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3일 토요일

'위 오운 더 나잇' - 형제는 용감했다

1988년 뉴욕.

아버지와 두 형제가 있다. 아버지 버트 그루신스키(로버트 듀발)와 아들 조셉(마크 월버그)은 경찰이고 또다른 아들 바비(Joaquin Phoenix)는 나이트클럽 매니져다.

당연하겠지만 바비는 버트, 조셉과 사이가 좋지 않다.

바비는 사실상 버트, 조셉과 인연을 끊다시피 했으며, 자신의 라스트 네임도 '그루신스키'가 아닌 '그린'으로 바꿨다. 라스트 네임이 다른 덕분에 그의 여자친구 아마다(에바 멘데즈)를 제외한 나머지는 바비가 버트, 조셉과 부자, 형제지간이라는 걸 모른다.

그런데, 바비가 매니져로 있는 러시아인 소유의 나이트클럽에 러시안 마약딜러들이 나타나고 조셉이 이들을 추적하면서 버트, 조셉, 바비 모두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쯤 됐으면 '위 오운 더 나잇('We Own the Night)'이 무슨 영화인지 대충 감이 잡혔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제법 그럴싸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다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것.

형제 중 하나는 모범생이고 다른 하나는 건달이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뉴욕경찰, 마약딜러, 언더커버 등 거의 모든 게 이상할 정도로 낯익다.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날 영화가 아니라 리메이크작을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게다가, 시대적 배경까지 80년대다보니 80년대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다보니 줄거리도 어떻게 흘러갈지 금새 감이 잡힌다. '결국 이러저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게 금새 파악되는 것. 다른 경찰/범죄영화에서 자주 나왔던 루트를 그대로 따라가는 게 전부인 영화다보니 버트, 조셉, 바비 3명과 러시아인 소유의 나이트클럽, 러시아인 마약딜러가 나오는 것만 봐도 줄거리가 어디로 갈지 감이 잡힌다.

'We Own the Night'의 스토리는 나이트클럽 매니져였던 바비가 마약딜러 소탕작전에 휘말렸다가 졸지에 '타겟맨'이 되고, 나중엔 총을 들고 설치게(?) 된다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 뻔하고 엉성하게 보인다. 줄거리가 평범하다면 아기자기하고 빈틈없어 보이는 맛이라도 있어야겠지만 이것도 아니다.

예상치 못했던 반전 같은 익사이팅한 부분이 없는 대신 부정애, 형제애 같은 것이라도 제대로 느껴졌다면 그나마 좀 나았겠지만 이것마저도 형식적인 수준이다. 그저 구색을 맞추려고 죽 늘어놓은 게 전부일 뿐 복잡할 것도 없고, 생각해 볼 것도 없으며, 느껴지는 것도 없는 맹탕일 뿐이다. 얼핏 보기에는 뭔가 엄청난 게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폼만 잡는 영화라는 게 드러난다.



'We Own the Night'은 내용이나 작품성 같은 것으로 승부하겠다는 영화가 아니다. 이런 쪽으로는 볼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영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넘겨짚을 때마다 맞아떨어질 정도로 뻔한 내용의 시시한 영화인데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버티는 게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출연배우들 덕분이다.

'We Own the Night'은 어느 면으로 보나 B급 이상이라고 볼 수 없는 영화지만 Joaquin Phoenix, 마크 월버그, 로버트 듀발의 훌륭한 연기가 이 영화를 살렸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갱스터 영화에 잘 어울릴만한 '그렇고 그런 배우들'만 골라서 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하므로 어떻게 보면 오히려 촌쓰러워 보이지만 이들마저 없었다면 정말 대책 안 서는 영화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형제는 용감했다. 비틀거리는 영화를 용감하게 지켜냈다.



'We Own the Night'의 문제는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자 했는지 알겠는데 그가 원했던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겁고 딱딱한 범죄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까지는 알겠는데 아주 당연한 것들만 골라서 맛 보여주기 식으로 늘어놓은 게 전부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원하는 것들을 조각조각 갖다붙인 게 전부인 것처럼 보이면 영화를 심각하게 보기 힘들어진다. 'We Own the Night'이 딱 이런 식이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은 덕분인지 생각했던 것보다는 볼만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무지하게 썰렁한 영화인 것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그렇게 한심하진 않았다. 부족한 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주 못봐줄 정도는 아닌 것. 하지만, 묵직한 갱스터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얼핏 보기엔 '그런' 영화 분위기가 풍기지만 실제로는 맛 보여주기 수준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해 출연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제외하곤 볼 게 없는 영화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다: 블론디의 'Heart of Glass'. 레트로 댄스클럽 분위기를 살리는데 이 노래가 제격이었는지도...



노래 얘기가 나오면 마크 월버그도 빠지지 않는다.

마크 월버그가 8~90년대 인기그룹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의 멤버 더니 월버그(Donnie Wahlberg)의 동생이고, 마크도 90년대초 댄스 힙합앨범을 냈었다는 건 다들 알고있으리라.

Marky Mark and the Funky Bunch였나? 아무튼, 이 친구의 데뷔곡이었던 'Good Vibration'이 90년대초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만약 이 영화가 9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이 노래가 클럽에서 흘러나왔을지도...



아래는 'We Own the Night' 미국 TV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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