 놀라울 것은 없다.

007 제작진은 제임스 본드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전성기를 맞이하기 이전엔 제임스 본드가 거진 유일한 "수퍼-액션 히어로"였으나 지금은 사정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가벼운 톤의 패밀리-프렌들리 수퍼히어로 어드벤쳐는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가 가져갔으며, 사실적인 스파이 스릴러는 존 르 카레(John Le Carre) 시리즈와 제이슨 본(Jason Bourne) 시리즈 등이 가져갔으니 말이다. 볼거리 위주의 액션 쟝르는 비싼 시각효과로 무장한 수퍼히어로 쟝르가 독차지했다. 과거 007 시리즈가 즐겨 사용했던 코믹북 스타일 플롯과 악당도 실제 코믹북을 기반으로 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007 시리즈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보다 진지하고 사실적인 톤의 스파이 스릴러 쟝르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미 다른 스파이 영화들이 자리를 잡았을 뿐 아니라 007 시리즈를 존 르 카레 소설처럼 분위기를 바꾼다는 자체가 불가능했다. 007 시리즈에 심각하고 사실적인 분위기를 약간 보태는 정도는 가능해도 007 시리즈를 존 르 카레 시리즈처럼 완전히 바꾸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007 제작진의 위기감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흥행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정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는 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발악을 한 흔적이 워낙 선명하기 때문이다.

많은 본드팬들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인상을 찡그리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도 007 시리즈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처럼 007 시리즈가 뿌리채 흔들리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과거엔 변화를 주더라도 과거부터 해오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간 중간에 새로운 요소를 집어넣으며 변화를 주는 쪽을 택했기 때문에 변화가 느껴지더라도 007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의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선 제작진이 "어떻게 하면 007 시리즈를 007 시리즈처럼 보이지 않도록 만들 수 있을까" 하나만을 연구한 것으로 보일 정도로 이질감이 커졌다.

일각에선 "007 시리즈가 주연배우를 교체하면서 리부트를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편다. 크게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007 시리즈의 세계에선 "리부트" 자체가 매우 생소한 단어라는 게 문제다. 007 시리즈는 주연배우를 교체할 때마다 리부트를 하는 영화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헐리우드 영화 시리즈에선 주연배우가 바뀌는 것이 리부트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을지 몰라도, 007 시리즈는 그렇지 않다. 007 시리즈에서 주연배우의 교체는 열차의 기관사가 교체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관사가 바뀌어도 열차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따라서 007 시리즈의 주연배우 교체는 "REFRESH"에 가깝지 "REBOOT"가 아니다. 많은 본드팬들이 "리부트"라는 단어 사용을 주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서 주연배우 교체 뿐 아니라 열차와 코스까지 모두 바꾸려 했다. 지금까지 007 시리즈가 하지 않았던 "리부트"를 시도한 것이다. 리부트는 새로 시작하겠다는 의미이므로 과거 007 시리즈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많은 본드팬들의 불만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이다.

물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고 본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리부트"를 통해 "HARD RESET"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개성"과 "전통" 같은 건 다 집어던지고 "인기"와 "유행"만을 쫓으며 돈벌이가 될 방법에만 매달릴 정도로 패닉 상태였던 게 아니었나 의심된다.

크레이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영화인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다소 색다른 시도를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영화부턴 간격을 좁혀나갔어야 옳았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크레이그의 네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스펙터(SPECTRE)' 차례가 돼서야 뒤늦게 클래식 007 시리즈와의 벌어진 간격을 좁히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오마쥬 범벅 뿐 아니라 가젯과 유머, 스펙터와 블로펠드까지 동원해가며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클래식 007 시리즈와 다시 연결시키려 노력했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영화의 맨 마지막에 배치됐던 건배럴 씬이 '스펙터'에선 다시 원위치인 영화의 맨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도 우연일 리 없다.

과연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과거 007 시리즈와의 간격을 계속 좁혀나갈 수 있을까?

물론 크레이그도 로저 무어(Roger Moore)가 했던 것처럼 다섯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분위기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 로저 무어는 그의 네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문레이커(Moonraker)'에서 우주에까지 나갔다가 다섯 번째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선 다시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 스타일로 성공적으로 되돌아온 바 있다. '문레이커'에서 우주에 나가 광선총까지 쏘면서 SF-수퍼히어로가 다 됐던 로저 무어의 제임스 본드가 '유어 아이스 온리'를 통해 다시 이언 플레밍의 "정상적인" 제임스 본드의 세계로 되돌아오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크레이그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헐리우드 액션 캐릭터로 전락한 제임스 본드를 다시 "정상적인" 제임스 본드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까?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하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계속 제임스 본드로 남아있는 한 벌어진 간격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 몇 가지 기본적인 것만 지키면서 제대로 만들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현재의 007 제작진에 별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억지로 간격을 좁히려다 한심스럽던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대로 되돌아가기 딱 알맞아 보일 뿐이다. 007 제작진은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스펙터'에서 완벽하게 죽쑬 준비가 언제나 돼있음을 암시한 바 있다. '본드25'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와 스크린라이터 닐 퍼비스(Neal Purvis), 로버트 웨이드(Robert Wade)가 다시 뭉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도 그다지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그렇다고 주연배우 교체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주연배우를 교체하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으나 "HARD RESET"의 재발 위험이 방해가 된다. 주연배우를 교체하면서 또 리부트를 하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 같아서다.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리부트를 시도하지 않고 같은 "열차"를 타고 같은 "코스"를 유지했더라면 "제 2의 혼란"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의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마감시킬 필요가 느껴지면서도 "이 다음엔 또 어디로 어떻게 튈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가 007 시리즈를 제작하던 당시엔 주연배우가 바뀌어도 크게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았으나, 바바라 브로콜리(Barbara Broccoli)와 마이클 G. 윌슨(Michael G. Wilson)이 제작을 맡은 현재의 007 시리즈는 주연배우가 교체되면 007 시리즈가 어디로 튈지 걱정하게 됐다.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돈을 많이 벌었을지 몰라도, 007 시리즈에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불러왔다.

007 시리즈가 다시 안정을 되찾으려면 007 시리즈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 불필요한 "리부트 어드벤쳐" 코스를 피하고 과거의 "007 열차"가 달리던 "원래의 코스"로 되돌아가야 한다. 주연배우가 교체될 때마다 영화를 180도로 뒤집어놓을 생각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색다른 아이디어"는 "플롯"에 필요하지 영화 시리즈 전체를 뒤집어놓을 필요는 없다. 이런 식으로 색다르게 보이려는 머저리같은 짓을 반복해선 안 된다.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리부트"와 "뒤집기"를 반복하면 머지 않아 007 시리즈도 리부트를 통해 가까스로 연명하는 시리즈로 전락할 것이다. 알버트 R. 브로콜리가 했던 것처럼 우직하게 밀고나갈 줄 알아야지 홀랑 뒤집어지길 반복하는 시리즈가 되면 리부트 없인 유지할 수 없는 시리즈가 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임스 본드의 입지가 좁아졌으면 "007 시리즈는 이런 것"이라는 개성, 전통, 특징을 앞세울 필요가 있다. 아무리 변화가 필요하더라도 007 시리즈는 007 시리즈일 수밖에 없다. 007 시리즈에서 "SOMETHING ELSE"로 완전한 변신을 하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따라서 "007 시리즈는 이런 것"이라는 개성과 특징을 앞세워 "007 브랜드"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경쟁작들과 비슷해지는 쪽을 택하면 지금 당장은 유행의 덕을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헐리우드 경쟁작들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 영화 시리즈"로 전락할 수 있다. "007 로고와 제임스 본드 캐릭터 이름을 제외하고 나면 다른 헐리우드 영화와 별 차이가 없는 영화 시리즈"가 되는 건 "007 브랜드의 쇠락"을 의미한다. 이미 007 시리즈가 그 단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007 로고와 제임스 본드 캐릭터 이름을 제외하면 007 시리즈로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이미 흔히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을 잠재우고 "누가 봐도 007 시리즈인 영화"를 내놓아야 한다.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007 시리즈의 스타일을 따라한 바람에 이젠 "007 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더이상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렇다고 그걸 포기해선 안 된다. "제임스 본드가 오리지날"이고 "제임스 본드가 해야 더 멋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007 시리즈의 전통과 스타일을 살려나가야 한다. 남들이 007 시리즈를 따라하므로 007 시리즈가 다른 걸 시도해야 한다면서 007 시리즈가 남의 영화들을 따라하는 코미디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007 시리즈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댓글 4개 :

  1. 솔직히 이제는 포기했습니다.
    다니엘이 본드 역을 맡은 이후에 카지노 로얄을 제외하고는 실망스러운 작품만 나왔지만,
    이는 마이클 윌슨과 바바라 브로콜리의 잘못이 더 크다는 생각입니다.
    커비 사후에 확실히 방향을 잃고 헤메이다가, 그나마 카지노 로얄만 원작에 힘입어서 제대로 나온 작품이고 나머지는 흥행과 무관하게 이게 본드 영화인지 아니면 그 시절 유행 영화인지 도저히 구분이 안되는 지경이니까요.
    결국 중심을 잡아주고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줄 커비 브로콜리의 부재, 스크립터 들의 자격 미달 등등이 총체적인 재앙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말 요즘은 그냥 개봉하니까 보는거지 전혀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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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러 유행과 스타일을 007 시리즈에 맞게 소화시키는 방법을 못찾는 듯 합니다.
      스토리는 존 르 카레 소설과 똑같아도 007 시리즈 스타일로 소화시키는 게 가능하죠.
      존 르 카레 스타일 소재로도 007 스타일 영화를 충분히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제가 '리빙데이라이트'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제작진은 베낄 줄만 알지 007 스타일로 소화시킬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90년대 브로스난 시절처럼 뮤직비디오 스타일 하이라이트 모음에 그치겠죠.
      이게 90년대 이후 007 시리즈의 현주소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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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ㅋㅋㅋㅋㅋㅋ 국내에서만 007이 흥행하지 못하는이유 ㅋㅋㅋ
    전반적으로 다니엘만의 제임스본드의 색을 잘 입혔는데 제임스본드는 이래야한다
    틀에박혀서 이런소리나 숨어서 하고 ㅋㅋㅋㅋ
    이보세요 언제나 변화는 필요합니다. 기존 배트맨의 이미지를 벗고 크리스찬베일만의 색으로
    새롭게 탄생한 다크나이트가 왜 명작인줄 압니까? 이분들이라면 배트맨은 때려부수고 죽여야 한다는 고장관념에 박혀서 최악의 영화라고 할분들이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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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인트를 놓치는 사람이 아직도 있군요.
      크리스챤 베일의 배트맨 시리즈는 배트맨의 세계를 제대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단지 "변화"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변화를 줬으니까 명작이라고 하는 겁니다.
      반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는 본드 세계를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워낙 차별화만 하려다 보니까 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까지 됐다는 겁니다.
      "정체성"을 말하면 예전에 하던대로 그대로 계속 똑같이 반복하라는 걸로 이해하나본데,
      007 시리즈에선 변화를 주더라도 정해진 기본 틀 내에서 변화를 줘야한단 얘깁니다.
      그 틀 내에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이상 007 시리즈가 아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나옵니다.
      그건 절대로 올바른 변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싫든좋든 007 시리즈는 그 틀 내에서 맴돌 수밖에 없게 돼있습니다.
      싹 다 바꿔버리는 게 뭐 어떠냐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전세계의 많은 영화팬들이 007 시리즈가 어떤 영화라는 걸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게 문젭니다.
      "007 시리즈는 이런 영화"라는 걸 이미 잘 알고있는 사람들이 천지라는 겁니다.
      007 시리즈가 엊그제 시작한 시리즈가 아니라 50년이 넘도록 이어진 시리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너무 크게 차이가 나는 본드 영화를 내놓으면 어색하단 반응이 당연히 나오게 돼있습니다.
      그래서 어색함과 생소함을 최소화하면서 변화를 줄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단 겁니다.
      그런 센스가 부족하면 스카이폴과 같은 영화가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만 007이 흥행하지 못하는 이유"라는데, 여긴 미국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 007 시리즈 얘기는 영국, 미국 본드팬 사이트에서도 자주 오갑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 영화가 재밌긴 하지만 다음엔 좀 더 007 영화다워졌으면 좋겠다"
      이런 글들이 종종 눈에 띄곤 합니다. 그게 무슨 의미라고 생각합니까?
      비판 수위를 낮춘 것 뿐이지 너무 달라진 게 불만이라는 얘깁니다.
      왜 전세계 본드팬들이 좀 더 007 영화다운 영화를 원한다고 하는지 생각을 좀 해보시죠.
      그들이 007 시리즈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럴 것 같습니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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