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1일 목요일

'게임플랜' - 아빠 되기도 힘들다!



미국에서 매년 가을마다 거의 빠짐없이 개봉하는 영화 중에 풋볼(미식축구)영화가 있다. 매년 9월 시작하는 풋볼시즌에 맞춰 풋볼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오는 것.

금년에도 변함없이 풋볼영화가 개봉했다.

2007년 시즌 풋볼영화는 대학시절 실제로 풋볼 선수생활을 했던 드웨인 'The Rock' 존슨 주연의 코메디/풋볼영화 'The Game Plan'.




그러나, 한가지 기억할 게 있다:

'게임 플랜'은 풋볼영화가 절대 아니다.

주인공이 풋볼선수고 풋볼선수들이 많이 나올 뿐만 아니라, 에이전트, TV 중계방송, 풋볼 스테디움, 치어리더, 기타 등등이 영화에 나온다지만 그렇다고해서 무조건 '풋볼영화' 또는 '스포츠 영화'가 되는 건 아니다.

'게임 플랜'이 스포츠쪽과 거리가 먼 이유는 간단하다:

주인공 조 킹맨(Joe Kingman)과 그의 어린 딸에 관한 이야기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게임 플랜'의 줄거리는 보스턴 레벨스(Boston Rebels)라는 프로 풋볼팀의 스타 쿼터백, 조 킹맨(드웨인 존슨)이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딸, 페이튼과 함께 살게 되면서 오만가지 소동에 휘말린다는 내용이다. 딸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어린 딸이 집으로 쳐들어와 계획에 없던 '아빠노릇'을 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는 그렇고 그런 얘기인 것.

여기서 재미있는 건 캐릭터 이름이다. Joe Namath, Joe Theismann, Joe Montana 등 Joe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한 쿼터백들이 많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은 듯 주인공의 이름도 조 킹맨(Joe Kingman)이다. 퍼스트 네임과 라스트 네임을 붙여버리면 '조킹맨'처럼 들리기도 하는 다용도 이름이다.

딸의 이름이 페이튼(Peyton)이란 것도 놓칠 수 없다.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이란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ESPN 스포츠센터 진행자 스튜어트 스콧(Stuart Scott)이 영화에 나오는 것도 재미있다. 하지만, '게임 플랜'이 디즈니 영화고 ESPN도 월트 디즈니 소유라는 걸 감안하면 ESPN 진행자들이 영화에 나온 게 이상할 것은 없다.



이 정도면 '스포츠 영화' 아니냐고?

주인공의 직업이 풋볼선수이기 때문에 양념으로 들어간 몇 가지만 보고 덜컥 '스포츠 영화'라고 하면 곤란하다. 풋볼이라는 스포츠 자체가 아니라 존 킹맨과 처음 만난 그의 딸, 페이튼의 이야기가 메인인데 주인공이 풋볼선수다, 스포츠에 관련된 게 많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스포츠 영화'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임 플랜'에도 풋볼 경기장면이 나오는 등 스포츠와 아주 무관한 건 아니지만 풋볼에 대한 영화가 아니므로 스포츠 영화라고 하기 힘들다.

코메디도 스포츠와 직접 관련있다면 스포츠/코메디라고 할 수 있다. 'Unnecessary Roughness'나 '메이저 리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게임 플랜'은 코메디인 것까지는 맞지만 스포츠 자체와는 직접 상관없기 때문에 스포츠/코메디라고 하는 것도 약간 곤란하다. '게임 플랜'에서 웃음을 주는 부분은 아버지 역할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조 킹맨과 그의 딸 페이튼이 벌이는 소동이지 조 킹맨과 보스턴 레벨스의 우스꽝스러운 경기 같은 게 아니다. 결국, '게임 플랜'은 풋볼선수인 주인공의 주위를 풋볼테마로 장식해 놓은 게 전부인 어린이용 코메디/패밀리 영화일 뿐인 것.

패밀리 영화인줄 알면서도 'Unnecessary Roughness', 'Replacement'와 같은 스포츠/코메디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기를 기대했다. '그쪽'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그쪽' 생각이 났다. 이런 게 없으면 아주 평범한 어린이용 코메디 영화가 될 게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실제로 풋볼을 했던 드웨인 존슨이 나오는데 어린이용 코메디 영화보다는 스포츠/코메디쪽이 훨씬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게임 플랜'은 성인이나 스포츠팬들이 보기엔 살짝 무리가 있는 아동스러운 영화에 그쳤다.

그런데, 문제는 풋볼이고 뭐고 다 접어놓고 '아버지와 딸의 가슴 뭉클한 패밀리 영화'로 보려고 해도 내용이 워낙 단조로운 바람에 와닿는 게 별로 없다는 것. '전 부인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걸 전혀 모르던 남자가 불쑥 찾아온 어린 딸과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줄거리의 멜로, 코메디 영화들이 한 둘이 아닌데 '게임 플랜'이라고 새로울 게 있을까?



풋볼이고 뭐고 다 접어놓고 '아버지와 딸의 가슴 뭉클한 패밀리 영화'로 보려고 해도 내용이 워낙 단조롭기 때문에 와닿는 게 없다. '전 부인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걸 전혀 모르던 남자가 불쑥 찾아온 어린 딸과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줄거리의 멜로, 코메디 영화들이 한 둘이 아닌데 '게임 플랜'이라고 새로울 게 있을까?

당연히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그래도 볼거리는 있다.

바로, 드웨인 존슨이다.



총알도 박히지 않을 것처럼 단단해 보이는 드웨인 존슨이 어린이용 코메디 영화에 나온다면 어떤 식으로 관객들을 웃길지 대충 상상이 갈 것이다. 아이들에게 번번히 당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외모의 사나이가 자꾸 망가지고 무릎꿇는 식이 될 게 뻔하잖수?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Kindergarten Cop'이라는 엉뚱한 아이들용 코메디 영화에서 망가졌던 것처럼 말이다.

'게임 플랜'도 이런 식의 유머가 전부인 영화다. 어떻게서든 드웨인 존슨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만 늘어놓는 어린이 수준의 유머로 웃음을 짜내는 수법을 썼다. 프로페셔널 풋볼선수가 기자회견을 하는 꼬락서니가 딱 WWE 수준인 것부터 시작해서 수퍼스타 풋볼선수를 발레리나로 둔갑시킬 생각을 했다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온다.

하지만, 어쩌랴! 드웨인 존슨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웃을 일이 없는걸...

드웨인, 뭐라고? 요새 먹고 살기 힘들다고?



'게임 플랜'은 어린이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드웨인 'The Rock' 존슨을 어린이용 영화에 주인공으로 세우면서 재미를 보려고 만든 영화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가족의 중요함', '부녀간의 사랑' 같은 것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냐고 따질지 몰라도 내가 볼 땐 '게임 플랜'은 드웨인 'The Rock' 존슨을 빼면 볼 게 없는 영화다.

잠깐...

꼭 그런 건 아니다.

울퉁불퉁한 드웨인 존슨만 계속 보고있으면 눈까지 우락부락해진다는 건 알고있었나보지?



발레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발레는 좀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드웨인 존슨과 매치가 안되는 것들만 계속 늘어놓는다지만 발레는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발레강사로 나온 라틴계 여배우 로셀린 산체스를 본 순간부터는 발레만 계속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불끈불끈...

그렇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발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영화인 건 아니다.

'만약 내가 조 킹맨의 입장이 된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 것.

내가 탁월한 번식력을 가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난 누구처럼 '게임 플랜'만 할 줄 알고 '패밀리 플랜'은 꽝인 넘은 아니지만 이게 포인트인 것 같진 않고...

아무튼, 나도 아이를 키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키우는 걸 둘 째 치더라도 아이들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내게 우호적이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갓난아기 우는 소리, 칭얼대는 소리, 밥 줘야 해, 기저귀 갈아줘야 해, 이것 저것 만지고 주무르는 것 못하게 해야하는 것 등등을 참지 못한다.

지금도 생각이 변함없는지 모르겠지만 얼마전 미국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자신의 생활에 기저귀 갈아주는 건 없다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조지 클루니와 같은 '급'이라는 건 아니지만 '기저귀' 부분은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느닷없이 8살 난 어린 아이와 같이 살아야 한다면?

솔직히 말해 나는 저만큼 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가족이 없으면 외롭다는 것까지는 나도 안다.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아버지 노릇을 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이렇다보니 '갑자기 8살 난 아이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게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숨겨놓은 아이가 있어서가 아니라 싱글로 자유롭게 지내던 내 삶에 갑자기 어린 아이가 뛰어들었을 때의 그 당혹감이 어느 정도일까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조 킹맨이 8살 난 딸과 같이 지내게 되는 순간 폭소를 터뜨렸겠지만 나는 웃음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내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못견길 것이란 생각이 스쳐지나갔을 뿐.

이래서 난 이런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한다. 남들 웃을 때 나 혼자서 '뜨끔', '철렁'한 맛을 보는 '나만의 공포영화'를 좋아할리 있겠냐고!

그래도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풀린다. 'Negative'에서 'Positive'로 곧바로 분위기 전환!

'게임 플랜'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버닝 러브(Burning Love)'를 들으며 'Positive'하게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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