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29일 월요일

'이글 아이' - 이걸 기대한 게 아닌데...

아파트 렌트비에 쫓기는 녀석의 계좌로 수십만불이 입금되고, 그의 허름한 아파트로 온갖 무기가 배달된다면?

물론, 누가 왜 보냈는지 모른다.

그래도 땡잡은 것 아니냐고?

맞다. 수십만불에 온갖 무기들까지 공짜로 얻었으니 땡잡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수?

그대신 테러리스트로 몰려 쫓기는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원치도 않던 돈과 무기가 굴러 들어오더니 졸지에 테러리스트로 몰려 도망다녀야만 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 핸드폰으로 계속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여자 목소리가 지시하는대로 따르는 것.

이런 처지에 놓인 친구가 바로 제리(샤이아 라버프)다.

정체불명의 '여자 목소리'는 단지 지시만 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제리의 모든 행동을 모니터링하면서 명령을 어기면 죽는다고 한다. 감시와 정보수집 능력이 장난이 아닌 것.

제리만 괴전화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레이첼(미셸 모나한)도 마찬가지 신세다. 테러리스트로 몰려 쫓기는 제리와 달리 레이첼은 위험에 빠진 어린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자 목소리'의 지시를 따르게 된다.



도대체 그 '여자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냐고?

이건 스포일러니까 안 가르쳐 주우우우우지!

하 지만 약간 눈치빠른 사람들은 트레일러만 봐도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서프라이즈'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영화인 만큼 트레일러를 보면서 짐작했던 것이 대부분 다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러나, '이글 아이(Eagle Eye)'의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다. 하이테크-폴리티컬-스릴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너무 유치했다.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주제를 다룬 영화라는 것까지도 넘어갈 수 있었지만 스토리가 코믹할 정도로 너무 어이없었다. 처음엔 테러리즘, 하이테크 장비/무기 등을 늘어놓은 것이 제법 거창해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풋!', '흐이그!' 모드로 바뀌었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그렇다고 스토리를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냐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줄거리가 약간 싱겁고 유치하더라도 샤이아 라버프의 코믹연기로 커버할 수 있지 않냐고?

이것도 아니다. '이글 아이'는 샤이아 라버프의 이전 영화들과 달리 진지한 성격의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물 론, 샤이아 라버프가 진지한 영화에 출연하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글 아이'는 영 아니었다. 영화 자체는 '트랜스포머스', 디스터비아'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샤이아 라버프는 썰렁해 보일 정도로 진지했다. 스토리가 좀 허술하다면 무리하지 말고 거기에 맞춰 영화를 볼만 하게 만드는 게 올바른 방법인 것 같지만 진지한 서스펜스 스릴러처럼 보이도록 억지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긴박한 순간 핸드폰에서 'Me So Horny'가 흘러나오던 '디스터비아' 분위기로 만들었다면 오히려 더욱 볼만 했을지 모른다. 진지하게 보기엔 이래저래 힘든 스토리였던 만큼 스릴과 서스펜스는 살리되 영화를 약간 실없고 코믹한 쪽으로 끌고갔더라면 더욱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했다면 코믹연기에 능한 샤이아 라버프도 더욱 돋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글 아이'는 유머에 매우 인색한 영화였다. 아무리 봐도 보여줄 것을 많이 준비한 영화가 아니었는데 유머도 볼 게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의미심장한 스릴러 영화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만 전념한 것처럼 보였다. 스토리도 유치한 데다 코믹연기가 되는 배우까지 캐스팅 한 김에 유머가 풍부하고 익사이팅한 스릴러 영화로 만들었더라면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을 것 같지만 제작진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글 아이'가 아주 형편없었던 건 아니다. 스토리가 워낙 뻔하고 간지러웠기 때문에 숨 죽이고 볼만 한 스릴러는 절대 아니었지만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제대로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스릴과 서스펜스도 있었고, 크게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액션씬도 그런대로 볼만 했다. 코메디 영화 수준의 스토리를 가지고 그럴싸한 스릴러 영화를 진지하게 만들려고 한 바람에 유치하게 됐지만 낙제점을 받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 '디스터비아'의 D.J. 카루소 감독, 샤이아 라버프 주연의 스릴러 영화라길래 은근히 기대했었는데 고작 이게 전부냐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울 건 없어도 그래도 나름 흥미진진한 스릴러이길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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