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8일 월요일

'카운슬러', 기억에 남는 건 카 섹스 씬 하나 뿐...

'카운슬러(Counselor)'라는 영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건 '학교'였다. 하이스쿨이나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상담해주는 카운슬러가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이다.

왜 학교가 생각났을까?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가 얼마 전에 '배드 티처(Bad Teacher)'라는 코메디 영화에 출연했던 기억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2주 연속으로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와 브래드 핏(Brad Pitt)이 출연한 영화를 보게 됐다. 지난 주에 개봉한 '트웰브 이어스 어 슬레이브(12 Years a Slave)'에도 패스벤더와 핏이 함께 출연했었는데, '카운슬러'에서도 역시 두 배우가 나란히 함께 출연했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인연도 눈에 띈다. '카운슬러'에서 주연을 맡은 마이클 패스벤더는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Ridley Scott)과 함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를 찍은 바 있으며, 스페인 영화배우 하비에르 바뎀(Javier Bardem)은 '카운슬러'의 스크린플레이를 쓴 미국 소설가 코맥 매커시(Cormac McCathy)의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 '노 컨트리 포 올드맨(No Country for Old Men)'에 출연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미국 영화배우 브래드 핏(Brad Pitt)도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셀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에 출연한 바 있으며, '카운슬러'에서 패스벤더의 아내 역을 맡은 스페인 여배우 페넬로피 크루즈(Penelope Cruz)는 실제로는 하비에르 바뎀의 와이프다.

그런데 왜 이렇게 딴소리만 하냐고?

'영화 '카운슬러'가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 소설가 코맥 매커시, 그리고 마이클 패스벤더, 하비에르 바뎀, 브래드 핏, 페넬로피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등 유명한 영화인들의 이름을 제외하곤 볼 게 없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일단 스토리부터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스토리는 단순한 편이다.

'카운슬러'로 불리는 변호사(마이클 패스벤더)가 크게 한 방 터뜨리려는 돈의 유혹에 넘어가 마약 딜러 레이너(하비에르 바뎀)의 대규모 마약 거래에 가담한다.  중간상인 웨슬레이(브래드 핏)는 마약 카르텔의 세계가 굉장히 위험하다며 '카운슬러'에게 끼어들지 말 것을 충고하지만 별 일 없을 것으로 믿은 '카운슬러'는 계획대로 밀어붙인다. 그러나 이들의 마약 운반 계획이 밖으로 새나가면서 배달사고가 터지고, 이 바람에 카운슬러와 마약 딜러 레이너와 웨슬레이 모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시놉시스만 보면 제법 그럴 듯한 범죄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유명한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이 연출을 맡은 데다 유명한 범죄소설 작가 코맥 매커시가 스크린플레이를 맡았으니 아무리 죽을 쒀도 평균 이상은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들 것이다. 화려한 출연진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코맥 매커시가 스크린플레이를 썼고 하비에르 바뎀이 출연했다고 해서 지난 '노 컨트리 포 올드맨'과 같은 영화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리들리 스콧이 연출을 맡았고 쟁쟁한 헐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고 해서 걸작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왜냐, 런타임이 2시간이 채 안 되는 영화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가 되자 영화관에서 4시간쯤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처음엔 그럭저럭 볼 만했으나 가면 갈수록 전개가 더디고 따분해졌다. 별 것 없는 스토리였지만 대사량이 무척 많았고 쓸데 없어 보이는 대화 씬도 자주 나왔다.

대화 내용이 흥미로웠던 것도 아니다. 처음으로 영화 스크린플레이를 쓴 코맥 매커시가 소설과 영화 스크린플레이를 혼동했는지 영화의 거의 모든 대사들이 어색하게 들렸고 일상생활 대화처럼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고 마치 서로 짜고 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의미심장한 척 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의식한 것인지는 몰라도 '카운슬러'의 대사는 너무 지루하고 건조하고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으며, 지나치게 거창하게 들릴 때도 많았다. 책으로 읽었다면 별 문제 없었을 수도 있지만 영화 대사로는 부적합해 보이는 라인들이 많았다. 영화가 재미있든 없든 부자연스럽게 보이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복잡하고 무언가 있어 보이는 듯한 영화를 만들려 한 것처럼 보였다.

대사가 엉거주춤해지자 등장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가 됐다. 마이클 패스벤더, 하비에르 바뎀, 브래드 핏, 페넬로피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등 유명한 베테랑 배우들이 여럿 출연했음에도 이들이 맡은 캐릭터들은 모두 실재하는 인물들처럼 자연스럽지 않고 어색해 보였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멋진 수트에 벤틀리를 몰면서 제임스 본드-ish 스타일을 뽐냈으나 거기까지가 전부였을 뿐 '카운슬러' 캐릭터로는 강한 인상을 전혀 남기지 못했다. 호화로운 삶을 즐기는 마약 딜러 역의 하비에르 바뎀과 여성 편력이 심한 중개상 역의 브래드 핏 역시 눈길을 끌었으나 별 볼 일 없었으며, '카운슬러'와 결혼을 약속한 아무 것도 모르는 여성 로라 역의 페넬로피 크루즈도 밋밋하긴 마찬가지였다.

그 중에서 흥미로운 캐릭터가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카메론 디아즈가 맡은 말키나다. 말키나는 '카운슬러' 등장 캐릭터 중 가장 흥미가 끌리는 캐릭터였으며, 이 영화의 유일한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페라리 카 섹스 씬'을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 '카운슬러'가 아무리 지루하고 따분하고 건조하고 재미가 없었다 해도 디아즈의 '페라리 카 섹스 씬'에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왠지 영화 '카운슬러'는 앞으로 카메론 디아즈의 '페라리 카 섹스 씬'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그렇다. 영화 '카운슬러'에서 기억에 남는 건 카메론 디아즈의 '페라리 카 섹스 씬' 하나가 전부였다. 그것 하나를 제외하곤 볼 게 없었다. 유명한 영화감독, 유명한 소설가, 유명한 영화배우들이 다수 출연한 '드림팀' 영화였음에도 아무도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유명한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한 영화라서 그 만큼 기대도 컸지만, 이런 '드림팀' 영화는 이름 하나 빼면 아무 것도 없는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리니어하고 스피디하게 줄거리가 전개되는 가벼운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분명한 차이가 나는 묵직한 범죄 영화를 만들려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2시간이 채 안 되는 영화가 4시간짜리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였다면 근본적인 데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유한 미남미녀들의 럭져리한 라이프스타일과 섹스, 살인 등이 버무려진 어둡고 스타일리쉬한 범죄 스릴러 영화를 기대했었는데, 영화 '카운슬러'는 따분한 수다만 떠는 매력 없는 범죄 영화였다.

알쏭달쏭한 트레일러를 보고 왠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바로 들었는데 역시나 였다.

댓글 5개 :

  1. 여기저기서 안좋은 평이 나오더니만 오공본드님도 악평을...

    리들리스콧감독이 아메리칸 갱스터까지만해도.. 와 역시 천재는 이정도의 영화는 꾸준히 뿜어내는구나 싶었는데.

    로빈후드는 갸우뚱하기에.. 뭐 스콧감독의 모든작품이 걸작은 아니지..싶었는데..

    프로메테우스는 희대의 문제작이였고.

    이번 영화는 졸작인가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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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근데 생각해보니 동생의 죽음때문에 영화도 중간에 중단되었던거 보면

      적어도 이번 영화는 토니스콧의 죽음이 영향이 크지않았나라는 생각이 문득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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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 영화는 좀 이상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를 원했는진 알 것 같았는데 재미가 없었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최근 영화들이 대부분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만, 카운슬러가 가장 심한 것 같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다음 영화인 바이블 영화 엑소더스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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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대구는 며칠전에 개봉했어요...
    글래디에이터를 수십번도 더 본 스콧 감독에게!!!
    너무나 큰 실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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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기대를 했다가 많이 실망했습니다...^^
      리들리 스콧의 다음 영화 엑소더스가 글래디에이터에 버금가는 명작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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