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일 월요일

007 시리즈 리딩 본드걸 베스트 11

007 시리즈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있다면 바로 본드걸이다.

어떻게 보면 본드걸도 액션 어드벤쳐 영화 시리즈의 여자 주인공일 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별하다고 할 게 있냐고?

007 시리즈가 50여년동안 전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술, 여자, 도박, 자동차, 가젯, 무용담 등으로 가득한 남성들의 로망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이는 단지 영화 시리즈뿐만 아니라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제임스 본드 소설 시리즈도 해당된다. 그러므로 본드걸은 단순한 여주인공 이상의 의미를 갖는, 007 시리즈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자 그렇다면 역대 007 시리즈 최고의 본드걸은 누구일까?

한번 뽑아보기로 합시다.

베스트 #11 - Aki (You Only Live Twice)

1967년작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는 일본 로케이션이었을 뿐만 아니라 두 명의 일본 여배우가 본드걸로 출연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 번 산다'에는 아키(Aki)와 키시(Kissy)라는 두 명의 일본인 여자 에이전트가 등장하는데, 사실 둘 다 리딩 본드걸이라고 해야 옳다. 플레밍의 원작에선 키시가 리딩 본드걸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에선 아키가 먼저 등장하는 만큼 그녀를 리딩 본드걸로 택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베스트 본드걸'로써는 부족한 데가 있지 않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두 번 산다'의 가장 큰 문제는 영화 자체에 있지 본드걸이 아니다. 일본의 멋진 경치를 배경으로 매우 여성스러운 두 명의 아시안 본드걸들과 함께 근사한 제임스 본드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었지만 '두 번 산다'는 과장된 판타지의 선을 넘어 로직(Logic)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넌센스 영화가 되어버렸다. 이 바람에 007 시리즈 최초의 아시안 본드걸(들)까지 빛이 바랬다.

'두 번 산다'에서 아키 역을 맡았던 일본 여배우 와카바야시 아키코(若林 映子)를 과소평가할 수 없는 또다른 이유는 아시안 여배우가 007 시리즈의 리딩 본드걸 역으로 돌아오기까지 30년이 걸렸다는 사실. 1997년작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에서 양자경(Michelle Yeoh)이 리딩 본드걸 역을 맡기까지 아시안 여배우들은 30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다면 아시안 여배우가 리딩 본드걸이 되려면 또 3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이젠 아시안 아메리칸 여배우들 중에서 하나쯤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베스트 #10 - Kara Milovy (The Living Daylights)

1987년작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의 리딩 본드걸, 카라 밀로비는 한마디로 전형적인 백치미 본드걸이다. '거친 남자들 싸움에 휘말린 순진한 아가씨'라는 설정이 약간 진부해 보이긴 해도 제임스 본드에게 모든 걸 의지하는 카라 밀로비 스타일의 본드걸이 007 시리즈에 잘 어울리는 것은 사실. 본드걸들이 갈수록 지나치게 터프해 지는 게 못마땅한 본드팬들은 영국 여배우, 매리앰 다보(Maryam d'Abo)의 가녀린 본드걸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베스트 #9 - Anya (The Spy Who Loved Me)

1977년작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에서 KGB 에이전트, 아냐 아마소바 역을 맡은 미국 여배우, 바바라 바크(Barbara Bach)의 연기력은 가끔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관능미 넘치는 몸매와 우아함이 모든 것을 가렸다. 이것만으로는 훌륭한 본드걸이 되기 힘들지만, 예외도 있다.


베스트 #8 - Domino (Thunderball)

1965년작 '썬더볼(Thunderball)'의 리딩 본드걸, 도미노 역을 맡은 프랑스 미녀 클라우딘 오제(Claudine Auger)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수영복이다. 물론 수영복 포즈로 스타가 된 본드걸은 따로 있지만 '수영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본드걸'을 뽑는다면 오제가 단연 1위다. 그녀가 미스 월드 출신이기 때문인지도...


베스트 #7 - Tatiana (From Russia With Love)

1963년작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의 리딩 본드걸은 목에 검은 리본만을 걸친(?) 채 침대에서 제임스 본드를 기다리는 소련 여자 에이전트, 타티아나 로마노바다. 007 시리즈의 가장 에로틱한 씬에 등장한 본드걸이 바로 타티아나다. 또한, '백치미 본드걸'의 원조격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명령받은대로 제임스 본드를 유혹하게 되는 타티아나를 연기한 배우는 이탈리아 미녀, 다니엘라 비앙키(Daniela Bianchi). 원작과는 달리 머리색이 검정색에서 블론드로 바뀌긴 했지만, 비앙키는 에로틱한 블론드 백치미 본드걸을 탄생시켰다.



베스트 #6 - Melina (For Your Eyes Only)

1981년작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의 리딩 본드걸, 멜리나 하벨록은 살해당한 부모의 복수를 위해 크로스보우를 든 복수의 화신이다. 멜리나는 프랑스 여배우, 캐롤 부케(Carole Bouquet)에 의해 청순함와 관능미를 모두 겸비한 멋진 본드걸로 탄생했다. 모든 영화에 이런 분위기의 본드걸을 등장시킬 수는 없겠지만, 007 시리즈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이상적인 본드걸 스타일 중 하나다.


베스트 #5 - Honey (Dr. No)

1962년 수영복 씬으로 '레전드'가 된 본드걸이 탄생했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제 1탄, '닥터노(Dr. No)'에 '야생녀' 허니 라이더 역으로 출연했던 스위스 여배우, 어술라 안드레스(Ursular Andress)다. 그녀가 자메이카의 해변에서 흰색 비키니 차림으로 물에서 걸어나오는 장면은 '영화에 나온 베스트 비키니 씬'으로 꼽히기도 한다. 아마도 이 씬이 없었다면 본드걸이 지금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베스트 #4 - Natalya (GoldenEye)

1995년엔 외모와 두뇌 모두를 겸비한 몇 안되는 본드걸 중 하나가 탄생했다. '골든아이(GoldenEye)'의 러시안 컴퓨터 프로그래머, 나탈리아 시모노바가 바로 그녀다. 나탈리아는 고혹적일 뿐만 아니라 유머감각도 풍부하며, 여전사 수준은 절대 아니지만 자신을 보호할 준비도 되어있는 만능 본드걸이다. 육체를 제외하곤 제임스 본드에 제공할 게 없었던 기존의 본드걸들과는 많이 다른 캐릭터다. 나탈리아 역을 맡은 폴란드 여배우, 이자벨라 스코럽코(Izabella Scorupco)도 외모 뿐만 아니라 연기력까지 겸비한 보기 드문 퍼펙트 본드걸이었다.



베스트 #3 - Vesper (Casino Royale)

2006년작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의 본드걸, 베스퍼 린드는 유치한 코믹북 스타일 여전사 타잎으로 전락한 본드걸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그렇다고 맹하던 백치미 본드걸 시절로 되돌아간 건 아니다. 프랑스 여배우, 에바 그린(Eva Green)은 지나치게 관능적이지도 거칠지도 않은, 과장이 덜 된 사실적인 본드걸을 탄생시켰다.



007 시리즈 자체가 수퍼히어로 영화인 만큼 본드걸로는 과장이 심한 캐릭터가 보다 잘 어울려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스터 본드의 식성이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과연 이런 장면을 이후의 007 시리즈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 것이다.

베스트 #2 - Tracy (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1969년작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의 트레이시는 두 말 할 것 없이 전체 본드걸 중 가장 스페셜한 본드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제임스 본드의 아내가 되는 유일한 본드걸이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가 위장결혼(예: '두 번 산다')이 아닌 실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 것은 '여왕폐하의 007'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제임스 본드가 새 장가를 가지 않는 한, 아니면 007 제작진이 '여왕폐하의 007'을 리메이크하지 않는 한 제임스 본드의 결혼식은 007 영화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트레이시 본드는 007 시리즈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한 제임스 본드의 아내였다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제임스 본드보다 나은 연기를 선보인 유일한 본드걸이기도 하다.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호주배우, 조지 래젠비(George Lazenby)는 '여왕폐하의 007'이 사실상 데뷔작이나 다름없었지만 트레이시 역을 맡은 영국 여배우, 다이아나 리그(Diana Rigg)는 인기 TV 시리즈 '어벤져(The Avengers)'를 비롯해 이미 여러 편의 TV 시리즈에 출연한 경력의 베테랑 여배우였다.



베스트 #1 - Pussy (Goldfinger)

1964년작 '골드핑거(Goldfinger)'의 본드걸, 푸씨 갈로어(Pussy Galore)는 가장 유명한 이름을 가진 본드걸로 유명하다. 본드걸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아무래도 '닥터노'의 우술라 안드레스이겠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본드걸 이름은 푸씨 갈로어다. 그녀가 제임스 본드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이름을 '푸씨 갈로어'라고 소개하는 씬은 007 시리즈 명장면 중 하나에 속한다.



하지만 이름 하나만 가지고 넘버1 본드걸이 될 수는 없지 않냐고?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한국영화 여자주인공 이름으로 '엄지'는 가능해도 '보지'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지 않수?

그렇다고 단지 이름 때문에 푸씨가 넘버1인 건 아니다.

시원스럽고 호탕한 여걸형의 본드걸은 푸씨 갈로어가 사실상 유일하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다른 본드걸과 달리 제임스 본드를 '귀여운 녀석' 취급을 하다가도 수틀리면 유도실력을 발휘해 본드를 집어던지기도 하는 독특한 본드걸은 지금까지 푸씨밖에 없다.

영국 여배우, 오너 블랙맨(Honor Blackman)이 나름 터프하면서도 알 수 없는 섹시한 매력까지 겸비한 레즈비언 여자 갱 두목, 푸씨 갈로어 역에 제격이었다는 건 두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



자 그럼 다음 번엔 워스트11을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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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

  1. 전에 뽑다 말았지만 저는 1위 부케, 2위 릭, 3위 오제입니다. 에바 그린은... 워스트에 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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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니 아직도 에바 그린에...ㅋㅋ 베스트라니까요오~~

    근데 본드걸 순위뽑기 이거 생각보다 힘들던데요. 언제쯤 뽑다 만 거 완성해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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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두 번 산다'의 일본 여배우 이후로 아시안 본드걸이 다시 탄생하기까지 30년이 걸렸다는 건, 반대로 그만큼 그 본드걸이 형편없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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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두 번 산다'는 이언 플레밍의 원작에도 일본과 일본여성이 나오므로 그렇다 해도, 그 이후엔 굳이 아시안 본드걸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리딩 본드걸로 백인 여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제일 쉽고 무난한 게 사실이죠.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원작이 바닥나고 소재가 떨어지니까 아시안 본드걸 카드를 꺼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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