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9일 화요일

달라스 MNF 승리 독인가 약인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쿼터백, 토니 로모가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와의 먼데이 나잇 경기에서 혼자서 턴오버를 6차례나 했는데 경기에서 이겼다고 마냥 기분이 좋을 수 없다.

물론, 풋볼경기란 게 경기내용보다는 결과위주라고 해야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다음 주 상대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에게 박살날 게 뻔하다. 토니 로모가 인터셉션을 밥먹듯 당하면서도 이길 수 있었던 건 버팔로 빌스가 약체였던 덕분이 크다고 봐야하므로 NFL 최강팀이라고 할 수 있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경기에서는 이번과 같은 기적을 기대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주 잊는 것 중 하나는 토니 로모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주전 쿼터백이 된지 아직 만 1년이 안됐다는 것이다. NFL 주전 쿼터백 경험이 아직 만 1년도 안된 선수인만큼 언젠가 한번 오부지게 망가질 게 뻔했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된통 걸릴 때가 있다. 아마도 버팔로 빌스와의 먼데이 나잇 경기가 '토니 로모의 날'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게 약이 될 것인지 아니면 독이 될 것인지 계산해봐야 할 것 같다. 특히, 다음 상대가 2007년 시즌 우승후보 0순위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라면 더더욱 계산을 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버팔로 빌스와의 먼데이 나잇에서 지길 바랬다. '무패행진'이라는 불필요한 짐을 덜어내고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뉴잉글랜드를 꼭 이겨야 한다는 게 아니라 2007년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얼마나 강한 팀인가를 파악하기에 이보다 좋은 테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무패행진을 한다지만 언젠가는 풍선에서 바람 빠져나가듯 무너질 때가 올텐데 그런 경기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전이 되지 않길 바랬다. 천상 한번 망가질 것이면 버팔로전이 되는 게 2007년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그런데, 묘한 건 올 것이 오긴 왔는데 패하지 않고 이겼다는 것이다. 트랩게임을 치룬 것처럼 보이지만 경기에서 지진 않았다. 과연 이것을 달라스 카우보이스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짜릿한 승리에 취해있을까, 아니면 토니 로모의 6차례 턴오버가 신경쓰일까?

만약,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패했다면 토니 로모의 인터셉션과 펌블이 도마에 올랐을 것이다.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천상 도마에 올랐겠지만 이겼을 때와 졌을 때의 분위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토니 로모가 6번 턴오버를 기록했지만 '그래도 이겼다'는 게 끼어들기 때문이다. 경기내용이 형편없었다는 건 결과가 어느 쪽이든 변함없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위기감'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걸 일종의 'Wake Up Call'이라고 하는데 달라스 카우보이스 선수들이 버팔로전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해진다. 지는 경기였지만 패하는 것만 운좋게 모면했으니 속으로는 진 경기라고 생각하면서 다음 경기 준비에 임한다면 먼데이 나잇 경기에서 얻은 교훈이 제 값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짜릿한 승리'의 맛에 취해있다면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전에서 치욕적인 대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뉴잉글랜드를 상대로 버팔로전에서처럼 무너지면 역전할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은 물론일 뿐만 아니라 '박살패'를 면치 못할 것이 분명하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오는 일요일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는 선수들이 버팔로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토니 로모가 버팔로전에서 한바탕 심하게 헤맸으니 2주 연속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진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하지만, 짜릿한 역전승으로 달콤하게 끝난 바람에 정신을 덜 차리게 되면 2주 연속으로 한심한 쇼를 보여줄지도 모른다.



한가지 더 토니 로모가 기억해야할 게 있다.

제리 존스가 아직까지 그에게 장기 계약서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토니 로모가 금년에 어떤 플레이를 보여주냐에 따라 그의 연봉과 계약기간이 오락가락하는 것. 토니 로모가 아직 NFL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한 경기에 5개의 인터셉션을 당한 것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경기당 3개 이상의 인터셉션을 기록한다면 제리 존스도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2007년 시즌 들어 토니 로모가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자 스포츠 미디어들은 '제리 존스는 토니 로모에게 돈을 주라'고 했다. 하지만, 버팔로전에서 인터셉션 5개, 펌블 1개 등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턴오버 6개 모두를 토니 로모 혼자서 기록하는 걸 본 이후론 이런 이야기가 쏙 들어가지 않았을까 한다. 비행기 태워줄 땐 하늘 높은 줄 모르게 태워주다가도 아니다 싶으면 한순간에 격추시켜 버리는 게 스포츠 미디어다. 만약 2주 연속으로 이런 경기를 보여준다면 토니 로모는 풋볼헬멧이 아닌 낙하산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게 토니 로모일테니 큰 걱정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뉴잉글랜드전에서도 망가진다면 토니 로모는 2중, 3중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뉴잉글랜드에게 지더라도 박살패를 당하면 안되고, 박살패를 당하는데 토니 로모가 큰 몫을 하면 더더욱 안된다. 이번에도 경기를 망치면 '박살패 원흉'이 되면서 '역시 뉴잉글랜드에겐 상대가 안됐다', '토니 로모 또 흔들리다', '역시 토니 로모는 챔피언쉽 쿼터백이 아니다', '톰 브래디와 토니 로모 비교대상 아니다'라는 기사들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지는 한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해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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