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6일 수요일

'콴텀 오브 솔래스' 제목 때문에 손해 볼까?

EON 프로덕션이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제목을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라는 제목이 영화 제목으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2번째 007 영화 제목을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따오려 한 것 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하필이면 콴텀 오브 솔래스냐'는 불만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미국 연예 주간지 인터테인멘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가 지난 6월30일 공개된 '콴텀 오브 솔래스' 티져 트레일러를 리뷰하면서 지적한 것도 '이상한 제목'이었다. 'It barely sounds like English'에 나도 한 표!


▲EW의 '콴텀 오브 솔래스' 티져 트레일러 리뷰

작년에 루머로 나돌았던 것 처럼 '리시코(Risico)'로 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리시코'의 내용이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에 사용된 바람에 비켜간 것으로 보이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 보다는 '리시코'가 007 영화 제목에 더 적합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스크린플레이를 썼던 폴 해기스도 제목이 '콴텀 오브 솔래스'로 결정되자 어리둥절해 했다고 한다.

007 영화에 어울릴 법한 근사한 제목들을 놔두고 굳이 '콴텀 오브 솔래스'를 선택한 이유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탄 '닥터노'서 부터 15탄 '리빙 데이라이트'까지 영화 제목을 플레밍의 소설에서 따온 만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새로운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와 함께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 '카지노 로얄'을 영화로 옮겨 흥행성공을 했으니 그 다음 번 영화 제목도 플레밍의 소설에서 따오려 할 게 빤히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콴텀 오브 솔래스'가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플레밍의 소설에 친숙한 사람들도 '콴텀 오브 솔래스'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하는데 굳이 이것을 영화제목으로 삼아서 얻을 게 없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의 경우는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소설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는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스토리와 거리가 먼 숏 스토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플레밍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인지도가 낮은 숏 스토리를 영화 제목으로 선택한 걸 가리기 위해서 인지 '콴텀 오브 솔래스'라는 제목의 제임스 본드 숏 스토리 콜렉션이 곧 출간된다. '콴텀 오브 솔래스'는 원래 'For Your Eyes Only'에 수록된 숏 스토리 중 하나가 전부이며, 내용도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어드벤쳐 스토리가 아니다. 하지만, '콴텀 오브 솔래스'라는 타이틀의 숏 스토리 콜렉션까지 나오는 걸 보니 영화 제목으로 채택된 재미(?)가 짭짤한 듯. 그러나, 제임스 본드 소설을 읽은 사람들에겐 별 재미가 없는 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 나오는 '콴텀 오브 솔래스'는 플레밍의 숏 스토리들을 한 데 모은 콜렉션으로, 'For Your Eyes Only', 'Octopussy and The Living Daylights'를 읽은 사람들에겐 새로울 게 없는 책이다.

이런 울궈먹기식 보다는 무비 아답테이션 소설이 더 나을 것 같지만 내 맘대로 되는 게 없더라고...


▲'콴텀 오브 솔래스' 숏 스토리 콜렉션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제목이나 플레밍의 숏 스토리 콜렉션 제목이나 모두 코믹하게 보인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언제부터 이렇게 유명해 졌을까?

가디언은 '콴텀 오브 솔래스'가 최악의 007영화 제목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22번째 007영화 제목은 '콴텀 오브 솔래스'로 굳었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007영화 제목으로 어울리지 않지만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제목은 싫든 좋든 '콴텀 오브 솔래스'다.

그렇다면 혹시 '콴텀 오브 솔래스'라는 제목 때문에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생뚱맞은 제목 때문에 흥행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제임스 본드 팬들은 '콴텀 오브 솔래스'라는 제목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기 때문에 거부감이 심하지 않을 것이다. 하필이면 '콴텀 오브 솔래스'를 택했냐는 불만은 있을 수 있어도 생소하다는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 영화관객들이다. 007 영화라고 하면 스파이 영화 분위기가 나는 제목을 떠올릴 텐데 '콴텀 오브 솔래스'라는 제목에선 물음표 밖에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목이 약간 수상하더라도 제임스 본드 영화라는 게 따라붙는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 같지만 '카지노 로얄'을 보고 '007영화 답지 않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으며, 이상한 제목 덕분에 흥행실패한 영화들도 없지 않은 만큼 썩 개운친 않다.

댓글 2개 :

  1. (저같은) 비 영어문화권 사람들에겐 은근히 터프해보이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아무래도 영어문화권 관객들에겐 영향이 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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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액션영화, 스파이영화 제목으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데요. 쉽게 입에 붙는 단어를 썼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거창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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