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9일 금요일

'주라식 월드', 비슷한 스토리 반복하는 신선도 낮은 평범한 속편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로 유명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가 공룡들을 이끌고 돌아왔다. 지난 2001년 개봉했던 '주라식 파크 3(Jurassic Park III)' 이후로 소식이 뜸했던 공룡들이 14년이 지난 2015년 여름 네 번째 영화로 돌아왔다.

네 번째 영화의 제목은 '주라식 월드(Jurassic World)'.

스티븐 스필버그는 지난 3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그지큐티브 프로듀서를 맡았다. 스필버그와 함께 레전더리 픽쳐스(Legendary Pictures)의 토마스 털(Thomas Tull)이 이그지큐티브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프랭크 마샬(Frank Marshall)과 패트릭 크롤리(Patrick Crowley)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연출은 다소 생소한 이름의 젊은 영화감독 콜린 트레보로(Colin Trevorrow)가 맡았으며, 음악은 마이클 지아키노(Michael Giacchino)가 맡았다.

주연은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의 크리스 프랫(Chris Pratt)과 영화감독 론 하워드(Ron Howard)의 딸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Bryce Dallas Howard)가 맡았다. 크리스 프랫은 공룡 트레이너 오웬 역을 맡았으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테마공원 매니저 클레어 역으로 출연했다. 또한, 닉 로빈슨(Nick Robinson)과 타이 심킨스(Ty Simpkins)는 '주라식 월드' 테마공원에 놀러갔다 공룡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는 클레어의 조카들로 출연했다.

'주라식 월드'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억만장자 사이먼(이르판 칸)에 의해 다시 문을 연 공룡 테마공원 '주라식 월드'가 보다 더 위험하고 익사이팅한 공룡으로 관람객들을 끌기 위해 유전자 변형을 통해 인공으로  '인도미너스 렉스'를 탄생시키지만 문제의 공룡이 갖혀있던 공간에서 탈출하면서 관광객들로 붐비는 '주라식 공원'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다는 줄거리다. 공룡 트레이너 오웬(크리스 프랫)과 공원 매니저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음과 동시에 '주라식 월드' 관광 도중 연락이 끊긴 클레어의 조카들을 구하기 위해 '인도미너스 렉스'가 어슬렁거리는 위험 지역에 뛰어든다...


'주라식 월드'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순수한 여름철 패밀리-프렌들리 블록버스터로써는 괜찮은 편이었다. '주라식 월드'는 8090년대 스타일의 전형적인 패밀리-프렌들리 블록버스터의 요건을 모두 갖춘 영화였다. 지난 '수퍼 8(Super 8)'처럼 과거의 패밀리-프렌들리 블록버스터 영화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일부러 노력한 흔적이 보였으나 크게 방해가 되진 않았다.

그러나 '주라식 월드'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었다.

'주라식 월드'는 신선도가 제로 수준인 영화였다. 공룡 테마공원에 살던 공룡들이 탈출해 아수라장이 된다는 뻔할 뻔자 내용을 반복하는 영화였다. 비쥬얼은 볼 만했지만 스토리는 진부했고 클리셰 투성이의 액션 씬은 스릴과 서스펜스가 부족했다.

물론 '주라식 파크' 시리즈에 그 이상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주라식 파크'가 계속 속편으로 이어지기에 알맞는 영화 시리즈로 보이지 않았다. 4탄이 나오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도 '주라식 파크'가 계속해서 줄거리가 이어지는 시리즈물에 적합한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론 속편이 나온 게 당연해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속편으로 계속 이어지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영화 시리즈로 보이지 않았다.

공룡들이 등장하는 SF-몬스터 영화로써의 가치는 인정한다. 하지만 1993년 영화 '주라식 파크' 1탄에서 시도했다 사고가 터지면서 문을 닫았던 공룡 테마파크를 또다시 시도해서 똑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반복을 거듭하는 식의 줄거리로는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기 어려워 보였다. '주라식 월드'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차라리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리부트를 택했더라면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겠지만, '주라식 월드'는 속편과 리부트에 양다리를 걸치면서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고갈이 눈에 띄게 됐다. 때가 되면 또다른 억만장자가 나타나 빌어먹을 공룡 테마공원을 또 짓고 똑같은 공룡 사태가 재발해서 문을 닫기를 반복하는 식으로 시리즈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렇다. '주라식 월드'는 공룡과 비쥬얼 효과, '주라식 파크' 시리즈의 유명세 등으로 빈곤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가리려 한 영화였다.

그래도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볼 만했다. 짜릿한 스릴과 익사이팅함이 느껴지지 않는 다소 맹탕의 영화였지만 시간을 보내기에 나쁘진 않은 영화였다. 공룡들이 등장하는 빅버젯 SF-몬스터 패밀리 영화로써는 괜찮은 편이었다. 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볼 것이 별로 없고 신선도도 크게 떨어지는 영화였지만 영화를 보는 도중 지루하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대단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도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형편없었던 것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크리스 프랫이 새로운 헐리우드 액션스타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액션 영화에 잘 어울릴 만한 미국인 남자 배우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최근 들어 자주 나왔는데, 크리스 프랫이 이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일각에선 크리스 프랫을 '제 2의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라고 부르는데, 보면 볼수록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크리스 프랫은 해리슨 포드가 전성기 시절에 맡았던 핸 솔로(Han Solo),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 타잎의 익살스러운 'BADASS' 역할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지난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크리스 프랫은 이번 '주라식 월드'에서 그런 역할에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워낙 장난끼가 가득해 보이는 친구라서 진지한 역할에도 잘 어울리겠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액션과 유머가 풍부한 어드벤쳐 영화에서 앞으로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러나 '주라식 월드'의 속편엔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속편으로 또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속편 역시도 비슷비슷한 스토리가 또다시 반복되는 '주라식 파크' 속편에 그칠 것 같아서다. 공룡과 비쥬얼 효과도 좋지만 다음 번 영화에선 공룡들이 보다 참신한 스토리를 물고오길 기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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