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2일 토요일

지구의 중심엔 볼 게 없었다

지구의 내부엔 무엇이 있을까?

약간 바보같은 질문 같다.

하지만, '북극과 남극에 지구 내부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지구 내부에 또다른 인류가 살고 있다', 'UFO는 외계인이 보낸 게 아니라 지구 내부에 살고있는 또다른 인류가 보낸 것'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그러나 트레버 앤더슨 교수(브랜던 프레이저)는 지구 안에 또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아니, 믿게 된다. 조카와 가이드와 함께 그곳을 직접 찾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쫓아 가 봤다.

그래, 거기 가 보니까 어떻더냐고?

정글도 있고 바다도 있는 게 우리가 사는 세계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공룡과 같은 흔히 보기 힘든 친구들도 돌아다니더라.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허술한 줄거리에 스릴이나 서스펜스도 부족하고 밋밋한 그렇고 그런 수준의 흔해빠진 어린이용 판타지 영화 중 하나였을 뿐 특별하다고 할만 한 게 없었다.

지구 내부의 또다른 세계를 여행한다는 줄거리가 흥미진진하지 않냐고?

물론, 아이디어 자체는 과히 나쁘지 않다. 직접 읽어보진 않았지만 19세기 프랑스 작가가 쓴 동명 SF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또다른 세계를 탐험한다'는 짜릿함이 전혀 전해지지 않았다.

PG 레이팅을 받은 아이들용 영화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못해도 '내셔널 트레져(National Treasure)' 시리즈 정도는 할 것으로 기대했다.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다빈치 코드'를 대충 섞어놓은 게 전부인 영화지만 그래도 보물찾기 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라도 있었다. 하지만,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는 제목이 무지하게 길다는 것 하나를 빼곤 건질 게 없었다.


▲'인디아나 존스' 흉내도 내봤지만 영...

그래도 브랜던 프레이저가 버티고 있으니 이번 영화도 은근히 골 때리겠다고?

아, 그렇다고 브랜던 프레이저를 코메디언 취급하는 건 아니다. '스쿨 타이즈(School Ties)'와 같은 진지한 영화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배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던 프레이저'라고 하면 'Encino Man', 'Airhead', 'George of the Jungle'과 같은 코메디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 걸 어쩌겠수?

그러나,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에선 그의 코믹연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변함없이 약간 어벙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영화 자체가 워낙 아동틱한 패밀리 영화라서 그런지 프레이저 특유의 유머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제법 폼은 나는데...

지구 내부의 또다른 세계도 볼거리가 많지 않았다. 판타지 비디오게임의 세계를 거의 그대로 옮겨놓은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어린이용 액션 플랫폼 게임의 세계를 생각하면 된다. 영화에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PSP가 나오는 만큼 소니 CEA 게임에 비유하자면 'Jak & Daxter' 정도?

덕분에 3D 특수효과는 많이 나온다. 특수효과 뿐만 아니라 3D 영화 버전도 있다. 일반 2D 버전 뿐만 아니라 썬글래스 같은 것을 쓰고 보는 3D 버전도 있는 것. 그런데, 2D 버전으로 봤기 때문인지 익사이팅하다고 할만 한 장면이 없었다. 잘 만든 영화라면 2D로 보든 3D로 보든 상관없이 볼만 해야겠지만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는 공룡이 관객에게 직접 달려드는 것 처럼 보이는 '3D 체험효과'를 빼면 볼 게 없는 영화였다.

이 영화를 3D로 봤더라도 별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일반 극장에서 2D로 보더라도 의도한 게 무엇인지 쉽게 알아 볼 수 있었으며, '3D 체험'을 했다고 별 볼일 없는 영화가 아주 다르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 극장에서 3D로 영화를 보면서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온 기분을 내는 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아 보이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만족할 사람들이 어느 정도나 될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어린이용이잖아!'라고 한다면 물론 할 말 없겠지만...

영화가 비교적 짧은 편이기 때문에 도중에 지루하진 않았지만 영화가 시작할 때 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까지 무표정으로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였다. 유머도 통하지 않았고 볼만 한 특수효과 액션씬도 없었으며, 줄거리 또한 평범하고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자 마자 터미네이터 처럼 일어나서 극장을 빠져나왔다오!

브랜던 프레이저의 코믹 어드벤쳐 영화를 원한다면 곧 개봉하는 'Mummy 3'를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