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철들지 않았다'는 표현을 아주 싫어한다.
쇠고기 한 점 사주지도 않은 인간들이 와서 '철 좀 들어라'고 하는데 눈 돌아가더라.
그래서 난 누구에게도 '철 들라'는 소리를 절대 안 한다.
그런데, 영화 '스텝 브러더스(Step Brothers)' 얘기를 하면서는 '철들지 않았다'는 표현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을 것 같다.
마흔이 되도록 어렸을 적 그대로인 괴짜 인간이 나오는 영화기 때문이다.
윌 패럴과 존 릴리의 얼굴을 보면 완벽한 중년 아저씨에 가깝지 틴에이져와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이지만 이 양반들이 '스텝 브러더스'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몸은 40대지만 정신연령은 10대'인 살짝 골때린 친구들이다.
줄거리를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로버트(리처드 젠킨스)에겐 나이는 40살이지만 정신연령은 10대인 데다 몽유병 증세까지 있는 괴짜 아들, 데일(존 릴리)이 있다.
낸시(매리 스텐버겐)에겐 나이는 39세이지만 정신연령은 10대인 데다 몽유병 증세까지 있는 괴짜 아들, 브레난(윌 패럴)이 있다.
문제는 로버트와 낸시가 만나자 마자 한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 바람에 데일과 브레난까지 졸지에 의붓형제가 되어 한집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터다. 데일과 브레난은 서로를 탐탁치 않게 여기지만 설상가상으로 침실까지 함께 쓰게 되는데...ㅡㅡ;
그렇다. '스텝 브러더스'는 얼떨결에 형제가 된 늙은 어린이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코메디 영화다. 겉은 중년이지만 속은 어린이인 두 의붓형제가 벌이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맘껏 웃을 수 있을만 한 파트가 그리 많지 않았다. 몇 번 웃기는 장면들이 나오긴 했지만 피식 웃어넘길 정도의 유치한 유머가 대부분이었지 '제대로 웃겼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많지 않았다. 브레난의 성공한 동생, 데릭의 아내가 남자화장실에 숨어가며 데일을 따라다니는 부분은 꽤 재미있었지만 멀쩡한 어른으로 보이는 브레난과 데일이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웃기는 게 대부분이다 보니 2명의 바보커플을 세운 다른 코메디 영화들과 크게 다를게 없어 보였다.
40대에 접어든 배우들이 어린아이 연기를 하는 게 웃기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주인공들도 나름 재미있다. 브레난과 데일은 나이가 40이 되도록 어린이의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떻게 보면 한심하고 처량한 인간들이다. '철 좀 들어라'는 소리는 이럴 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웃기다는 생각보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부러웠다. 동네 조무래기들에게 얻어터지기까지 하는 브레난과 데일이 바보스럽고 모자라 보이긴 했지만 성인으로써의 책임과 의무 따위엔 일체 신경쓰지 않고 사는 게 팔자 좋은 라이프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으로 돌아가고 싶다, 또는 그때처럼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 해봤다는 사람은 없겠지?
그리고,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단 말이냐!
물론, '정도'라는 게 있지만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산다는 것 자체는 나쁠 게 없다. 겉으론 늙어도 속으론 늙고싶지 않다는데 문제될 게 있수?
'스텝 브러더스'는 40대가 어린이처럼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웃는 게 전부인 유치한 코메디 영화다. 코메디 영화로써 따지자면 그다지 재미있게 본 영화도 아니고 아주 웃기는 영화도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무엇으로 어떻게 웃기려고 할지 뻔히 보이는 데다 스토리도 매우 단순하고 뻔한 내용이기 때문에 영화내내 흥미진진했다고 하기도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나도 영화 속의 브레난과 데일처럼 어린이와 같은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완전히 똑같은 생활을 하긴 현실적으로 아무래도 힘들겠지만 며칠만이라도 저들처럼 한번 지내보고 싶어졌다.
양복을 입은 회사원이 거리를 지나다 아이들이 워터 슬라이딩(Water Sliding)을 하는 것을 보고 넥타이 풀어던지고 바로 뛰어들던 TV광고를 본 기억이 나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 아동틱한 삶을 한번 즐기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트리 하우스(Tree House)에 올라가 히히덕거릴 나이는 살짝 지난 것 같지만 뭐 어때?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