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L19:W12]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위닝팀을 절대 못 이긴다?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드림 온(Dream On)',  '웍 디스 웨이(Walk This Way)', 벨 비브 디보(Bell Biv Devoe)의 '포이즌(Poison)' 등이 풋볼 중계방송 중간중간에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온다면 그 풋볼경기가 열린 장소가 보스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락그룹 에어로스미스, R&B 그룹 벨 비브 디보 모두 보스턴 출신 그룹이다.

일요일에 있었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의 경기 중계방송 도중에도 보스턴 출신 그룹의 곡들이 배경음악으로 자주 흘러나왔다.

지난 일요일 오후 보스턴 근교의 폭스버러(Foxborough)에 위치한 패트리어츠 홈구장, 질레트 스테디움(Gillette Stadium)에서 벌어진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경기는 NFL 공격 랭킹 1위 카우보이스와 NFL 수비 랭킹 1위 패트리어츠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엘리트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와 노련한 베테랑 헤드코치 빌 벨리칙(Bill Belichick)이 버티고 있는 패트리어츠가 홈에서 카우보이스에 패할 것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안 좋은 날씨였으므로 대량 득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패트리어츠가 홈에서 카우보이스에 진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씨나리오였다. 여러 면에서 패트리어츠는 카우보이스가 쉽게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2019년 정규시즌 들어서 현재까지 위닝팀을 상대로 승리한 적이 없는 팀이다. 지금까지 카우보이스는 승보다 패가 많은 팀들과의 경기에서만 승리했고, 패보다 승이 많은 팀들에게는 모두 졌다.

역시 카우보이스는 위닝팀을 못 이기는 걸까?

카우보이스는 패트리어츠전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2 경기 연속 50야드 미만에 그쳤던 카우보이스 러닝백,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t)은 100야드를 돌파하진 못했으나 이전 두 경기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 반면 쿼터백, 댁 프레스콧(Dak Prescott)이 이끄는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궂은 날씨와 강한 패트리어츠 디펜스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패트리어츠 디펜스는 엘리엇에게 러싱 야드를 어느 정도 내줬으나 아마리 쿠퍼(Amari Cooper)를 비롯한 카우보이스 리씨버들을 꽁꽁 묶어놓으며 패스 오펜스를 마비시켰다. 여기에 강한 바람을 뚫고 비에 젖은 공을 패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쿼터백과 리씨버들이 고전했다. 아마리 쿠퍼는 경기 내내 "제로 캐치"를 기록했고, 베테랑 타잇 엔드, 제이슨 위튼(Jason Witten)도 받을 만한 패스를 놓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카우보이스는 오펜스는 패트리어츠의 NFL 넘버1 디펜스를 상대로 터치다운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필드골 3개에 그쳤다. NFL 넘버1 오펜스 vs 넘버1 디펜스의 대결은 디펜스의 승리였다.

패스 오펜스의 부진을 쉽게 날씨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러나 NFL 팀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상관없이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그것이 NFL이다. 따라서 날씨 때문에 경기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고 하면 그만큼 준비가 덜 됐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궂은 날씨에 고전한 건 카우보이스 뿐 아니라 패트리어츠도 마찬가지였으므로, "어느 팀이 악조건을 극복하고 승리하나"의 대결에서 카우보이스가 졌으면 그만큼 패트리어츠보다 한 수 아래라는 의미다.

NFL 팀들을 살펴보면 맑은 날은 잘 하는데 비바람이 불거나 눈보라가 치는 날에는 헤매는 팀, 따뜻한 지역에서는 잘 하는데 추운 곳에서는 맥을 못추는 팀, 실내 경기장에서는 잘 하는데 야외 경기장에서는 못하는 팀 등 기후, 장소 등 여러 조건을 타는 팀들이 있다. 이런 팀들은 정규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추운 겨울 악천후 속에서 경기를 가질 확률이 매우 높은 플레이오프에서 매우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수퍼보울까지 오르고 싶다면 "All-Season Team"이 돼야만 한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 팀으로 보였다.

반면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그럭저럭 괜찮은 경기를 펼쳤다. 런 디펜스는 여전히 불안했고 패트리어츠 러닝백들에게 여러 차례 롱 런을 내주기도 했으나 패스 디펜스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모빌리티가 떨어지는 톰 브래디를 강하게 압박해 턴오버 등 실수를 하도록 만들지 못했다. 1쿼터에 카우보이스 디펜시브 엔드, 로버트 퀸(Robert Quinn)이 쌕-펌블을 만들었으나 브래디가 원 바운드로 다시 공을 수습하는 바람에 턴오버로 이어지지 못했다.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패트리어츠 디펜스에 걸려 고전했던 만큼 카우보이스 디펜스가 턴오버 등 빅 플레이를 만들며 힘을 보태줬으면 좋았겠지만, 그 정도까지의 활약은 하지 못했다.

카우보이스 스페셜 팀은 한심한 경기를 가졌다.

46야드 필드골을 실패하면서 선제 득점 기회를 날리며 경기를 시작한 카우보이스는 1쿼터 마지막에 펀트 블락까지 당했다. 문제의 펀트 블락은 패트리어츠에 결정적인 선제 득점 기회를 제공했다.

펀트 블락에 이은 또 하나의 큰 실책은 댁 프레스콧의 인터셉션이다.

0대7로 끌려가던 2쿼터에 프레스콧이 인터셉트를 당했다. 스냅부터 높아서 여러모로 리듬이 깨졌으나 프레스콧은 안전하게 쌕을 택하지 않고 아마리 쿠퍼에게 무리한 패스를 시도했다. 그 결과는 인터셉션이었다.

비가 오는 날 NFL 넘버1 디펜스 팀을 상대하다 높은 스냅으로 시작부터 플레이가 꼬였으면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프레스콧은 욕심을 냈고, 그 과욕이 부른 결과는 인터셉션이었다.

뿐만 아니라 프레스콧의 인터셉션은 패트리어츠의 추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프레스콧의 인터셉션으로 공격권을 빼앗아온 패트리어츠는 필드골을 성공시켜 3점을 추가했다.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펀트 블락과 인터셉션만 없었다면 카우보이스에 승산이 있었다고 본다. 패트리어츠 오펜스도 카우보이스 디펜스를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를 가졌으므로 카우보이스 오펜스와 스페셜 팀이 인터셉션과 펀트 블락이라는 실수만 범하지 않았더라면 카우보이스에게도 해볼 만한 경기였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배드 플레이를 만들었고 패트리어츠는 빅 플레이를 만들었다. 바로 이것이 "위닝팀"과 "루징팀"의 차이다. "위닝팀"은 이기는 방법을 잘 찾아내지만 "루징팀"은 징글징글할 정도로 지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낸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카우보이스는 "위닝팀"을 상대로 아직까지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이다.

비 오는 날 먼지 날리게 맞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듯.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홈으로 이동해 오는 목요일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와 추수감사절 경기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