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5일 화요일

책으로 다시 본 'No Country for Old Men'

미국 남부의 뜨거운 사막에서 벌어지는 터프가이들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디리 딩 딩 디잉~' 하는 기타 멜로디가 떠오르는 모던 웨스턴, 네오 웨스턴 쟝르는 취향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No Country for Old Men'도 극장에서 영화로 봤으면 됐지 책까지 사서 읽고싶을 정도로 끌리지 않았다.

우연히 서점 앞을 지나다 할인가격에 판매중인 'No Country for Old Men' 책을 발견하기 전 까지는...

'No Country for Old Men'은 매 챕터 시작할 때 마다 나오는 벨 보안관의 암울한 독백과 류웰린 모스와 앤튼 쉬거의 추격전 파트로 나눠져 있었다. 마약딜러의 돈가방을 들고 튄 류웰린 모스와 그를 뒤쫓는 냉혈킬러 앤튼 쉬거의 체이스 무비 스타일의 스릴러 파트와 늙은 보안관의 독백 파트로 구성된 것.

그런데 읽기가 쉽지 않았다. 대화량이 상당히 많은 소설임에도 "따옴표"를 일체 사용하지 않은 데다 남부 사투리를 그대로 옮기면서 철자와 문법을 고의로 부정확하게 쓴 바람에 매커시의 스타일에 익숙해지기 까지 처음 얼마 동안은 답답함에 시달렸다. 다른 소설들 처럼 "따옴표"도 사용하고 철자와 문법도 정확하게 했더라면 읽기가 훨씬 수월했을 텐데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매커시 스타일에 익숙해진 이후부턴 크게 신경에 거슬리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낙태, 안락사 이야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진다. 나이 많은 벨 보안관이 주인공이고 제목이 'No Country for Old Men'이란 것만 가지고 눈치로 후려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지만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갈수록 세상이 험악해진다', '요즘 애들 하는 짓들이 하나같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노인들의 평범한 푸념을 넘어 그 원인을 'Godless U.S.A'에서 찾으려 한 것 처럼 보였다. 작가가 '미국이 망조가 든 이유는 신앙심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탄식 섞인 설교를 하는 늙은 목사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모스와 쉬거의 숨막히는 추격전이 흐지부지 끝나고 벨 보안관의 암울한 이야기에 묻히면서 템포가 느려진다. 하지만 그런대로 읽을만 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부분이 약간 있었지만 '전지전능'한 수퍼킬러, 앤튼 쉬거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스릴러 소설로써만 따진다면 아무래도 세련된 스토리라고 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30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도중에 지치지 않았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따분한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맥 매커시의 책을 또 읽고싶은 생각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영화 'No Country for Old Men' 트레일러에 사용된 The Black Angels의 'Young Men Dying' 라이브나 봅시다.


▲The Black Angels의 'Young Men Dying'


아래는 위 노래가 나오는 'No Country for Old Men' 트레일러:


▲'No Country for Old Men' 트레일러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