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화요일

'콴텀 오브 솔래스'는 복수가 전부?

22번째 제임스 본드 타이틀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티져 트레일러가 6월30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됐다.



전편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과 줄거리가 이어지는 '콴텀 오브 솔래스'의 티져 트레일러는 M과 본드가 미스터 화이트를 심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M과 본드의 대화내용이 심상치 않다.

M: I thought I could trust you.
(Bam-bara-Bam-Bam!)
M: You said you weren't motivated by revenge.
Bond: I'm motivated by my duty.
M: I think you're so blinded by inconsolable rage that you don't care who you hurt.
(Bam-bara-Bam-Bam!!)
M: When you can't tell friends from your enemies, it's time to go.


▲Bond: You don't have to worry about me.

M은 본드가 분노에 눈이 먼 나머지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해치고 다닌다고 지적한다. 본드가 냉정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사적인 복수심에 얽매여 난장판을 벌이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본드는 '내 걱정 할 필요 없다'고 대꾸한다.

그러나, 결국 M이 "Restrict Bond's movement. Put a stop on his passports. Find Bond!"라고 명령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M과 MI6까지 본드를 저지하기 위해 나서는 분위기다.


▲할머니 열받다!

'카지노 로얄'에서 부터 M과 본드의 사이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드를 저지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게 말이 되냐고?

말이 된다.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티모시 달튼의 마지막 007 영화 '라이센스 투 킬(License to Kill/1989)'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라이센스 투 킬'은 본드(티모시 달튼)가 M의 복귀명령까지 무시하고 펠릭스 라이터 부부의 복수를 위해 홀로 산체스를 추적한다는 줄거리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라이센스 투 킬'처럼 100% 사적인 복수극을 그린 영화는 아닌 것 같지만 'REVENGE'가 메인 테마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두 영화가 겹치는 부분은 복수 하나가 전부가 아니다. 2명의 본드걸, 남아메리카 로케이션, 산체스와 비슷한 이미지가 풍기는 도미닉 그린(매튜 아말릭), M과 MI6가 본드를 저지하려 한다는 것 등 비슷한 부분이 여러 개 된다.


▲'콴텀 오브 솔래스' 본드걸들

사실, 007 시리즈가 티모시 달튼의 '라이센스 투 킬' 스타일로 되돌아가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해야 옳다. 아직 프로페셔널한 에이전트가 되지 않은 상태의 설익은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가 사적인 복수에 몰두하게 된다는 설정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2006)'이 개봉한지 2년이 지났지만 영화상에서의 시간은 2년이 아니라 2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그런데, 사실적이고 플레밍의 소설에 가까운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007 제작팀 머릿 속엔 '복수'밖에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007 영화가 복수극이 되선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플레밍의 원작을 참고하지 않으면서 사실적이고 플레밍 소설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고자 할 때 마다 '복수' 생각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반드시 복수 테마가 아니더라도 사실적이고 플레밍의 원작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 방법이 여럿 있을 것 같지만 007 제작팀은 '라이센스 투 킬'에선 '친구'를 이용하더니 이번엔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의 줄거리를 이어 붙이면서 '베스퍼의 죽음'을 이용한 복수극을 만들어 냈다.

여기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베스퍼의 죽음이 본드를 복수의 화신으로 만든 동기로써 충분하냐는 것이다. '본드가 베스퍼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간지러운 설정 하에 따져 보면 대충 이해가 가지만 'Bitch is dead'로 끝난 일을 놓고 복수다 뭐다 하는 게 약간 수상하게 보인다.

아무래도 이것이 007 제작팀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투명 자동차가 나오는 막가는 판타지 액션/어드벤쳐 영화엔 자신이 있어도 진지하고 사실적인 영화라고 하면 '복수'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콴텀 오브 솔래스'도 어디서 본 듯한 제임스 본드 복수극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트레일러를 통해서 '미친 듯이 복수심에 불타는 제임스 본드'를 보여주고자 한 것만 보더라도 '콴텀 오브 솔래스'가 '라이센스 투 킬'과 얼마나 비슷한 길을 갈지 그림이 그려진다.

댓글 4개 :

  1. 정말 [살인면허]의 리메이크를 만들려고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티저 트레일러를 보면서 느낀 점도 그렇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살인면허]는 재평가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살인면허]의 리메이크도 그다지 나빠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실, EON 프로덕션의 창의력이야 다 아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후기 본드 영화의 상당수가 "리메이크"인 것을 보면 말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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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살인면허'를 좋아하기 때문에 리메이크 되는 것에 불만은 전혀 없는데요, 문제는 역시 베스퍼의 죽음이 광란의 복수극의 동기가 되기엔 약해 보인다는 게 걸립니다.

    복수 코드를 사용하는 것도 좋고 '살인면허' 리메이크 하는 것도 다 좋은데 좀 더 그럴싸한 스토리를 붙였더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맞습니다. EON 프로덕션 양반들 창의력과는 1백만 광년쯤 떨어졌죠. 제가 플레밍 소설 리메이크를 주장했던 이유, 당장 'QOS'부터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 모두가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이 양반들 미덥지 않습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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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트레일러의 저 므흣 신 보고 침을 꼴까닥 했었는데....저렇게 사진으로 보니 젬마 아터튼 이었군요. 좀 김 샜습니다.(^^;) 아마도 쿠릴렌코 였으면.....^^;;

    개인적으로 이번 QQS 가 너무 '액션영화' 스타일로 가지 않았으면 하는데, 왠지 트레일러 보면 좀 그런 기미가 보이네요...

    카지노로얄의 경우...액션이 강하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영화 전체에 무거운 긴장감이 깔렸었는데요. 왠지 이번 영화는 그 긴장감 보다는 피가 튀고 살이 튀는(??) 것으로만 몰고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로저 무어 횽님이나 피어스 브로스넌 횽님께서 시체 앞에서 썰렁한 농담을 하셨는데, 사실 소설에는 없긴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일조를 하였고 저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요. 단순한 살인병기 이긴 하지만 그 순간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왠지 이번 영화는 그냥 닥치고 때리고 패고 쏘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서요. 그런 영화는 워낙 많으니까요.

    물론 영화가 개봉되어야 알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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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한줄짜리 조크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유머는 크레이그 영화에서 기대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크레이그를 캐스팅한 것 부터가 영화 시리즈에서 만들어진 '헐리우드 본드'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영화에서 만들어진 '전통'을 되도록 배제하는 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코네리나 무어는 같은 조크를 해도 사카스틱한 분위기가 철철 넘쳤는데 제 생각엔 이건 캐릭터 보다는 배우들의 포스가 아닐까 합니다. 선천적으로 그런 조크가 어울리는 배우라면 오케이지만 그렇지 않은 배우가 하면 웃겨지는 게 한 줄 조크라고 생각하거든요. 브로스난의 조크는 코네리, 무어 만큼 자연스럽지 않았다고 봅니다. 래젠비가 코네리를 어설프게 흉내냈다면 브로스난은 무어를 흉내낸 게 전부란 생각입니다.

    한 줄짜리 조크가 없어진 것 까진 별 문제될 게 없다고 보는데요, 그렇다고 본드를 유머감각이 전혀 없는 캐릭터로 그리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QOS'에선 조크까진 아니더라도 좀 '여유'가 생기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공개된 걸 보니 전편보다 더욱 타이트해진 것 같아 저도 약간...

    'QOS'의 가장 큰 문제는 일반 관객들이 베스퍼의 배후조직에 대해 얼마나 궁금해 하냐는 건데요. 아무래도 스토리는 시원찮고 보여줄 건 때려부수는 것 밖에 없는 영화가 되기 딱 알맞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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