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3일 일요일

007 시리즈에서 바꾸지 말아야 할 것 한가지

인터넷 글을 읽어보면 '007 시리즈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글이 많이 눈에 띈다.

'카지노 로얄'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는 사람도 있고 아주 맘에 들었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크게 실망했다' 쪽에 속한다.

아, 그렇다고 영화가 맘에 들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임스 본드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도 절대 아니다. 영화의 방향과 스타일 모두 맘에 들었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젊고 혈기 넘치는 제임스 본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아주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제임스 본드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크게 실망했다' 쪽에 속한다고 했냐고?

007 시리즈 제작팀이 자꾸 건배럴씬으로 장난을 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몬티 노맨이 작곡한 '딩 디리 딩딩~' 하는 제임스 본드 테마곡과 모리스 바인더가 디자인한 건배럴 오프닝이다. 제임스 본드 테마와 건배럴씬은 제 1탄 '닥터노(Dr. No/1962)'에서 부터 등장한 007 시리즈의 상징이다.


▲로저 무어 버전 건배럴씬

007 제작팀이 건배럴씬으로 눈에 띄는 장난을 치기 시작한 건 피어스 브로스난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2002)'서 부터. 제작팀은 쓸 데 없이 날아가는 총알을 CGI로 만들어 넣으면서 전통적인 건배럴씬을 훼손했다.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면 총구에서 총알이 튀어나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할 말 없지만 이야말로 쓸 데 없는 짓이었다. 어떻게서든 변화를 주고자 했다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건드리지 않아도 될 것을 쓸 데 없이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선 건배럴씬을 더욱 심하게 훼손했다. 1탄부터 20탄까지 한 편도 빠지지 않고 건배럴씬으로 영화를 시작하던 데서 벗어나 '카지노 로얄'에선 건배럴씬을 주제곡이 나오는 메인 타이틀의 오프닝씬으로 사용했다. '카지노 로얄'은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007 시리즈 중에서 건배럴씬으로 시작하지 않는 유일한 영화다.

'카지노 로얄'의 건배럴씬은 위치만 달라진 게 전부가 아니다. '카지노 로얄'에선 원의 중앙으로 걸어나와 총을 쏘던 전통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화장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권총을 집어들더니 갑자기 뒤돌아서면서 총을 쏜다.

건배럴씬을 화장실에서?

그것도 바닥에 떨어진 총을 줏는다고?

차라리 '이거나 받아라!' 하면서 오줌을 갈기지 그랬수?


▲'카지노 로얄'의 TOILET씬

건배럴씬이 달라진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보이지 않았다. 프로듀서 마이클 G. 윌슨과 바바라 브로콜리 모두 건배럴씬의 상징적 의미를 잘 알고있을만한 사람들인데 이런 식으로 변화를 주고자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케빈 맥클로리가 제작한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1983)'과 EON 프로덕션이 제작한 오피셜 007 시리즈 13탄 '옥토퍼시(Octopussy/1983)'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임스 본드 테마와 건배럴씬의 유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꼽히는 숀 코네리가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으로 다시 한번 007로 돌아왔지만 몬티 노맨의 제임스 본드 테마와 모리스 바인더의 건배럴 오프닝씬이 없는 바람에 어색했던 것은 단지 나 뿐이었을까?

자, 그렇다면 금년 11월에 개봉하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는?

이번엔 정상적인 건배럴 오프닝씬으로 되돌아 가는 것일까?

아니면 이번에도 수상하게 변질된 건배럴씬을 각오해야 하는 것일까?

영화 스토리가 항상 거기서 거기기 때문에 007 시리즈에 식상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건배럴씬이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콴텀 오브 솔래스'부턴 건배럴씬으로 더이상 장난치지 말고 전통적인 건배럴씬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그런데, 며칠전 공개된 '콴텀 오브 솔래스' 트레일러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제임스 본드가 서브머신건을 들고 돌아다니는 게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건배럴씬에서 서브머신건을 '타타타타' 갈길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제임스 본드가 서브머신건을 들고 멍멍이폼 잡는 것에 지나칠 정도로 포인트를 준 것 같아 신경에 거슬린다.


▲자기가 터미네이터인 줄 아는 구제불능 미스터 본드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콴텀 오브 솔래스' 주제곡까지 저 분위기에 맞춰 보면 아무래도...


왠지 이번에도 낌새가 좀 수상하지 않수??

댓글 6개 :

  1. [Die Another Day]와 [Casino Royale]의 건배럴씬은 아직 바바라와 마이클이 분위기 파악을 잘 못했을 때이고, 이번은 분위기를 파악한 것 같으니 클래식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읍시다. (라고 적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고 읽는다)

    P99는 안 보이고, PPK 드는 모습만 보이는 점과, CR 마지막에 잠시 들었던 서브머신건을 다시 보여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서브머신건은 '잠시만' 터프해보이려고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바램일 뿐이죠. 워낙 저 커플이 엉뚱한 상상력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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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골든아이' 극장서 보면서 건배럴씬 보고 반가워서 울 뻔 했는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ㅋㅋ 전 건배럴씬을 봐야 007 영화 보는 맛이 납니다.

    머신건은 저도 그렇게 보는데요, 크레이그 본드의 트레이드마크가 '터프함'이기 때문에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물론 티져 트레일러에 불과하다지만 머신건 들고 폼잡는 건 제임스 본드 답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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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늘에야 게임 [QoS]의 동영상을 봤습니다.
    게임 제작자는 영화 대본을 참고해서 게임을 제작했다고 하던데, 은근히 서브머신건을 메인으로 띄우는 것 같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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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게임은 아무래도 1인칭 시점 슈터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1인칭 시점 게임에선 권총보단 서브머신건이...ㅡㅡ;

    저 게임은 액션파트에선 1인칭이고 돌아다니는 파트에선 3인칭이라고 하던데요, 007 비디오게임에 기대를 접은지가 워낙 오래라 트레일러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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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질문있습니다~
    올리신 동영상이 플레이 되질않는데

    원래 무슨 노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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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Guns N' Roses가 부른 영화 '터미네이터 2' 주제곡 'You Could Be Mine'이었습니다.

    동영상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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