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11일 월요일

헬렌 미렌이 007 시리즈에서 Q를 맡는다면?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새로운 제임스 본드가 된 이후 007 시리즈에서 사라진 캐릭터가 둘 있다. 하나는 M의 여비서 미스 머니페니고 다른 하나는 본드에게 특수 장비들을 제공하는 Q다. 머니페니와 Q 모두 007 시리즈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했던 고정 멤버들인데, 크레이그의 시대에 들어선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미스 머니페니는 2012년 11월9일 개봉하는 '본드23(제목미정)'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는 듯 하다.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지만, 영국 여배우 나오미 해리스(Naomie Harris)가 미스 머니페니 역으로 캐스팅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해리스의 '본드23' 출연 여부도 아직 불확실한 상태인데도 그녀가 머니페니 역을 맡게 될 것이라는 루머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많은 본드팬들이 머니페니의 귀환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본드팬들이 머니페니가 시리즈로 돌아오길 바라는 이유도 간단하다. 크레이그의 첫 번째 007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으나 바로 다음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서 007 제작진이 방향을 잃은 듯 하자 많은 본드팬들은 이렇게 될 바엔 오리지날 포뮬라 쪽으로 몇 발자국 후퇴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머니페니에 이어 '본드23'로 돌아와야 할 캐릭터가 또 하나 있다. 바로 Q다.

다니엘 크레이그로 제임스 본드를 교체한 007 제작진이 Q를 영화에 등장시키지 않기로 한 이유는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절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였다. 새로운 배우로 교체함과 동시에 시리즈의 분위기를 바꿀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임스 본드가 교체될 때 마다 007 제작진이 거의 매번 꺼내들었던 게 분위기 전환 카드였으므로 크게 놀라울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Q를 아예 빼버릴 필요가 있느냐"는 논란은 있었다. 투명 자동차까지 나왔던 브로스난 시절에서 벗어나 보다 젊고 리얼하고 격렬한 쪽으로 스타일 변신을 시도했다는 것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말도 안 돼 보이는 특수 장비들만 영화에 나오지 않으면 되었지 Q까지 축출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007 시리즈 1탄부터 20탄까지 매번 영화의 맨 처음에 나왔던 건배럴 씬의 위치를 쓸데 없이 바꿀 정도로 'CHANGE'에 집착을 보였던 제작진이 이런 지적을 귀담아 들을 리 없었다. 사소한 것들을 바꿔서라도 변화를 줬다는 티를 내는 것에만 몰두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머니페니와 함께 007 시리즈에서 쫓겨났던 Q도 '본드23'로 돌아올까?

아직까지는 어디까지나 '만약'이라는 전제가 따르지만, 머니페니가 '본드23'로 돌아온다면 Q도 함께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드23'는 그저 또 하나의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인 것이 아니다. '본드23'는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나온 전체 22개의 오피셜 제임스 본드 시리즈 중에서 20편의 영화에 등장했던 미스 머니페니와 18편의 영화에 출연한 Q를 시리즈로 다시 데려올 필요가 있다. (참고: 1탄 '닥터노(Dr. No)'에도 'The Armourer'라는 캐릭터(메이저 부스로이드)가 나오지만 'Q'로 불리지 않았으므로 제외시켰다. 영화 시리즈에서 Q 브랜치가 정식으로 소개된 건 2탄 '위기일발(From Russia With Love)'부터다. 하지만 '닥터노'의 The Armourer도 사실상 같은 캐릭터이므로 그까지 포함시켜 계산하면 Q가 등장한 영화는 모두 19개가 된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Q를 맡기는 게 좋을까?

영국 여배우 헬렌 미렌(Helen Mirren)은 어떨까?



아니, 이미 M도 여성인데 Q까지 여성으로 바꾸자는 것이냐고?

영국 여배우 주디 덴치(Judy Dench)가 현재 007 시리즈에서 M 역을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본드23'가 덴치의 마지막 007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덴치가 '본드24'로 또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덴치를 대신할 새로운 M을 물색해야 할 듯 한데, 이들이 또 여배우에게 M을 맡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므로 M이 조만간 다시 남성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이번엔 Q를 여성으로 바꿔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17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Q 역으로 출연했던 데스몬드 류웰린(Desmond Llewelyn)을 연상시키는 남자 영국배우를 데려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냐고?



물론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그렇게 말을 하긴 쉬우며, 또 그럴싸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데스몬드 류웰린을 대신할 새로운 남성 Q를 찾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이미 007 제작진은 연로한 류웰린을 대신할 새로운 Q로의 교체 시도를 한 바 있다. 1999년작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에 출연했던 존 클리스(John Cleese)가 바로 류웰린을 대신할 Q였다.

그렇다. 코메디언을 새로운 Q로 캐스팅했던 것이다.



존 클리스가 멋진 배우라는 데엔 이의가 없다. 또한 데스몬드 류웰린의 Q가 코믹 릴리프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메디언 클리스에게 Q를 맡긴 것은 007 제작진의 대단한 판단 착오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데스몬드 류웰린의 Q는 제임스 본드와 사카스틱한 조크와 유머를 주고 받는 캐릭터였지 싱거운 웃음을 억지로 쥐어짠 적이 없었다. 그러나 존 클리스의 Q는 키가 크고 머리가 흰 영국 남성이라는 외관상의 공통점을 제외하곤 류웰린의 Q와 겹치는 데가 없었다. 클리스의 Q는 어떻게서든 웃음을 주려고 노력하는 티가 나는 코메디언의 모습만 보여줬을 뿐 007 시리즈의 Q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므로 Q를 존 클리스로 교체하려던 제작진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만약 007 제작진이 또 남자 배우 중에서 새로운 Q 후보를 찾으려 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이 커진다. 그러므로 이번엔 Q를 여성으로 바꾸는 게 보다 안전할 수 있다. 전세계의 수많은 영화팬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데스몬드 류웰린의 Q를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와 비슷한 '짝퉁'을 찾으려 하면 오히려 더 망칠 수도 있으므로, 유머가 풍부하고 코믹 연기에도 능한 여배우로 교체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게 헬렌 미렌이다. 그녀는 인지도도 높을 뿐만 아니라 유머도 풍부한 편이며, 액션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실제로 그녀는 최근에 '레드(Red)'라는 액션 코메디에 출연해 기관총을 갈기며 관객들을 웃긴 바 있다.



물론 그녀가 '본드23'에 Q 역으로 출연한다 해도 '레드'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기관총을 갈기는 액션 씬에 직접 등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하지만 실제 액션 씬이 아니더라도 MI6의 Q 실험실에서 살벌한 무기를 시연해 보이는 씬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도고 남는다. 본드까지 무기의 위력에 쫄아서 후다닥 몸을 피할 정도인데 미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갈기는 씬이 나오면 재미있을 것이다.

여기에 유머를 조금 더 보태, 본드를 만날 때 마다 딱딱하게 말을 하다가도 속으론 본드에 맘이 있는 듯 기회가 생길 때 마다 슬쩍 추근대고, 이것 때문에 머니페니와 Q가 신경전을 벌인다면 더욱 재미있을 듯 하다.

그렇다면 로저 무어(Roger Moore) 때의 슬랩스틱 코메디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냐고?

그건 아니다. 그 때 당시의 문제는 제임스 본드부터 슬랩스틱 코메디를 했다는 데 있었다. 그러므로 제임스 본드 대신 그의 주변 캐릭터, 즉 MI6 직원들이 코메디를 하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너무 딱딱하고 유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최근 제임스 본드 영화엔 오히려 이러한 유머가 절실히 필요할 수도 있다.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엔 지나치게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는 장치가 필요해 보이는데, 크레이그가 직접 코메디언 시늉을 내면서 분위기를 잡칠 것이 아니라 MI6 직원들이 대신 유머 파트를 맡아주면 좋지 않겠나 하는 것이다.

좋다. 헬렌 미렌이 Q를 맡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무언가 특별한 장비도 함께 등장해야 할 것 같지 않냐고?

자질구레한 가젯들은 영화를 우스꽝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특별한 본드카'는 용서가 된다. 너무 지나치면 곤란하지만, 머신건이 튀어나오고 미사일이 나가는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 '골드핑거(Goldfinger)'의 아스톤 마틴 DB5, '리빙 데이라이트(The Living Daylights)'의 아스톤 마틴 V8 볼란테(Volante) 정도를 모델로 삼으면 될 듯 하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가 아무리 리얼한 쪽이라지만, 높은 가격을 빼곤 특별할 게 없는 퀴퀴한 회색 스포츠카를 매번 끌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너무 요란스러우면 곤란할 수 있어도 정도껏만 한다면 조금 특별한 '본드카' 정도는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와도 충분히 어울릴 것이다.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도 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미사일을 쏘는 '본드카'를 몰았는데, 크레이그라고 안 된다는 법이 없다. 되도록이면 그런 '본드카'가 나오는 영화와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균형을 잃고 너무 한쪽으로만 쏠리면 망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게다가 '본드23'는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다. 그러므로 너무 도를 넘지 않는다면 미스터 본드가 'Sexy-Bitch'를 타더라도 오케이 싸인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



이 Zagato는 제임스 본드가 몰기엔 너무 섹시한 것 같지만...

We all love to "RIDE" sexy bitch... no?

댓글 6개 :

  1. 여성 Q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헬렌 미렌 정도면 탁월한 선택일 것 같습니다.
    M역을 맡는 다고 해도 괜찮을 정도로 기품이 있는 스타일 인것 같네요.
    더군다나 정통 영국배우구요. (이번엔 영국사람 맞겠죠?ㅋㅋ)

    본드카는 이번 제프리 디버 소설에서는 벤틀리 컨티넨탈 쿠페이던데요.
    그래도 본드는 애스턴 마틴이 더 잘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본드가 포르쉐 탈일은 없겠죠?^^ (실은 제가 카이엔이 사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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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헬렌 미렌은 M 역을 맡아도 괜찮을 듯 합니다.
    근데 M은 이미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배우가 교체되었지만,
    Q는 아직 아니므로 미렌 같은 배우가 도움을 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디버의 책에서 본드가 벤틀리를 끄는 건 이해가 됩니다.
    플레밍의 책에선 본드가 벤틀리를 여러 대 갖고있는 걸로 나오거든요.
    하지만 워낙 영화의 아스톤 마틴에 익숙해진 바람에 저도 역시 AM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디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디버의 소설이야 말로 분쇄기에 들어가야 할 것 같더라구요.
    정말 억지로 읽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데블 메이 케어보다 더 심한 것 같습니다.
    데블 메이 케어는 짧기라도 했죠.

    카이앤은... SUV 모델로 나온 거 말씀이신가요?
    제가 요새 차에 관심이 없어서...^^
    전 곧 죽어도 2도어 쿠프만 좋아하지 SUV는 별로 안 좋아합니다.
    큰 차가 싫더라구요... 4도어 세단도 싫고, SUV도 싫구요.
    제가 좀 소형이라서 큰 차를 끌면 차가 혼자가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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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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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Q를 기억 못 하시는 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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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외모가 주디덴치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좀 더 스피디해진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 영화 새 작품 기다려지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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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도 무척 기다려집니다...^^
    이번엔 전편보다 좀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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