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9일 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이긴 거 맞아?'

결과부터 말하면 이긴 거 맞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이겼다. 파이널 스코어는 25:24

대부분의 풋볼팬들은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버팔로 빌스를 가볍게 이기거나 아니면 시작부터 이상하게 꼬이면서 패할 것으로 봤다. 약체, 버팔로 빌스와의 경기가 트랩게임(Trap Game)이 될 것으로 본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이 게임이 트랩게임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다음 주 상대가 5승 무패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인만큼 약체 버팔로 빌스와의 먼데이 나잇 경기가 트랩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시작하자마자 토니 로모가 인터셉션을 당하고 버팔로 빌스가 리턴 터치다운을 하는 것을 보고 트랩게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토니 로모가 또 인터셉션을 당하더니 전반에만 모두 4번 인터셉션 당하는 걸 보면서 트랩게임인 것이 이보다 더욱 분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2007년 시즌 들어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후반전에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버팔로 빌스와의 먼데이 나잇 경기에선 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전반에만 4번 인터셉션을 당한 것만으로 부족했는지 경기가 좀 풀리는 것 같다 싶으니까 펌블(Fumble)을 하고, 이것으로도 성이 안찼는지 엔드존에서 또 인터셉트 당했다.

그렇다. 한 경기에서 인터셉션 5번, 펌블 1번 등 토탈 6번의 턴오버를 토니 로모 혼자서 한 것이다.토니 로모 혼자서 6번씩이나 턴오버를 기록하고, 이중 2개는 버팔로 수비에 의해 곧바로 리턴 터치다운으로 이어졌다.

턴오버 뿐만이 아니다. 경기가 조금 풀리나 싶으니까 버팔로 빌스에게 킥리턴 터치다운까지 내줬다.

그래도, 막판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끝까지 따라붙긴 했다. 그러나, 2포인트 컨버젼을 실패하면서 결국은 24:22로 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남은 경기시간도 20초 정도가 전부였으니 온사이드킥을 성공시켜 필드골을 찬다는 거진 기적에 가까운 옵션 하나 빼곤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자 참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1) 토니 로모가 인터셉션 5번, 펌블 1번을 했는데 아직도 승리를 원한다는 게 말이 되냐. 양심이 있어라 이넘아...

2) 1쿼터부터 진 경기였는데 마지막에 따라붙을 것 같다고 역전을 기대하는 건 초라한 것 아니냐.

3) 토니 로모 혼자서 턴오버를 6번이나 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버팔로도 정상이 아닌 것 같다.

4) 일단, 버팔로 경기는 이렇게 진 걸로 하고 다음 주 뉴잉글랜드 걱정이나 하자.

온사이드킥을 성공시킨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온사이드킥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온사이드킥을 성공시킨 다음에 어찌 될 것인가는 둘 째 문제다. 당장 온사이드킥을 성공시킨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운이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온사이드킥을 성공시켰다. 18초밖에 남지 않았지만 필드골만 차도 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승리할 확률이 갑자기 높아진 것.

그리고, 토니 로모가 터렐 오웬스에게 패스를 성공시키면서 버팔로 25야드까지 전진했다. 이제 남은 건 역전 필드골이었다.

그런데, 부스 리뷰. 결과는 터렐 오웬스가 패스를 받지 못했다는 것.

25야드까지 갔다가 후진한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2초를 남기고 35야드까지 다시 전진하는 데 성공.

그런데,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 킥커가 루키라는 것. 게다가, 53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인데 그의 최장거리 필드골 성공 기록은 52야드였다.

남은 시간은 2초!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필드골 하나 남겨둔 상황인데 키커가 루키인데다 평생 53야드 필드골을 차본 적이 없는 친구다.

하지만, 루키 킥커 Nick Folk는 53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25:24 달라스 승리.


사진: 달라스 카우보이스 킥커 Nick Folk

이 경기를 보고나니 킥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달라스 카우보이스 먼데이 나잇 경기가 몇 개 떠오른다.

아무래도 1997년 시즌 필라델피아 이글스와의 경기를 빼놓을 수 없을 듯. 달라스 카우보이스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로 옮겨간 킥커, 크리스 보니올이 마지막 역전 필드골을 차지 못하고 러닝백처럼 공을 들고 뛰다가 펌블하면서 끝났던 그 경기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였던 크리스 보니올이 필라델피아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다시 텍사스 스테디움을 찾았으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테고 관중들도 집중적으로 보니올에게 야유를 퍼부었는데 경기 종료를 몇 초 앞두고 이글스에게 승리를 안길 수 있었던 역전 필드골을 망쳤으니 난리가 났을 수 밖에...

2003년 빌 파셀스의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뉴욕 자이언츠의 먼데이 나잇 경기도 엄청났다. 뉴욕 자이언츠 헤드코치 시절 두 차례 수퍼볼 우승을 했던 헤드코치 빌 파셀스가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이끌고 뉴욕으로 돌아온 첫 경기였다. 당시 달라스 카우보이스 킥커였던 빌리 컨디프는 오버타임까지 합해 모두 7개의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한 경기에 7개의 필드골을 성공시킨 킥커가 지금까지 딱 4명밖에 없는데 그 중 둘이 달라스 카우보이스 선수다. 하나는 2003년 시즌의 빌리 컨디프고 다른 하나는 1996년 시즌의 크리스 보니올이다. 1997년 시즌 필라델피아 이글스로 팀을 옮겼다가 먼데이 나잇 경기에서 쇼를 했던 '바로 전에 얘기한 그 친구'다. 보니올이 1996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 킥커였을 때 그린베이 패커스를 상대로 21점을 혼자 냈다. 마지막 필드골은 승패와 무관했기 때문에 찰 필요 없었지만 기록을 위해 7개 채웠다가 그린베이 패커스 선수들과 싸움이 났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2004년 시애틀 시혹스와의 먼데이 나잇 경기에서도 온사이드킥 성공이 한몫 했던 와일드 게임이었다. 키샨 존슨의 터치다운 캐치가 사실은 아웃 오브 바운드였기 때문에 무효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터치다운으로 인정된데다 빌리 컨디프가 온사이드킥을 멋들어지게 성공시키면서 시애틀 시혹스를 울렸던 그 게임이다. 당시 루키였던 러닝백, 줄리어스 존스가 거진 200야드를 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시즌 먼데이 나잇 경기에서도 와일드 엔딩이 있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로이 윌리암스가 도노반 맥냅의 패스를 인터셉트해서 리턴 터치다운을 하며 끝났던 게임이 먼데이 나잇 경기였다. 이 경기는 킥커와는 무관하기 때문에 위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지만 경기가 예상치 못했던 쪽으로 흘러간 건 인정해줘야 할 듯.

하지만, 2007년 것만큼 황당한 것은 없었다. 인터셉션 5개, 펌블 1개 등 턴오버만 6 차례 했는데도 이겼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데 여기에 온사이드킥 성공까지 끼었으니 이보다 더 와일드한 달라스 카우보이스 먼데이 나잇 경기는 없었던 것 같다.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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