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6일 수요일

Ladies' Night의 추억

운전하다가 라디오에서 어떤 나이트클럽의 Ladies' Night 광고를 들었다. 여자 손님들에겐 마실 것 처음 몇 개를 공짜로 주고 어쩌고 하는 광고였다. 이 광고를 듣고 나니 문득 오래 전에 있었던 해프닝이 하나 생각났다.

그래, 그날도 Ladies' Night이었지...ㅡㅡ;

어느 날 친구녀석이 전화를 걸어 오늘밤 모 나이트클럽에서 Ladies' Night 스페셜을 한다는 걸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거기에 가자고 했다. Ladies' Night에 우리가 왜 가냐고 했더니 여자 손님을 끌기 위해 이벤트를 하는 것인 만큼 여자들이 많이 올 테니 구경이나 하러 가자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저녁 때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가자고 했다.


여러 번 간 적 있는 클럽이었기 때문에 찾는데 애를 먹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클럽 안이 훤했다. 규모가 큰 클럽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이트클럽 분위기가 풍겼었는데 그날따라 불히 훤하게 들어와 있는 게 마치 식당에 온 기분이었다. Ladies' Night이라서 그런지 여자 손님들은 꽤 있었는데 다들 테이블에 앉아있을 뿐 댄스 플로어는 텅 비어있었다. 좀 더 주위를 자세히 둘러보니 남자끼리 온 테이블은 우리가 유일한 것 같았다.

나: 야, 이거 분위기가 왜 이래?
친구: 글쎄.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뭐.

DJ가 음악의 볼륨을 높이는 걸 보니 이제 슬슬 시작하려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남성 스트리퍼 출현!!

연두색 삼각빤스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스트리퍼가 난 데 없이 나타난 것이다!!!


▲대충 이런 걸 생각하면 됨...ㅡㅡ;

나: 오우 씨바! 저쉐이 뭐야!
친구: 대, 댄서 같은데...?
나: 스트리퍼가 왜 갑자기 돌아다니냐고!
친구: Ladies' Night...ㅡㅡ;

삼각빤스만 입은 '그 녀석'은 테이블마다 돌면서 팁을 받고 있었다. 완전히 빤쓰를 내린다든가 하는 험악한 시츄에이션까진 가지 않았지만 테이블에 앉아있는 여자 손님들 코앞에 들이대고 빙빙 돌리는데 '흐이그 내가 이런 거 보러 왔나' 싶더라.

친구: 저쉐이 설마 우리한텐 오지 않겠지?
나: 에이 설마!

아니, 이 자식이 싱글싱글 웃으면서 우리 테이블로 오는 것이다!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 건 주위에 있던 여자 손님들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였다. 여자들 구경하러 갔는데 거꾸로 우리가 구경거리가 됐으니 이거 참...

그런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이 자식이 진짜로 왔다니까!!

댄서: (아주 느끼한 목소리로)헤엘로우우우우~ㅋ
우리: (억지로 씨익~)

그러더니 이 자식이 내 코앞에서 허리를 빙빙 돌리기 시작하는 거다!

나: (미친 듯이 주머니를 뒤지며) 야, 빨리 팁 줘서 보내! 입에 들어가겠어...ㅠㅠ
친구: 아, 근데 잔돈이...

스트립 클럽에 갈 때는 1불짜리를 뭉치로 들고 가지만 이 날은 댄서에게 팁을 주는 상황이 올 줄 몰랐기 때문에 손에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팁을 주는 것도 골치였다.

빤스에 꼽아달라는 것이다!

나를 오프라인에서 잘 아는 사람은 내가 스트립클럽 베테랑(?)이란 걸 알고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 빤스에 팁 꽂아준 건 이 날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팁을 준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 자식이 팁을 꽂아주자 내 손을 잡더니 스윽 한번 더듬는데...ㅡㅡ;

주위 여자 손님들 보라고 쇼를 하는데 우리가 조연 역할을 한 셈이었다. 여자 손님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이 자식은 계속 느끼한 미소를 띤 채 내 손을 잡고 허리를 빙빙 돌리고... 한마디로 미치겠더라. 여자 구경하러 온 넘들이 주위 여자 손님들의 시선을 피해 고개 푹 숙이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일단 보내고 봐야지 어쩌겠수?

녀석이 다음 테이블로 이동하자마자 테이블에 있던 맥주를 원샷하고 땅콩을 몇 개 집어먹었다.

친구: 야, 근데 너 그 손 말이야...
나: (내 손을 내려다 보며) 에이 씨바 진짜! 집에 가자 집에 가!

이 사건이 터진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난 지금도 Ladies' Night만 들으면 아찔아찔 하다우...ㅠㅠ

댓글 6개 :

  1. [b]스트립클럽 베테랑(?)[/b]
    미국 갈 일 있으면 꼭 연락드려야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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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가 조금 많이 다녔죠...ㅋㅋ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스크립클럽에서 벌어졌던 일들만 모아도 꽤 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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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간만에 왔습니다.

    저도 미국 갈때 스트립 클럽 가고 싶으면 미리 연락 드리겠습니다.ㅎㅎㅎ

    아... 저같은 경우는 비슷한 일은 아니지만...ㅡㅡ;

    유럽의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분들이 좋아하는 취향이 저같은 놈인지...

    클럽에 가면 꼭 여자들은 안 붙고, 남자들이 붙더군요...쿨럭....ㅡㅡ;

    이건 뭐 대한민국 남아의 기개를 만 천하에 과시했다고 해야할지 말아야할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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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 남녀 다 안 붙던데요...ㅠㅠ

    다만, 얼마 전에 길거리를 지나다가 중학생쯤 돼 보이는 지지배들이 절 슬쩍 보더니 실실 웃으며 'He looks old though'라고 하는 걸 듣고 쇼크먹은 적은 있습니다...ㅡㅡ; 갑자기 섬짓해져서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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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섬찟하셔서 도망가실 이유는 없으셨을 것 같은데요...^^

    제가 영어가 짧아서 그런가....

    미쿸 아해들 말로 '저 아저씨, 완전 꼰대다' 라고 말 하는 것 같아서요.^^(아닌가요?..)

    뭐...혹시 '밤이 외로운데, 저 아쟈씨랑 놀아볼까나~' 면 저같은 경우 '아이구, 감사합니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였겠지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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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 그게 말이죠. 표정과 눈빛이...ㅋㅋ

    예전에 '너는 교도소 가면 코메디 영화에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 여장남자 죄수 꼴 되기 딱 알맞으니 나쁜 짓 하지 말고 살라'는 얘기를 들은 이후 부터 나쁜 짓 안 하고 무지하게 조심하게 삽니다...ㅡㅡ; 13세랑 놀고 여장남자 되면... 곤란하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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